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가 있었다.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처음 보는 녀석이 나타났다. 그 녀석이 “여긴 우리가 수년 전에 살았었던 곳이니까 이제 비켜줘”란다. 헛소리 그만하고 증거를 대라니까 그 녀석은 “2천 년 전에 조상님이 약속한 땅”이라고 큰소리 쳤다. 역시 헛소리다. 물론 우리는 버텼다.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러자 그 녀석, 아니 그놈은 힘으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패서 내 쫓고 기어이 살림을 차렸다. 우리는 결국 정들은 집에서 쫓겨나고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해야 했다. 걸핏하면 동네주민에게 시비 걸고 싸움을 일으키니 당연히 주위에서 그를 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는 비실비실하던 놈이었는데, 어디서 보약을 먹고, 옆 동네 큰형님한테 싸움의 기술을 배웠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보다. 정말 싸움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었다. 이 동네에서 싸움 깨나 한다던 옆 집 형님들이 모두 그놈에게 박살이 났다. 심지어 형님들이 다 같이 덤벼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이게 모두 그놈 뒤에는 옆 동네 ‘큰형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다. 그놈이 밉다. 하지만 정면으로 대들면 이길 수 없으니 오늘은 그놈 집 대문에 죽은 고양이라도 걸어놔야 겠다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야기다. ‘그놈’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에 입주한 후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천국을 건설하는 사업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큰형님’ 미국과 ‘행동대장’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는 미국의 이해 관철
현재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전쟁이 한창이다.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는 일방적인 도살에 가깝지만 왜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그들이 믿는 신의 세례를 베풀어주지는 못 할 망정 미사일 세례를 퍼붓는 것일까? 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스라엘은 헤지볼라에 납치된 병사 한 명을 구한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동네 사정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직후, 유럽 일대의 유태인들이 대거 팔레스타인에 몰려들었다. 2차 대전의 전승국 중 하나인 영국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이 지역은 영국의 식민지였거나 입김이 강한 곳이었기 때문에 유태인들이 이주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영국정부가 유태인을 이곳에 정착시킨 이유에 대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안영민 활동가는 “중동에 그들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친서방 국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혹자는 중동 나라 중 하나를 고르면 되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불멸의 성세를 자랑하는 친미정권이 지배하던 이란도 1979년 혁명 한방에 무너져버리지 않았던가? 제국주의자들은 아무리 무자비한 정권도 민중의 자발적 혁명에는 무너져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스라엘이 필요했다.
“현재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미국은 중동지역에 영원할 수 있는 친미정권을 세우고 싶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죠. 주변 국가들을 하나하나 친미국가로 돌변시키거나, 말을 안 들으면 적당히 깨부수는 역할을 이스라엘이 해주고, 미국은 경제, 군사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는 겁니다” (안영민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
간단하고 잔인한 정책 총알세례와 장벽
이렇게 팔레스타인으로 몰려 들은 수백만 명의 유태인들은 현지 주민과 목숨 건 투쟁을 시작했고, 결국 미국, 영국 등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1948년 5월 14일 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물론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건국을 쉽게 승인해줬다.
