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래너
감독 : 아담 쉥크만 / 주연 : 제니퍼 로페즈, 매튜 매커너히
따뜻한 봄날의
화려한 결혼식이 끝나고, 난 바라봅니다. 행복하게 웃는 신부의 화사한 모습을…. 그리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역시 당신은 훌륭해요” 하지만 난 아직까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내 고객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그 방법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랑을 기다리는 나의 것이기 때문이죠.
유명하고 능력있는 웨딩플래너 ‘메리’는 갑부들과 유명 인사들의 결혼에 관한 모든 사항을 만족할 만큼 완벽히 처리해 내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감을 보이는 그녀지만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고민으로 가득하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이제 결혼 적령기라는 사실과
실제로 자신이 결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동화 속에 나오는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온다. 그 주인공은 트럭에
치일 뻔한 자신을 구해준 의사 ‘스티브’다. 과거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그녀는 ‘스티브’의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에 마음이 끌리고 ‘스티브’ 또한
그녀에게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스티브’가 고객의 약혼자임을 알고 ‘메리’는 충격을 받게 된다.
‘메리’역의 제니퍼 로페즈는 기존의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를 버리고 귀여운 여인으로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으며, 영화의 주제가에다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색다른 도전까지 보여주었다. ‘스티브’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제2의 ‘폴 뉴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장 로멘틱한 분위기의 남성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지만 단 한 편의 멜로 영화에도 출연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기회를 잡고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지도 겸 안무가로 활동하다가 <웨딩플래너>로
감독 데뷔한 아담 쉥크만이 많은 댄스 장면의 안무를 직접 맡아 아름다움을 더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진저스냅
감독 : 존 포셋 / 주연 : 캐서린 이자벨, 에밀리 퍼킨스, 크리스 렘체, 미미 로저스
예년보다 훨씬
일찍 더위가 시작됐다. 여름만 되면 물밀 듯 밀려오는 납량물들.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버릴만한 것이 없어서 고민이 된다면 이 영화를
보라.
<진저스냅>은 한 소녀가 우연한 사고 후 겪게 되는 심리와 육체의 변화를 극적 공포 속에 담아내고 있는데,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습격 후 소녀의 몸 속에 이상한 생명체가 숨쉬게 되고 그것은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가게 된다. 잠자던 자신의 성적 매력과 살인에
대한 원초적 본능들을 찾아내면서 원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린 자신과 충돌하는 과정을 충격적인 공포감으로 그려낸 색다른 ‘크러스 호러’이다.
10대가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감독은 영화 속에서 괴생명체의 습격을 통해 ‘진저’가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틴에이저들이
주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자살이라는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진저’와 ‘브리짓’은 자신들이 만든 벽 속에 갇힌 채 자살에 대한 묘한 동경으로
그것에 서서히 빠져들어가고, 죽음이라는 공포에 무감각해지면서 삶에 대한 애착을 잃어가게 된다.
감독 ‘존 포셋’은 <보이즈 클럽>으로 1997년 캐나다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이 영화로는 2000년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어 캐나다 영화상을 수상함으로써 ‘존 포셋’은 단 두 편의 영화로 캐나다 영화계를 이끌어갈
진보적 성향의 감독으로 천재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연 이 영화가 지금까지 헐리웃 공포물이 보여주었던 정형화 된 시각에서 벗어나 1999년 영화 <큐브>가 보여주었던 캐나다
호러의 파격적인 충격을 국내에 또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휴머니스트
감독 : 이무영 / 주연 : 안재모, 박상면, 강성진
한국영화가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영화 <친구>가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딱히 무슨 장르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든 영화
한 편이 선을 보인다. 이른바 ‘퓨전 무비’.
<휴머니스트>는 멜로나 엑션, 코미디의 좁은 장르 범주를 넘어서는 영화다. 세 친구의 엉뚱한 발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들은 지극히 코믹하고, 살인과 폭행·납치가 질주하는 영화의 스토리는 충격적이다.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공통의 줄기는 과연 ‘인간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말 선한 존재인지’를 묻는 육중한 휴머니즘이다. 이제까지의 단순 장르, 복합장르를 훨씬 넘어선 신개념 ‘퓨전 무비’라 불리워질만
하다.
고관장성의 아들로 태어나 수표를 천 원짜리처럼 쓰는 신귀족 ‘마태오’. 그림에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불우한 환경 탓에 사회에 대한 적개심만
이글거리는 ‘유글레나’. 초등학교 때 머리를 다쳐 몸만 컸지 아이의 지능을 가진 ‘아메바’. 친구인 세 사람은 어느 날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관을
죽게 하고 사고를 목격한 다른 경찰로부터 거액을 요구하는 협박을 받는다. 고민하던 ‘마태오’는 ‘유글레나’와 ‘아메바’를 시켜 자신의 아버지를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려 하는데……. 사소한(?) 납치로 출발했지만 얽히고 꼬여버린 일련의 사건들. 사상 최악의 납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진정한 휴머니즘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본래 모습을 뒤로 숨기고 겉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장된 선’이 과연 휴머니즘일까?
‘퓨전 무비’라는 생소함 말고도 영화가 주목을 받는 또하나의 이유는 공동경비구역의 시나리오를 썼던 팝 칼럼니스트 이무영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시나리오는 보장수표나 다름없고 거기다가 음악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그의 조예를 접목시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교도소 월드컵
감독 : 방성웅 / 주연 : 조재현, 황인성, 정진영
스포츠는 평화의
전도사다. 그 중에서도 축구는 단연 으뜸이다. 국가대표 대항전이라도 있는 날이면 공이 굴러가는 대로 사람들의 환성과 탄식의 소리가 들린다.
대체 그 공이 뭐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만약 담장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수들만의 월드컵이 열린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새 천년, UN 인권위원회는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전 세계에 제의한다. 한국정부는 기꺼이 이를
승낙하고, 그때부터 전국 교정기관은 일대혼란이 벌어진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 불행히도 ‘뽑기’를 거쳐 16번째 티켓의 주인공이 되고만 원주교도소.
잔형 감형! 사회로의 1주일간 특박! 특별 형집행정지를 통한 석방! 우승의 꿈같은 포상만큼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토탈전과 75범, 평균전과
6범의 기상천외 ‘희망’팀이 결성되고, 각각의 범죄유형이 독특한 축구기술로 발휘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희망팀은 승승장구 결승에 오른다.
하지만 매수된 선수와 서울팀에 편파적인 심판으로 결승전은 열세를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희망팀은 육탄방어까지 감수하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다.
이 같은 동료들의 고군분투에 매수된 선수들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깡다구 하나로 연장전까지 돌입한 희망팀과 서울팀의 치열한 문전
각축전. 마침내! 골든골을 넣는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우승!.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소내 유일한 사형수인 빵장의 탈출로 팀은 또다시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방성웅 감독은 영화 <교도소 월드컵>이 데뷔작이다.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쓰기도 했던 방 감독은 그간 우리 영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소재의 참신성은 물론 오랜 시나리오 작업으로 독특한 감수성을 인정받아 감독으로까지 데뷔했다.
교도소라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교도소 월드컵>. 그것을 통해서 더 나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더 많은 것을 꿈꾸며 살기를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 읽혀지는 영화다.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