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외설? NO ‘예설’
논란 빚은 두 전시회 - 이흥덕 <훔쳐보기>, 최경태 <여고생 포르노그라피 2> 展
대체 어떤 것이 음란한 것인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은 억압받는 성담론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열거된 작품은 모두 법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장선우의 <거짓말>조차도 도덕이란 관념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는 미술계에서 ‘도발’을 시도했다. 이흥덕의 <훔쳐보기>展과 최경태의 <여고생포르노그라피 2>展이 그것이다.
이흥덕 <훔쳐보기>
짧은 치마를 입은 채 뒤로 엉덩이를 들이밀고 책 읽는 소녀, 저고리 앞섶을 풀어헤치고 누군가 봐주길 바라며 곁눈질하는 여인, 속옷 갈아입는 여인을 두고 당신의 시선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흥덕의 <훔쳐보기>展이 6월1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렸다. 이흥덕은 이번 전시에서 현재 우리사회의 병폐로 나타나는 ‘몰래보기 문화’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그는 색깔의 상징과 사물의 은유를 통해 풍자적인 시각으로 인간 내면에 잠재된 관음적인 욕망을 해부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척 하면서도 O양이나 B양 비디오에 열광하고 몰래카메라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중성 또는 그러하기를 강요하는 사회의 이중성을 폭로한다.
이번 작품에는 빨간 코의 대머리 사내가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서 빨간 코는 2000년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보여지는 대머리의 의미는 남자의 강한 성욕을 나타낸다. 그리고 빨간 코는 하나의 상징으로써 남성의 남근을 표현한 것이다.
빨간 코가 여인의 신발을 닦아주고 신겨주는 장면을 담은 작품도 있다. 서양에서의 신발의 의미는 매춘과 결부된다. 형식적인 매춘을 할 때는 결코 신발을 벗지 않는다. 동양에서 신발을 닦아주고 신겨주는 것은 아주 헌신적이고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경의의 표현인 동시에 성적인 도구로서의 섹시함을 요구한다.
인 터 뷰 |
“관음은 호기심의 하나일 뿐이다. <훔쳐보기>展의 작가 이흥덕 씨
-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과 호기심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데 의도가 있습니다. 상황연출에 따른 사회성이 전체 배경에 내포되는 동시에 관음증에 대한 심리적인 요소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입니다. - 훔쳐보기라는 것은 이 사회에서 결코 도덕적이지 못한 ‘죄악’처럼 인식되는데… 다른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엿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는 호기심의 하나일 뿐입니다. O양이나 B양 비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사생활의 노출이었다는 데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 최경태 씨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함께 단체전도 했던 후배입니다. 그의 작품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지요. 이번 작품의 경우 성담론에 있어 덜 성숙된 우리사회에 내걸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일상적인 모습을 화폭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
최경태 <여고생 포르노그라피2>
<훔쳐보기>展이 ‘조용한 도발’이었다면 최경태의 전시는 ‘위험한 도발’이었다. 이흥덕의 경우처럼 상징과 은유를 통한 풍자가 아니라 직접 드러내기의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여고생 포르노그라피2>라는 전시명처럼 그 대상을 여고생으로 한정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최경태의 그림은 이 사회의 화두인 ‘청소년 성매매’를 캔버스라는 도구를 빌려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교복차림의 여고생을 모델로 팬티와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아르바이트’라는 제목 하에 남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여고생의 초점 없는 눈을 보여줌으로써 예술이 아니라 음란이라는 사회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보다’에서 5월30일부터 6월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갤러리측은 사회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림들을 6월1일 황급히 내려야 했다. 장선우의 <거짓말>이 그랬던 것처럼 교복 입은 여고생이 문제였다.
법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 ‘성적 자극을 유발하는 행위’, ‘선량한 도의 관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두고 음란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그 음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실상 대법원은 성기를 그린 상품이나 성기구가 음란물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이에 이번 전시를 두고 단지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대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의도를 무시한 채 ‘공연음란죄’와 ‘음란물 전시판매죄’의 적용을 들어 전시를 막내리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공론이다. 거기다가 이번 전시는 18세 미만 관람불가를 명시한 몇 안 되는 전시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술과 외설의 잣대는 정녕 있는 것인가? 그 잣대가 모든 사람에 동등한 기준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인가?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 두고 모든 통로를 열어 젖혀 문화·예술인과 그것을 향유하는 개인들 자율에 맡겨두자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인 터 뷰 |
“포르노도 예술이다” <여고생 포르노그라피2>展의 작가 최경태 씨
-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의 세태를 까발리고자 했습니다. 여고생은 이미 성매매 현실의 극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단지 교복 입은 여고생이 문제라면 그 현실을 보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제 작품은 여고생의 성을 상품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비판하자는 것입니다. - 여고생의 성기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오럴섹스 묘사가 포르노와 무엇이 다른가? 포르노도 예술입니다. 포르노의 성행위가 과장된 면은 있지만 우리의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숨어서 보고 즐기면서 양지로 드러내면 음란이라고 말하는 사회의 구조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이번 전시의 논점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보여지는 그것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제가 말하려는 이면을 보아주길 바랍니다. - 작품을 내린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친구 중 한 명이 ‘비겁하게라도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한 번 보여준 것으로 만족합니다. 감옥 가는 것은 괜찮지만 돈이 없어서요. 벌금을 맞을까 걱정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6개월 정도 쉴 예정입니다. 그 다음은 다시 민중의 삶을 그려보렵니다. |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