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검정색 양복,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시선을 집중하며 서 있는 자세. 아마도 이런 모습은 ‘경호원’하면 떠오르는 고정 이미지 일 것이다. 보안과 안전이 각별하게 중시되는 요즘, 경호 인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언제나 사람이 북적대는 백화점에서도 이들은 보인 듯,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고객의 안전을 살핀다.
롯데백화점은 안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의 철저한 안전관리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안전관리’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그룹의 총수인 신격호 회장의 영향도 크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안전요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중심에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에비뉴엘, 영플라쟈의 안전을 총괄하는 유영록 안전실장이 있다.
최첨단 장비로도 안 되는 한계, 훈련된 안전직원이 순찰
20여년간의 경력을 자랑하는 유 실장은, 롯데백화점의 안전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85명의 안전요원의 훈련을 책임지고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에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이 업계 베테랑이다. 을지로 입구역 본점 앞 노점상 문제 해결은 유 실장이 한 성과라고. 앓던 이 처럼 몇십년간 해결되지 않던 노점상과 백화점 간의 깊은 골이 유 실장의 개입으로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한다.
유 실장은 “노점상은 생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온 건 이해하지만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이미지와 서비스로 먹고 사는 백화점이 매출에 타격을 입어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던 거죠. 하지만 노점상을 정비하고 서로 공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젠 원만하게 지낸다”고 말한다.
다른 곳과 달리 백화점은 화재예방과 안전사고, 도난사고, 테러에 대비한다. 화재예방은 신격호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추석 대목철은 특히나 안전요원의 어깨가 무겁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드나드는 백화점에서 작은 실수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의 위험까지 안고 있어 더욱 조심에 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고객 서비스를 제일로 꼽는 백화점의 특성상, 안전요원은 다른 곳과 달리 ‘서비스와 안전’, 두 가지를 살펴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최첨단 기계화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건물 내 온갖 장비와 시설물의 이력과 점검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한 시설통합관리시스템(SAP), 건축도면과 관련정보를 전산화한 도면관리시스템(ODCS), 300여대의 CCTV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 수시로 안전점검 사항을 전달하고 안전관리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내 인터넷망으로 시설관리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첨단 기계와 장비로도 해결 못하는 부분은 안전요원이 직접 담당하다.
‘외유내강과 내유외강’
백화점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해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 할 수 있는 장비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보안장비나 도난시스템 등은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직접 보안직원을 투입돼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살펴야 한다.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 순찰을 병행하면서 각종 사고에 예방하고 안전을 책임진다.
사람이 북적대고 도난 사건의 위험이 노출돼 있는 백화점엔 남자 안전직원이, 조용한 쇼핑을 즐겨 하는 명품관 애비뉴엘의 경우 안전에도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여자직원이 주로 배치돼 있다.
“안전직원들은 고객이 많이 몰리는 명절 대목이나 금토일 등에 집중 배치, 고객의 안내와 순찰을 담당합니다. 백화점의 특성상 안전을 대비하면서도 고객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죠. 때문에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첫인상은 미소로 정주하게, 그러나 외유내강과 내유외강을 분별력 있게 행동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백화점은 곧 서비스’라는 점을 이용해, 안전요원을 궁지로 내모는 고객들을 볼 때면 힘이 빠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옷을 입어보겠다면서 탈의실로 가지 않고 일반 화장실로 들어가 주의를 주게 되면, “고객에게 이래도 되는 거냐”며 ‘컨플레인’을 건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억울하긴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오히려 사과를 하는 할 수밖에 없다고 유 실장은 어려움을 얘기한다.
하지만 고객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20여년간을 걸어온 길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유 실장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