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색깔론’에서 막혔다.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 ‘내홍’이 만만치 않을 태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이재오 후보. 하지만 그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 강재섭 후보에게 당대표 자리를 내주며 쓴웃음을 삼켰다.
결과는 이미 투표전부터 예고(?)됐다. 하필이면 8명의 후보 유세도중 이재오 후보가 단상에 오른 순간 서서히 대회장을 빠져나가던 박근혜 전대표의 심상치 않은 행보에서, 더 소급해 올라가자면 선거를 이틀 앞두고 당원들의 휴대폰에 연일 ‘강재섭을 찍으라’는 괴 문자메시지가 떴다는 흉흉한 소문에서부터 그의 패배는 일찌감치 점쳐졌는지 모른다.
색깔론 지고, 미사일 뜨다
선거가 끝난 후 잠실실내체육관을 빠져나오는 대의원 인파속에서는 “(이 후보가)색깔론에서 막혔다”는 얘기가 설왕설래처럼 오갔다. 선거 막바지 ‘박심’이 통했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듯 몇몇 대의원들 사이에선 “박사모 이름으로 어제 오늘 계속해서 강재섭 후보를 지지하라는 메시지가 떴다”는 소문들이 흉흉하게 흘러 나왔다.
강재섭 신임 대표에 이어 최고위원 수락연설에 나선 이재오 후보의 표정은 씁쓸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앞장 설 것”이라면서도 “(자신이)특정후보 대리인이라거나 (자신을)색깔론으로 모는 구태정치를 온 몸으로 청산 하겠다”며 “반드시 구태세력과 싸워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의 모습은 한나라당 안팎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대표경선과정에서 보여준 명백한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 갈등의 분출이었던 셈이다.
7.11 한나라당 전대는 미래모임 단일후보 권영세의 최고위원 진출 탈락으로 이어져 단일후보 선출과정부터 “인물선택이 잘못됐다”는 당 안팎의 질타를 면치 못했다. 투개표를 전후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미래모임이 후보선택에 실패했다”거나 “후보선출 후에도 적극적으로 (권 후보를)밀지 않았다”는 비아냥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어쨌거나 중도,소장파 단일후보 권영세의 탈락은 한나라당내 수구보수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반증이었던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를 전후해 불거진 북 미사일 발사에 힘입어 말그대로 ‘거품’이 아닌 ‘실세’임을 입증한 정형근 후보의 턱걸이 최고위원 진출이나 역시 친박계로 알려진 강창희 전 의원의 3위입성도 한나라당이 보여준 명확한 한계로 입증된 셈.
옆으로 가는 ‘게걸음’ 언제까지
당초 초박빙이 예상되긴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훨씬 앞서가던 이재오 후보의 탈락은 ‘역시 한나라당=당나라당’이라는 일축을 면키 어려웠다. 어찌됐든 옆으로 가버린 ‘게걸음’식 선거결과로 당내 ‘비경상도파’의 똘똘뭉침 현상은 더욱 확연해진게 사실.
초선이자 비례대표,여성이라는 ‘3중고’와 무관하게 전여옥 후보가 4위를 득표, 그나마 한나라당이 보여준 열린 마인드를 실감케 했을뿐 친박계 인사의 대거 당대표 최고위원 진출로 인해 한나라당내 지역간,대선후보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