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드림투어 2승,
내년 KLPGA 진출 예비 새내기 스타 ‘박햇님’
골프공이 클럽에 착착 감긴다. 박햇님(19·한양대)은 올해 KLPGA 2부격인 드림투어 5개 대회 가운데 2승을 거두며 세미프로 생활 단 1년만에 KLPGA 풀시드권을 확보했다. 이제는 이름 뒤에 당당히 ’프로’라는 명함을 달았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녀는 내년 프로투어 신인왕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나아가 일본, 미국을 향한 꿈도 야물게 풀어놓는다.
잊혀지지 않을 2003년
드림투어 2차전이 열린 8월13일 경기도 여주 한일C.C. 전날 1라운드에서 선두에 1타차 공동 2위였던 박햇님이 이날 4.5번홀 연속 버디로 치고 나왔다. 그러나 6번홀 보기로 주춤. 심호흡을 한 그녀는 8.9번홀에 이어 14.15번홀에서 연속 ’버디쇼’를 선보이며 이날만 5언더파를 몰아쳐 2라운드 합계 8언더파 136타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2위와는 2타 차이.
얼마나 꿈꿔왔던 우승이었는지 모른다. 골프를 시작한 지 6년. 고3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냈지만 지지리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왜 이렇게 성적이 안 나오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골프선수로서의 자질을 의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투어 1차전에서도 1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2라운드 부진으로 3위에 그쳤었다. 그 때만 해도 절망스러움에 치를 떨었다. 2차전 우승은 그래서 더 없이 소중했다.
우승맛을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일까. 투어 3.4차전에서는 자꾸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자신의 성적표가 아니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했다.
박햇님은 9월3일 강원도 용평GC에서 열린 대회 시즌 마지막 5차전 이틀째 경기에서 욕심을 버리고 클럽을 바투 잡았다. 결과는 이날만 3언더파 69타.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백39타로 공동 1위였다. 그녀는 극적으로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드림투어 5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에서 1위, 1개 대회에서 3위. 그녀에게 올 시즌은 최고의 해였다.
눈물의 첫 대회
박햇님은 운동에 타고난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수준급의 스케이팅 솜씨를 뽐내,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중1때 그만 골프에 반해 버렸다. 대개의 선수들이 그렇듯 그녀 또한 부모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경우다.
진짜로 오기를 갖고 죽기살기로 달려든 것은 골프시작 6개월여 후였다. 중2때 그녀는 첫 출전 대회에서 18홀을 마친 게 신기할 정도로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레슨코치도 없이 시작한 골프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게 자극제가 됐다.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고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악에 받쳤어요. 부모님께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우게 해달라고 매달렸죠. 그래서 만난 분이 지금의 스승인 곽유현 프로님이에요.”
숏게임을 정복하라
그녀는 샷이 참 예쁘다. 88 한국오픈 우승자 곽유현 프로도 그녀의 샷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지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곽 프로가 그녀에게 요즘 주문하는 것은 숏게임을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
박햇님 자신도 숏게임이 약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특히 퍼팅이 문제다. 드라이버샷은 평균 250야드로 비거리가 적은 편이 아니다. 아이언샷도 무척 자신 있다.
“페어웨이와 그린 적중률은 거의 1위를 내놓지 않았어요. 그런데 평균 퍼팅수가 30개 정도로 별로 좋지 않아요. 퍼팅만 좋았더라면 평균타수도 69타 정도로 줄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녀의 내년 목표는 평균 퍼팅수를 28~29개까지 줄이는 것. 타 선수들의 스코어를 의식해 넣기 위해 너무 집착하거나 안 들어갈 것 같다고 지레 퍼팅에 대한 불신을 가졌을 때는 여지없이 퍼팅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정신적인 수련에 앞으로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번 겨울 그녀는 한양대팀과 2달 일정의 태국 동계훈련을 떠난다. 한양대팀은 박범영 프로가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입생으로 참가했는데, 얻은 게 많았다. 스승 없이 홀로 참가하는 거라 그 성과가 미흡할 경우 혼날 것 같아 더 열심해 했다. 또 박 프로가 짠 특별 훈련 프로그램도 체계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 내용은 비밀이란다.
“훈련 프로그램요? 여기서 말할 수는 없죠. 제가 배워서 저희 스승님한테 역으로 전수를… 하하.”
치사랑이 특별한 제자다.
신인왕. 그 다음은 일본→미국
그녀는 요즘 고민이다. 학업 때문이다. 생활스포츠학과를 전공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KLPGA 투어생활을 하게 되면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일단은 학업도 계속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프로생활을 할 수는 없다. 나중에 레슨코치가 되더라도 대학에서 배운 게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휴학을 권하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학업을 마칠 자신이 없을 듯 하다. “몸이 두 개라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까요?” 답답한지 되레 묻는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미국 티칭 프로 양성 과정 가운데 클래스A를 이수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출신으로는 전현지 프로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것은 먼 훗날의 일. 일단 내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윗 계단을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
“내년 시즌 최소 1승을 거둔다는 생각이에요. 우선은 신인왕, 그리고 나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탑랭커가 돼서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도 성가를 드높이고 싶어요.”
당차게 포부를 밝히는 그녀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