도마위 한판 ‘금감위 VS 금감원’
이근영 금감위원장 두산그룹 특혜연루 이어 금감원 노조와 ‘내홍(內訌)중’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끊임없는 내외홍(內外訌)에 시달리고 있다.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특혜인수 의혹(본지 2월15일자 보도)과 두산의 카스맥주 인수를 둘러싼 특혜의혹(본지
3월31일자 보도)에 이위원장이 개입돼 있다는 보도가 게재되는 약2개월여 동안에도 금융감독원과 노조는 이위원장을 상대로 길고긴 줄다리기를 벌였다.
금융감독원의 ‘안티(Anti·반(反)) 이근영’
본지는 그동안 금융개혁의 최선봉에 선 금융감독위원회가 가장 투명하며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된 금융개혁을 추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수장인 이근영 위원장이 특정기업의 인수·합병 등에 연루됨으로써 끊임없는 잡음에 노출돼 온 사실을 주목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노조가 최근 두달여간의
철야농성까지 감행하며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상대로 벌인 이른바 ‘금감위 조직확대 음모 분쇄’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을 정리·보도하는 이유역시
금감위가 본래의 태생적 의도대로 제대로 된 금융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인한다.
‘금감위 조직확대 음모 분쇄’. 듣기에도 다소 섬뜻한 이 금감원 노동조합(위원장 조영균)의 문제제기 핵심은 ‘관치(官治)회귀 조짐’을
우려한 금융감독 조직개편에 대한 대규모 항변에서 출발한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이 두기구의 최고수장은 이근영 위원장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 무소불위의 재경원과 그 수장이었던 강경식씨가 국민에게 떠안겼던 IMF의 악몽을 기억하는 현 김대중 정부가 재정경제부와 별개로
권력을 분산시켜 금융감독을 강화한다는 목적아래 지난 98년 금감위를, 이어 99년엔 금감원을 각각 설치한 바 있다.
부연 설명하자면 현 재경부가 전신인 재경원처럼 관치금융을 할 수없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금감위와 무자본 특수법인형태의
금감원(과거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의 통합체)을 설립, 건전한 신용질서 유지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등을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61명의 공무원 조직체인 금감위가 과거 길게는 30여년간 금융감독 업무를 관장해온 1,500명 규모 금감원의 영역을 두드리는(?)
‘조직개편안’을 재경부와 손잡고 추진했다는 금감원 노조의 반발이 제기되면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관치금융 근절한다더니 왠(?) ‘회귀’
“금감위는 한마디로
말해 재경부의 2중대다. 초기 설립취지와 달리 금감원의 업무를 중복하려는 조사정책국 신설의도는 재경부가 사실상 2중대인 금감위를 통해 금융감독정책
업무까지 장악해 또다시 관치금융으로 회귀하겠다는 표시나 다름없다.”
‘관치금융 망령 규탄대회’를 전개하며 금감원 조영균(45) 노조위원장은 이근영 원장이 그저 ‘아니다’ ‘재경부 논리다’라고만 반박할 뿐
자기조직의 운명을 타(재경부)부처가 쥐고 흔드는데도 무소신과 표리부동으로 일관하는데 대해 경악을 금치못했음도 아울러 덧붙였다.
61명의 공무원 조직 금감위가 금감원 노조의 주장대로 ‘재경부의 2중대’소리를 듣는 이유는 이들이 대부분 재경부 출신인데다 3년전 설립당시
19명에서 출발한 금감위원이 벌써 61명에 이르렀고, 앞서 얘기했던데로 만일 현’1실2국체제’에서 조사정책국을 덧붙여 30여명의 위원이 증가한
‘1실3국체제’로 가게될 경우 금감원 4백여명의 업무영역을 송두리째 가져가는 것임은 물론, 중복적 업무로 그 효율성마저 상실할게 자명하다는
것이다.
“98년4월 출범당시 의결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와 집행보좌기구인 금감원 사이에서 금감위의 단순 행정보조기능으로 출발한 행정조직(공무원)이
그동안의 단계적 조직확장 과정을 거쳐 금융권역별 ‘국·실체제’(1실2국1담당관9개과)화 한 것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통합감독기구로 출범한지 채
3년도 되지않아 유사 금융부의 형태를 갖추면서 ‘감독기구설치법’상 법적근거가 없는 ‘공무원 조직인 사무국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위원회의
권한을 자기권한인양 행사하려는 등 관치금융의 전면에 나서고자 한 의도다.”
이름도 흡사해 ‘그게 그거’같은 명칭, 더구나 하는일도 뭐가 다른지 일반인으로선 선뜻 구별도 가지않는데 과거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겠다며
현정부가 만들어 놓은 이 야릇한 기구, 금감위는 그 최고수장의 대그룹 특혜연루설과 함께 이번엔 ‘음흉한 세(勢)불리기’ 의혹으로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금감위의 ‘음흉한 세(勢)불리기’ 의혹
“국(조사정책국)
하나 만드는데 뭐 그리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건 결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금감위의) 조직내 자리보전을 넘어선 자리늘리기 의도고, 이는
곧 ‘금융부’로 가겠다는 관치회기나 다름없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노조가 철농까지 불사하며 강력 반대하고, 금감위와 재경부가 그토록 관철시키고자 했던 ‘조사정책국’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것일까. 우선 금감원내 조사국의 업무부터 이해해야 할 것같다. 금감원 조사국은 기업체의 불공정거래업무 등을 조사하는 부서로 일종의 ‘형사부서’라
할 수 있다. 준사법권을 갖기 때문에 기업체 대표나 관계자를 직접 불러 취조할수도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민간인이면서
사법권을 가지는 경우는 배와 비행기, 국립공원관리공단내에 한한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근영 위원장이 조사정책국을 금감위내에 만드려는 의도는 바로 이 사법권을 금감원이 갖고있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금감위내에) 국을 신설해 금감원 직원을 기한부 공무원으로 파견케 한다는 논리였다.“말이 안된다. 처음엔 금감원 직원이 간다 하지만
결국 공무원 T.O인 이상 그 자리는 공무원들이 채우게 될게 너무나 자명하다. 조사정책국을 만들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겠다는 의도아닌가.”
밖으로는 국내 굴지 대그룹과의 특혜연루설, 안으로는 ‘음흉한 세(勢)불리기’ 직제개편 의혹으로 노조의 강도높은 반발을 사고있는 이근영 위원장.노조의
장기농성이 계속됐던 금융감독원은 5월을 전후해 단행될 인사를 앞두고 혹여 ‘위원장의 보복(?)’이 가해지지 않을까하는 긴장감에 휩싸인 듯하다.
분쟁의 소지를 여전히 남겨논채 다가올 인사를 지켜보는 원내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집안 일도 남이 훈수하게 한다’는 비아냥마저 만만치
않았던 이 위원장이 특혜시비에 휘말려 퇴진요구까지 제기됐던 전철을 깨고 어떻게 투명한 금융개혁의 물꼬를 틔워낼지 자못 궁금하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