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으로 되살아난 서구의 고전
극단 목화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가 죽은 후
400년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겁게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연극 생명의 원천인 언어의 음악성과 시정(詩情), 우아함과 더불어
아름다운 두 청춘의 열정적 사랑이 깃들어 있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는 것이 아닐까?
독일 ‘브레머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참가해 중국, 인도와 더불어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동양의 세익스피어라는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선보였던
극단 목화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다.
우리 호흡으로 노래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초창기 작품으로 세익스피어가 오직 사랑의 이야기만을 주체적 소재로 쓴 유일한 서정비극이다.
케플릿 가문과 몬테규 가문, 두 원수 집안간의 원한의 틈바구니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한 쌍의 연인이 태어나고 슬프고 처절한 사랑의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그러나 극작가 오태석은 한국식으로 작품을 재해석하고 극단 목화의 신선한 연극적
어법과 몸짓을 가미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다.
이번 공연은 주인공들의 사랑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마지막에 사랑하는 연인이 죽고 이 결과로 두 집안간에 증오가 더욱 심화되는 점은
유럽식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사뭇 다른 결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 한국인의 해학미를 더함으로써 연극은 더 이상 비극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3·4조 4·4조의 운율을 타고 넘는 감칠맛 나는 우리 구어체의 구성진 대사들로 풀어내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치 마당놀이를
보는 듯이 관객을 연극에 빠져들게 한다. 배우도 관객과 어우러지고, 관객도 연극에 동참하는 연희형식. 연출자 오태석이 의도하는 바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는 늘 관객과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첫째로 여긴다. 관객과 공유하는 마당 외에도 즉흥적이고 의외적인 극 진행으로 관객들의 예상을
깨는 연출의 기발함들이 여기저기서 돌출되면서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툭툭 내뱉듯이 가볍게 흘리는 대사들도 이따금씩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한다.
말보다 몸으로 말하는 작품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 연극의 시각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무용, 몸짓 등을 최고의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켜 통일감있게
완성한 것이다. 몬테규와 캐플릿 두 집안간에 서로 얼퀴고 설키는 장면의 춤과 전투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평이다. 그래서 이번 연극에서
말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뒷전이 되고 만다. 독일 공연 당시 한 관객이 “사랑장면의 연출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번 공연은
한국의 연극 연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느끼게 만든다.
안으로는 95년 중앙일보 창간 30주년과 호암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예술의 전당 공연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했었고, 밖으로는
독일 ‘브레머 페스티발’ 초청공연에서 찬사를 받아 공증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초여름 볼만한 작품이 없어 기갈을 느꼈던 관객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한 작품이다.
7월1일까지 화∼금 7시 30분,
토(공휴일) 4시30분, 7시 30분,
일요일 3시, 6시
극장 아룽구지 (문의 : 745-3967)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