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수배범 검거한‘A플러스’ 순경
수십억대 부동산 전문사기범 9개월추적 끝에 검거, 광주 초월서 김태호씨
‘A수배범’. 학점으로 따진다면 우수한 점수겠지만 경찰계통에서 이말은 소위 ‘악질사범’을 대변하는 최고 안좋은 ‘닉네임’이다. 적게는 한두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에 이르는 각종 사기·폭력·살인 등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 다니는 이 사회의 독버섯들이 마침내 끈질긴 한 파출소 청년순경의 추적망에 걸렸다.
경찰입문 2년여 ‘새내기’ 순경의 ‘쾌거’
광주경찰서 초월파출소 김태호(29)순경은 요즘 일에 신명이 붙었다. 약2년여간 총 17건이나 되는 부동산 사기행각으로 셀수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모두 17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가로채온 부동산 전문사기범 김모(45)씨를 장기추적 끝에 검거했기 때문이다. 터졌다 하면 억대사기고, 병역비리에 대학특례입학 비리에 입만열면 ‘억 억’ 소리가 꼬리를 무는 세상이라지만 김순경은 자신이 검거한 사기범 김모씨가 특히 수많은 서민의 고혈을 짜낸 ‘악질’사범이란 사실에 더큰 공분(公憤)을 느낀다.
“100만원·390만원·683만원…. 부동산 사기란게 한마디로 없는사람들이 안먹고 안쓰고 모은 집값·가게값을 억울하게 빼앗긴 겁니다. 돈의 많고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사람에겐 전부일 수 있는 귀한 것을 사기로 빼돌리는 아주 악질범죄지요. 17건이나 되는 사기에 게류돼있던 부동산 사기범을 잡았다는게 ‘기네스북감’이란 얘기마저 들었습니다.”
지난해 9월 우연히 관내지역 검문도중 수배자 김씨를 마주치게 됐던게 계기가돼 짬짬히 업무외 시간에도 김씨의 휴대폰을 추적해가며 끈질긴 검거의지를 불태웠던 김순경은 장장 9개월에 걸친 음지수사 끝에 마침내 지난 5월27일 사기범 김씨를 서울 송파구의 모 유령택지회사 사무실에서 단독 체포하는 ‘쾌거’를 올렸다.
“신호위반으로 걸린 김씨를 조사중 놓쳤는데 조회해보니 악질 부동산 사기범이더군요. 그때부터 참참히 시간나는대로 수사를 했습니다. 장기수배범이니 틀림없이 주소지는 불분명할꺼고, 연락은 휴대폰을 이용할 것이란 추측하에 친인척 명의의 차명 휴대폰 가입여부를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름으로 사용중인 휴대폰에 전화를 하니 중년의 남자목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옳다구나’하고 절차를 밟아 통화내역을 사용기지국을 통해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내 최다 부동산 사기수배범 검거라는 쾌거를 올린 김태호 순경은 이제 겨우 2년차의 새내기 경찰. 형사도 아닌데다 온갖 잡다한 업무는 죄다 쏟아지는 일선 파출소에서 ‘술에 취했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는 주정꾼의 얘기까지 소화해가며 마침내 올린 개가니 김순경의 검거소식은 관내경찰서로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A수배자를 검거하면 3만원 포상금이 나오는데 검거다음날 광주서장님(이동선총경)이 직접 부르시더니 서장상과 함께 5만원이나 되는 포상금을 주시더라구요.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나요….”
날카로운 눈매라지만 아직 동안의 미소를 머금은 다정한 얼굴표정이 잠깐 인상깊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김순경은 이내 야무진 다짐을 덧붙인다.
여러방면일 모두 익히면서 어디서든 내몫 다할터
“경기도내 경찰서에서 저처럼 기소중지자 검거로 1등상을 탄 사람들을 전부 모아 최종 심사를 한답니다. 거기서 1등으로 뽑혀야 특진도 하는거죠. 언론에선 술먹은 경찰이 음주운전하다 어떻게 됐다는 등 침소봉대하지만 그럴땐 정말 회의감이 듭니다. 1등도 어렵고, 특진은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그래도 한사람이라도 더 잡아야죠. 내년엔 진급시험 준비도 해야하고….”
어디서든 명령대로 최선을 다하며 배우고 익히겠다는 청년 순경. 김태호씨에겐 ‘행운의 여신’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듯 싶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