문제는 그들이 정부를 세운 곳이 바로 우리가 팔레스타인이라고 알고 있는 지역이라는것.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서로 다른 지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아직도 이스라엘이 세워진 팔레스타인에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원주민이 뒤섞여 살아가는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청소작전’이 시작됐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의 궁극의 목표는 순수한 유대왕국을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스라엘은 원주민들에게 ‘단칸방’을 내줬는데 그곳이 바로 가자지구, 서안지구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을 조금씩 유입하고,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을 내쫓은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자치구에 장벽을 만들어 아랍인들을 고립시키는 작업까지 추진 중”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국경 분리정책이다. 이스라엘의 국경분리정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한 곳에 몰아넣은 후, 그 곳에 장벽을 두른다. 그리고 오고 가는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정책이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출신 언론인 램지 버라우드 기자는 “이스라엘의 국경분리 정책은 요단강 서안지구를 물리적인 연속성이 없는 여러 개의 지구로 나누고 자국민들의 집단 거주지를 만들려는 것이다”라고 말한 뒤, “분명한 것은, 가자에서의 저강도 전쟁을 유지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올메르트 총리가 추진하는 2단계 국경분리정책을 완벽히 은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 전쟁이 본질적으로는 반이스라엘 성향의 하마스 정권을 붕괴시키는 목표에서 부터, 팔레스타인 억압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의 국경분리정책이 완료될 경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사방이 장벽으로 가로막힌 완벽하게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거나, 팔레스타인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렇게 수시로 날라 오는 총알과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야만을 저지르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인가? 이 정책은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유태인에게 사용했던 정책과도 유사하다.
확전여부는 ‘큰형님’이 결정한다.
그렇다면 전쟁은 확대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쟁이 더 번지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의 목표를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이스라엘에 비해 어린애에 불과한 레바논을 두드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이에 대해 안영민 활동가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벌인 이유는 레바논이 아니라 시리아와 이란에 있다.”라면서 “사실상 전쟁의 양상은 레바논과 헤지볼라를 지원하는 시리아, 이란과 벌이는 대리전의 성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확전여부에 대해서도 안 활동가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레바논에 비해 훨씬 강력한 시리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은데다가 뒤에 이란이 버티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란 등의 전투력 공학과는 별개로 확전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미국이다. 시리아를 칠까 말까 저울질하고 있을 이스라엘에 “화끈하게~ 밀어부쳐!”라는 속삭임 한번이면 끝난다. 미국은 확전을 유도하고, 전력을 지원하며, 국제 비난여론을 잠재워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큰형님’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부시 행정부는 아랍 동맹국들을 내세워 시리아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고, 시리아와 이란의 틈새를 벌리려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단추를 누르면 또 수많은 목숨이 앞에 총구가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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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안영민 활동가
“억울하게 얻어 맞는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한다”
팔레스타인의 참상, 집집 마다 총알구멍, 매일 들려오는 대포소리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팔레스타인 땅과 사람들에게 하루 빨리 자유, 평등, 평화 실현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120여명이 회원이 있고 10여명이 시위를 벌이거나, 기자회견을 하고, 각종 홍보물을 배포하는 일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들과 투쟁을 벌여온 지난 50여 년 동안의 역사를 모두 봐야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쟁의 목적이 표면적으로 포로가 된 병사 한명을 구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에 타격을 주고, 미국은 중동 반미국가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이유다.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전쟁이 번질 이유도 충분히 있고, 그렇지 않을 이유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친미정권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저항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으며, 친미정부는 민중들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정체를 겪고 있는 미국이 시리아를 상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또, 오히려 이 상황은 전쟁을 억제할 수도 있다. 아직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은 적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웃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쟁은 어느 상황, 때와 상관 없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현지 분위기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
올해 초에 다녀왔는데....똑 같다. (창밖을 가르키며) 이렇게 주택가가 있고 사람이 있다. 시장도 있고 길거리에 사람도 지나다니고... 아이도 있다. 사람이 사는 건 어디나 똑같지 않나. 다만 다른 것은 어디서나 총 소리, 대포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 봐도 창문에 총알구멍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잠을 자려고 해도 쉬지 않고 포성이 들려온다. 그들에게 이런 상황은 일상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유산율이 무척 높다.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성년, 계급, 인종, 종교를 떠나 사람은 다 똑같다. 내가 길가다 다른 사람에게 얻어 맞는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나? 억울하게 맞았다면 주위 누군가가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억울하게 맞는 것이 멈춰졌으면 좋겠다. 또, 내가 억울하게 맞고 있는 사람을 도와준다면 언젠가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수도 있다. 내가 그들을 돕고, 또 누군가는 우리를 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