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법웅사’에 메아리친 호국불교
군종참모 김말환 대령, ‘마음청정, 나라청정’의 국태민안 봉축행사로 화제
불기(佛記)2545년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는 통일기원점등법요식과 제등행렬(提燈行列)등의 봉축(奉祝)행사가 4월 17일부터 5월 1일까지 법웅사 (제 1야전군사령부 법당)
및 원주시내 일원에서 있었다.
자아를 깨치는 광명의 등(燈), 사랑하는 이에게는 애정의 등, 소외된 이에게 관심의 등, 모든 영가의 왕생극락을 비는 등, 불교를 모르는
이에게 인연의 등을 빈자일등의 행을 지어 청정한 마음에 촛불을 밝히고, 모든 생명과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연등(燃燈)의
행사인 것이다. 특히 4월 28일의 법웅사 「봉축법요식」은 제1야전군사령부(第一野戰軍司令部)장병 800여명을 비롯하여 인근 사찰 주지스님,
신도 약 500명등 총 13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루어졌다.
이번 행사를 실제로 준비하고 실행한 1군사령부 군종참모 김말환대령(법명: 혜명)을 만나 행사의 이미저모와 함께 군에서의 군종활동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 이번 봉축행사를 준비하게 된 동기는?
“치악산(雉岳山)서쪽에 자리잡은 원주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삼국시대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단층(歷史斷層)의
주무대였을 뿐 아니라 신라멸망과 고려창건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군사요충지이며 명실상부한 강원도의 수부(首府)도시로서 중추적 기능을 다해온
유서깊은 도시입니다.
새로운 천년을 맞으면서 부처님 오신지 2545년이 되는 올해는 국내적으로 산재한 현안들이 많지만 이러한 원주의 지역적 특성을 제고하고,
예로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호국신앙(護國信仰)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불교와 우리 군(軍)이 ‘마음청정나라청정’이라는 슬로건아래 민(民)
관(官) 군(軍)모두 하나되어 통일을 기원하는 국태민안(國泰民安)기원점등 및 제등행렬등의 봉축행사를 갖게 된 것입니다.”
- 특히 금번 봉축행사는 다채로운 프로그램하에 대대적으로 진행됐다는데…
“그렇습니다. 금년은 뉴-밀레니엄의 첫해로 불탄일 특별3일기도와 통일기원 점등식 및 제등행렬·위문·봉축법요식등으로 구분하여 2주간에 걸친
대규모 행사로 거행됐습니다.
치악문화예술회관에서 부처님오심을 봉축하는 민군합창단 찬불가발표회를 시작으로 4월24일에는 조국번영과 장병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불탄일 특별3일기도를,
28일에는 원주지역 군·관 기관장과 원주사암연합회(寺庵聯合會)스님 및 신도·재원 지역 불교신자 장병등 민·관·군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통일기원점등
및 제등행렬이 법웅사에서 원주시내지역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금번 행사의 절정을 이루는 이 제등행렬이 시작되기 전 법요식에서는 약수암 일휴스님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용덕사 운봉스님(사암연합회장)의 봉축사·구룡사 원행스님의 설법에 이어 제1야전군사령관(陸軍大將 金判圭)의 축사가 낭독되기도
했습니다.”
- 금번 행사를 통해 장병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함은 물론 군 정신전력 증강을 위한 행사도
있었는지요?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을 불타는 집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심성은 물론이고 생명력있는 모든 존재들은 탐욕과 경쟁으로 인한
싸움·자기중심의 이기적 아집과 사량분별(思量分別)에 몰입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이러한 자아(自我)를 깨치고
피안의 광명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주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금번행사계획중에도 사병법우회를 대상으로 한 사병교리경연대회가 있고 특히 4월28일
실시된 점등 및 봉축법요식 행사는 장병들에게 불교의 호국사상(護國思想)을 고취시키고 민족문화의 전통을 계승시킴으로서 군 정신전력 증강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 군종장교로 오랜기간 복무해 왔는데 병과활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긴장을 하게 되고 본능(本能)적이고 원초(原初)적인 행동과 사고(思考)를 하게 됩니다. 이성(理性)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로서 자신을 통제할 기능을 순간적으로 잃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젊은 장병들에게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아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 준다면 군 입대후 빠른 시간내에 자신의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하면서 쉽게 군에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과거의 나약한
내가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나, 인내와 끈기로 미래에 도전하는 나로 인생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자신을 구현해나가도록 인도하는 친절한 형과같은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군종활동이라 생각합니다.
- 1군사령부 군종참모로써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저희 1군사령부에서는
군사령관님(육군대장 김판규)의 창의적 군종활동 지침을 받고 이등병만이라도 군생활에 적응치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사가 있다면 군종장교들이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군사령부 직할부대 장병들에게 이등병 위로 행사와 어려운 가정의
전우를 지원하는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각 부대별로 돌아가며 다과회와 장기자랑·인격지도, K·H·T·P(Kinetic House Tree Person)인성검사실시·군사령부
군종장교(법사·목사·신부)핸드폰번호알려주기등의 행사를 함으로써 밀착하여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지요. 특히 KHTP인성검사의 성과는
대단했습니다. 많은 이등병들이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숙달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고참병들과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며, 계급구조에서
오는 자신의 모습이 작아 보이고 육체와 정신이 피곤하여 편안히 쉬고 싶으며, 즐거움과 기쁨, 희망과 용기, 마음의 여유가 없어 자신의 얼굴모습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특이한 그림을 그린 병사가 있다면 왜 그런 그림을
표현했는지 즉시 찾아 분석하고 사전예방조치를 함으로써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렇다. 현대전(現代戰)에 와서 군 전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보이지 않는 무형전력이라고 할 정신전력(精神戰力)이다. 오늘날 신세대 젊은이들이 자유분방한 사고와 성장환경 가운데서 육체적 어려움을 겪지 못하고,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살다가 군이라고 하는 특수 조직에서 통제(統制)된 병영생활로 갑자기 전환될 때 빠른 시일내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군에서는 기독교·불교·천주교등의 종교별 군종장교를 두고 이들의 인격지도와 교육을 통하여 장병들의 마음에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사기를
진작시켜 어려운 군생활에 용기와 희망을 갖고 생활하다 전역후 사회로 환원될 때에는 건전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우리삶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신약성경 로마서 10장9절에 “네 마음을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라고 했으며,
화엄경에서도 “믿음은 공덕의 어머니라”고 하였듯이 종교인은 따뜻하고 포근함으로서 믿음을 주는 자상함이 있어야 하리라.
오늘날에 와서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생각으로 부모들의 지나친 과보호가 신세대들에게 정신적인 나악함을 가져오게 했고, 이들이 군 입대후
받는 스트레스와 괴로움은 상대적으로 커지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따뜻하고 관심어린 말 한마디라고 할 때 지휘계통의 상급자 또는 지휘관은 부대를 지휘해야하므로 설사 정(情)으로 부하를
대하고 싶지만 냉정할 수 밖에 없다. 군에서 종교인이 해야 할 역할과 존재 당위성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