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망각하는 국민에게 내일이란 없다
‘일본 역사교과서 한국사 왜곡 특별기획전’연 독립기념관과 광화문갤러리
지난 4월 3일
일본에서 8종의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 이른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모임)이라는 우익단체가 주도해 만든 새 교과서는
검정 신청 때부터 그 내용을 기술함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역사 왜곡 및 날조의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한국, 중국 등 역사 왜곡과 관련된
이웃 나라들은 물론, 심지어 일본 국내에서조차 강한 비난과 수정 요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강력한 시정요구로 소폭의 수정이 가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고 국내외의 재수정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발맞춰 독립기념관에서는 ‘일본 역사교과서
한국사 왜곡 특별기획전’(이하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역사 왜곡 증명자료 대거 전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일본 역사 왜곡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며, 일본 역사교과서가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교과서 내용의 재수정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마련되었다.
천안 독립기념관(5월 15일∼8월 5일)과 서울 광화문 갤러리(5월 15일∼6월 6일)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에 전시될 자료는, 한국사
왜곡의 기원이 된 ‘일본서기’, ‘국사안’ 등의 고서적과 조선사편수회의(일제가 1925년에 설치한 조선사 왜곡을 위한 전담 관청)의 임원진
사진과 그들이 집필한 ‘조선사’, 식민사학자들의 각종 저서, 일제 시대 때 사용된 각종 역사교과서, 이번에 검정 통과된 8종 중학교 역사교과서,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 단체의 우익 교과서 비판 및 각종 전단과 서적, 새모임측의 ‘국민의 역사, 전쟁론 등과 같은 우익 저서와 만화, 군대위안부
관련 사진 및 일본 방위청 비밀문서,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물 등 일본의 한국사 왜곡과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해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자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870년대 이래 1900년을 전후한 시기의 희귀본 문부성 검정 역사교과서로, 일본의 검정과
왜곡의 역사를 증거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서막에서 종막까지 다큐식 전시
이번 특별기획전의 전시 주제는 ‘거짓 역사를 가르치는 나라는 망한다’이다. 황국 식민사관과 제국주의 야욕이 지금도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후손이 교과서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배운다면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평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시회는 서막에서
종막까지 총 4막에 걸쳐 다큐멘터리식 전개를 보여준다. 제1막은 ‘왜곡의 역사’편으로 역사왜곡의 기원과 조선사편수회를 비롯한 관변기구, 식민사학회
등을 소개하며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 연원을 가진 계획적 사건임을 밝히며 경계심을 고취시킨다.
제2막은 ‘왜곡의 실체’편으로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의 문제점과 새모임을 소개한다. 제3막의 주제는 ‘역사의 진실’이다. 이 막은 영상물
위주로 전시되는데, 남경대학살과 관동대지진, 제암리 학살, 간도대학살, 강제징용, 군대위안부 등 일제가 과거에 자행했던 만행들을 고발한다.
제4막에서는 ‘왜곡과 반응’이라는 주제로 독립기념관의 건립과 활동, 독일의 역사교과서, 지난 1982년 및 최근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 종막에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퍼즐서명운동으로 전시회의 막을 내리게 된다.
비전문가가 만든 엉터리 교과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의 주범인 ‘새모임’은 지난 1997년 창립되었다. 이들은 당시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자학적이라는 비판을 가하며 창립 기자회견을 갖었다.
이들은 당시 설립 취지문을 통해 “전후 역사교육은 일본인이 계승해야 할 문화와 전통을 잃게 하고 일본인의 긍지를 빼앗아 왔다”며 “특히 근현대사는
일본이 자자손손 사죄만 해야하는 운명을 짊어진 죄인처럼 취급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들의 역사관을 ‘자유주의사관’이라 부르며 “학생들에게는
좋은 점을 가르쳐 일본에 대한 긍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그들은 작년 7월에 제3차 총회를 열어 ‘위안부에 관한 기술이 줄어든 것은
우리 운동의 성과’라는 등의 망언을 일삼았다.
그러나 새모임의 회장인 니시오 간지를 비롯한 13명의 이사진은 모두 역사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회장 니시오 간지는 전기통신대 독문과
교수이며, 침략전쟁을 정당화한 만화 ‘전쟁론’의 작가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말 그대로 만화가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 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거니와 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역사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비전문가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집필한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일본의 사회 지도층이 품고 있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입증하는 예이다.
비록 이들이 최초에 신청했던 교과서와 검정을 통과한 수정본사이의 내용에 조금의 수정이 가해졌다고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임나일본부의 설정과 식민지화한 조선에 철도 관개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개발을 이루었다는 내용, 군대위안부 문제의 삭제 등은 아직도 황국사관과
폐쇄적 내셔널리즘에 빠져 있는 일본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난 1982년을 비롯해 과거 우리 나라에서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지자 점차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함과
동시에 국사교육의 강화와 전문적인 연구소의 설립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사과목은 중등학교와 대학교육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고, 일반 국민들 또한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감정적인 선에만 머물러
있을 뿐 사회 구석까지 스며있는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특별기획전이 다시금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장진원 기자 jwj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