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힘겨워하는 내 이웃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할 수 있도록 밝게 빛나는 따스한 손길을 나눠주시기를 간절히 청해봅니다”.
정신지체 성인여성들의 안식처 ‘정든집’ 5명의 식구들은 10월20일 늦은 오후 성남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 초대받았다. 미혼모라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숨죽여 갓난아이를 키웠던 동안의 모자도 그 옆 자리를 채웠다.
할머니와 살며 어제같은 하루, 오늘같은 내일에 심드렁한 초등3년생 성일(가명)이네도 모처럼 ‘조손가정’이라는 세상의 인식을 떨친 채 비보이들이 무대에서 토한 열정에 맘껏 매료됐다.
‘정을 심으니 정이 난다’
싱글벙글 ‘정을 심는 콘서트’. 지난 1988년 지역의 미혼모와 안타깝게 방치되는 아이들 문제에 안타까와 하며 첫 모임을 결성한 사단법인 ‘ 정을심는복지회’(이사장 신영수.이하 정심회)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한 성남최초 소외이웃을 위한 문화치유 콘서트장은 말그대로 성황이었다.
분당 성남에서 모인 1천여명의 후원시민과 미혼모자가정, 학대받던 손주를 가슴에 껴안은 조손가족과 빈곤 질병으로 지쳐버린 극빈재가노인들이 발랄한 10대들과 함께한 콘서트장엔 가수 주현미와 화요비의 하모니가 메아리처럼 가슴을 메웠다. 웃찾사의 요절복통 개그, 힙합 배틀러 크루 비보이에 어안이 벙벙해진 할머니 옆에서 댄스에 매료된 10대는 한손으로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른 한손으론 할머니 무릅을 치며 장난끼를 발했다.
환상의 마술쇼, 지킬앤 하이드 뮤지컬, 아카펠라 공연과 R&B가수 화요비의 잔잔한 안개무대까지… TV속 세상이 눈앞 콘서트로 실감나게 다가온 늦은 저녁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성찬’같았다.
사람사는 정을 심는 복지회는…
성남시 최초로 소외받는 이웃들을 위한 문화치유 콘서트를 개최해 주목받은 정심회는 지난 1988년9월 미혼모와 그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내 아이는 내손으로’키우자는 취지아래 2003년까지 약 120여명의 아이들을 친부모와 함께 살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복지회 신영수 회장은 “21세기의 최대쟁점은 인류의 복지라고 규정하지만 우리사회 경제적 현실은 일정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위협과 가족붕괴 현상으로 나타나 많은 어린이들이 가장 기초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 학대,소년소녀 가장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과 질병으로 인해 절망과 소외감에 휩싸여 있는 극빈노인층, 물질만능의 가치관 속에서 삶의 지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청소년등 우리가 함께해야할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현실.
장소난과 재정난 등 만만찮은 난관을 딛고 어렵게 콘서트를 마련했다는 정심회 정태자 회장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일컬어지는 이웃들이 정작 사회로부터 위화감을 느낄때는 최저의 생할수준이 아닌 문화적 차이때문”이라며 “문화를 통해 정서를 치유하고 살아가는 자존감을 부여하는 콘서트에 여러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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