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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민들은 열정을, 방송과 기업은 돈을 즐긴 월드컵

  • 등록 2006.07.10 1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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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국은 뜨거웠다. 애초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거리응원 열기는 2002년 만큼 뜨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새벽 4시, 그것도 평일에 진행되는 경기를 보기 위해 길거리로 오는게 쉬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각 방송사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월드컵특집’으로 편성했으며, 뉴스조차 월드컵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바람잡이에 나섰다. 

방송사 월드컵 ‘올인’… 기업은 광고로 도배
다음 표를 보면 각 방송국의 메인뉴스가 ‘스포츠뉴스’가 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월드컵과 비슷한 기간 열렸던 한미FTA의 비중을 비교해 보았다. 한미FTA 협상은 우리나라 전체가 큰 영향을 받는 사안이지만 각 방송사들은 원드컵에 ‘올인’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월드컵에서 한국이 선전하는 것은 중요한 뉴스다. 그만큼만 보도하면 된다.”고 말한 뒤 “하지만 그 수위가 넘어서면 언론은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방송과 기업은 응원석 앞줄엔 탤런트 뺨치는 외모로 과감하게 몸매를 드러낸 붉은색 옷차림의 여성을 배치하고 일반인의 진입은 통제해 ‘얼짱ㆍ몸짱’을 위한 예약석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방송과 기업이 바람을 잘 잡았던 탓일까? 국민들은 행동으로 자신의 ‘열정’을 증명해보였다. 첫 경기인 토고전에 길거리에 나온 인파는 218만 명(경찰청 추정). 토고전이 끝난 후 경찰청은 “서울은 39개 장소에 64만여 명이, 지방은 228개 장소에 154만여 명이 참석하는 등 13일 밤 전국 267개 장소에서 218만 2500여명이 길거리 응원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고전이 끝난 후 ‘대~한민국’은 달라진 응원문화로 홍역을 앓아야 했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쓰레기더미, 연일 뉴스에 올라오는 각종 폭행, 성추행 사건과 영국 토종 훌리건을 무색케 하는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축구가 아닌 월드컵에 미쳐가고 있었다. 프랑스전에는 평일 새벽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으며, 마지막 경기였던 스위전에는 250만 명의 붉은악마를 볼 수 있었다. 무질서한 거리응원은 프랑스전과 스위스 전을 치루면서 그나마 나아졌지만 여전히 군중들은 폭력을 휘둘렀으며, 여성들의 엉덩이와 가슴에 슬쩍(혹은 노골적으로) 손을 올렸다. 거리가 쓰레기로 뒤덮인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자 엉덩이 만지려고 4년을 기다렸냐”는 비아냥까지 들려왔다.

잔치판은 누구의 것이었나?
그렇다면 지난 2002년 세계가 놀라는 잔치판을 벌이고 놀라운 시민의식을 보여줬던 시민들이 4년 만에 왜 돌변한 것일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발성에 따른 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2년 거리응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축제였지만 이번 월드컵은 기업과 방송이 멍석을 깔아줬기 때문에 책임감과 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KBS 보도본부 나신하 기자는 “이번 월드컵 거리 응원의 ‘무질서’는 자본과 언론이 주체가 되면서 자발성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결과이지 시민의식의 후퇴로 볼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나 기자는 “지금까지의 월드컵 거리 응원 열기는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둔 여러 집단의 독려와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거리로 나와야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것이라고 선동하듯 하는 (다분히 방송과 언론이 조장한) 분위기가 겹쳐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장사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기업(자본)이 만들어 놓은 놀이판을 들뜬 군중이 채웠으니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행사장을 지켰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과 방송사들이 만들어 놓은 잔치판의 관리를 손님격인 응원 군중이 도맡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연세대 윤태진 영상대학원 교수는 “2002년의 거리 응원은 돌발 사태”라고 말한 뒤 “미디어 보도 이후 거리 응원이 크게 늘었지만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월드컵에 대한 관심.응원 등이 미리 기획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 사람들이 거리에 끌려나온 것은 아니지만 자본이나 미디어의 상업적 목적에 의해 동원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번엔 참여자보다 관람자의 성격이 컸다.”면서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월드컵 공연을 보러 간다는 생각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은 시민들의 열정과 기업과 방송의 장삿속의 결합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기업과 방송들은 애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애국마케팅’으로 장사를 벌렸다는 것. 대형빌딩은 “대~한민국”으로 도배가 됐고, ‘조국’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은 싸구려 미사여구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대해 동아대 정희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애국심이 작동 않는 나라가 없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축구 애국주의가 온 사회를 뒤덮는 경우는 없다”면서 “국민국가의 근간이라던 애국주의가 지금 상업자본의 버팀목이 된 듯 한 현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라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축구, 떠오르는 신예… 지는 ‘과외선생님’
어쨋든 월드컵은 끝났다. 아니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다. ‘애국마케팅’을 내세운 상업주의가 지배한 축제면 어떠랴. 국민의 77.9%는 2006 독일 월드컵으로 “6월 한 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원톱 조재진을 비롯해 이호, 김상식 등 신인을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으며, 한국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세계무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세계의 벽을 느끼고 돌아온 것만 해도 그들은 한걸음 더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명문 감독의 ‘쪽집게 과외’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값 비싼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K-리그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니지만, 한국 국민들은 ‘족집게 과외’의 효과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것만도 큰 성과다. 다시 4년 후에도 대한민국은 이렇게 미쳐있을까? 그때는 다시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 한다”는 구호를 듣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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