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공노는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노동자의 기본인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전한 공무원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일부 희생이 따르더라도 불법적 관행을 바로 잡고, 모범적인 공무원 노사관계를 조기에 정착시킬 것"이라며 전공노 사무실을 강제 폐쇄하는 등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무원 특별법, ILO에서 개정 권고
지난 22일에는 행정자치부의 행정대집행 권고에 따라 전공노 사무실 폐쇄에 나선 중구청 총무과 직원들이 전공노 소속인 같은 구청 공무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이로 인해 전공노 사무실에서는 공무원과 공무원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지난 1월, 전공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무원 노조특별법 발효를 강행하면서 시작된다. 지난 1월에 발효된 공무원노조특별법은 일반 공무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전공노는 “노동3권을 제한하는 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합법노조 설립신고 요구를 무시하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또, 권승복 전공노위원장은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기존 특별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조합원 14만명 가운데 6만명 정도를 탈퇴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먼저 협상에 나서 특별법 개정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합법 노조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무원특별법은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공무이외의 집단행동권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단체행동권이 금지된 만큼 실제로 일반적 집회시위도 못하는 형국이다. 노조는 있지만 사실상 아무런 집단행동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전공노 정책실은 "정부와 도가 공무원노조에 강요하고 있는 법은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조차 강력하게 개정을 권고할 정도로 노동자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단결권과 교섭권을 저해하고 있다"며 "악법에 의한 설립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공무원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노조 강력 반발 “행자부 장관 퇴진하라”
이 같은 전공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공노에 ‘먼저 합법노조로 전환한 뒤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25일 행자부에 관계자에 따르면 “합법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행정대집행 결과 청사에 들어있는 전공노 162개 사무실 중 77%인 125개를 폐쇄했고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봉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폐쇄된 사무실 125개 가운데는 21일 이전에 자진폐쇄하거나 강제폐쇄 된 12개와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10개 사무실이 포함돼 있다. 행자부는 행정대집행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진 강원지역을 제외하고는 9월 안에 대부분 대집행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국공무원노조강원본부 등 4개 단체는 민주노총강원본부 5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를 중단할 것을 행정자치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행자부는 지난 22일 전국적으로 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폐쇄를 강행하고 25일 충남지역에서 강제 탄압을 일삼는 등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며 “강원지역 민중단체들은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에 끝까지 대항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노무현정부와 행자부, 도지사와 각 시·군 단체장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 한다”며 “행자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각 단체들이 연대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강경한 행정대집행으로 162개 사무실 중 125개를 폐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사태는 일단락 지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엄격한 법집행이란 원칙을 바탕으로 한솥밥을 먹어오던 전공노를 ‘불법노조’로 규정해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을 폐쇄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좋게만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 역시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하는 등 국제적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의기투합해야 할 공무원노조 내부에서도 노동자로 노동기본법에 의해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과 '나라 밥'을 먹고 있는 공무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이냐를 가지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본 한 시민은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지속해온 것들이 하루아침에 정리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생활용품까지 건네주지 않고 궁지로 모는 것은 슬기로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측 모두 대화로 문제해결 점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