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나우는 지난 2001년 창간 된 인터넷 뉴스로 서울대의 대학 문화에 활력과 대안적이고 생산적인 문화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누나우의 11대 정영찬 편집장에게 서울대의 문제점과 변화되어야 할 것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에 앞서 피력할 말이 있는가.
우선, 이 인터뷰는 서울대뉴스 스누나우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으며 편집장 정영찬 개인의 의견임을 알리고 싶다.
오랫동안 서울대 해체론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서울대 해체론은 전혀 실효성 없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해체되어야 하는 것은 학벌이지 서울대가 아니다.
서울대가 해체된다면 학벌이 사라질까? 전혀 아니다. 서울대가 사라진 공백을 현재 상위권 대학들이 그대로 메우며, 학벌 구조는 유지될 것이다. 또한 서울대가 과연 '해체'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2만 여명이 넘는 학생과 몇 천을 헤아리는 교수와 수많은 교육공무원, 학교 설비 등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분산 또는 해체할 수 있을까. 물론 서울대 해체로 학벌 구조가 해소된다면 고려해볼 만하다. 헌법에도 나와 있듯, 공공복리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제한당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학벌 구조와 서울대 해체가 전혀 관계없는 이 상황에서 해체론을 주장하는 것은 현재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근무하고 있는 교직원 모두의 인권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1대학으로서 역할과 책임은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는 답변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서울대가 한국의 제 1대학이라는 명제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며 학벌 구조 타파를 중심으로 논쟁이 불거진 서울대 해체론이 자칫 ‘한국의 제 1대학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해체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해체론으로 변질되어 인식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사교육의 활성화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상위대학을 가고, 결국 부의 세습화는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학벌이 부의 여부에 따라 세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의 여부에 따라 학벌이 세습되고 있는 현실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헌법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교육권에 관한 내용이다.
이 중 ‘능력에 따라’ 란 구절의 ‘능력’이란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 수학능력뿐만 아니라, 자본력까지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더 적은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능력차’라고 법은 말하고 있고, 실제로도 적용되고 있다.
부유한 집 학생이 더 많은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그것이 불법행위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만 교육이 이뤄진다면 교육적 차원의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기 때문에 정부는 ‘의무교육’ 을 실시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의무교육 과정이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다니는 것이고 아닌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고, 능력차의 문제이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으로 가치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돈이 다란 말인가!”라고 감정적으로 느낄지 모르지만, 이러한 ‘선택과 구매’의 방식으로 분석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에 따라 학벌이 세습되는 현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려면 우선,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를 먼저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개혁에 대한 '외풍'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서울대 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대의 교육 시스템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전보다 덜 우수한 학생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이 대부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 조사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생이라는 이름만으로 학벌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로 인한 학벌의 폐해가 발생되지는 않겠는가
계속해서 질문에 전제가 있는데, 나는 아직까지 내가 ‘학벌의 수혜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사회에 진출해서 어떻게 느끼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외부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두다 학벌의 수혜자고, 서울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회에서 성공한 것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많은데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고 노력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서울대생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전제에 대한 반론과 함께 질문에 답변하자면, 학벌의 폐해는 아마도 학벌 구조상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학교들의 수준 정체 현상과 고등학교의 비인간적 교육이 대표적일 것이다. 우선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학교들의 수준 정체는 방송이나 여타 언론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두 번째로 고등학교 혹은 그 전의 교육과정에서부터 겪게 되는 비인간적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체가 모두 바뀌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적응한다.
물론 한탄과 원망을 속으로 삭이며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 경쟁욕과 성공을 향한 욕망을 갖고 있고 이러한 욕심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구성되지 않으면 학벌의 해체는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대가 옥스퍼드나 도쿄대에 비해 무엇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나, 현재 서울대가 국내에서는 최고의 대학이지만 순위로만 따져봤을 때 국제적으로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옥스퍼드나 도쿄대에서 수업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며 설상 잘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외부에서 본 이미지이기 때문에 결코 아는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따라서 내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서울대가 다른 대학교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우선, 수강 학점 수가 너무 적다. 솔직히 말해서 일주일에 4번 나가게 수강 시간표를 짠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강의가 2개에서 3개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는 1학기 최대 수강학점이 17학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상식적으로 17학점이면 강의 수가 6개 인데, 이것은 너무 적다. 주변에서도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학생과 강의 수가 너무 적어 등록금이 아깝다는 학생을 많이 봤다.
또한 시설이 낙후돼 있다. 공대와 농대 같은 경우는 신축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더라도 사회대나 인문대, 자연대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 설비 등이 낡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정보화 시대, 유비쿼터스 등등 많은 논제가 이슈화되고 있지만 정작 학내 설비는 그러한 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강의 시간에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화면이 잘 안보이거나 강의 소리가 잘 안들리는 일은 태반이고, 여름이나 겨울에 냉난방이 잘 안돼서 덥거나 추운 상태에서 강의를 들어야 할 때도 많다. 이밖에도 다양한 시설의 낙후가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 학생도 세계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가하나?
이 시스템대로라면 당연히 경쟁력이 없다.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서울대 학생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그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