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례형태”
화장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이세영 회장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지하보도를 걸어가다보면 구리빛 단지들이 가지런히 놓여진 전시장을 볼 수 있다.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잠시 멈춰서 구리빛 단지들을 감상하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곤 한다. 이 곳은 <화장문화실천 범국민 추진위원회>의 홍보관으로 구리빛 단지는 유골함이다.
매장으로 국토가 묘지화
추진위원회 이세영(75) 회장은 홍보관에서 화장에 대한 시민홍보와 상담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매장문화의 폐해를 개선하고 장례문화로써 화장을 정착시키고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묘지면적은 전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으며, 묘지수는 2,000만기 정도 됩니다. 그리고 매년 20여만기의 분묘가 늘어나고 있어, 여의도 면적 약 1.2배 크기의 국토가 묘지화 되고 있습니다.”
그가 위원회 회장직을 맡아 화장문화 실천운동을 벌여나가는 데에는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서울시와 감사원의 장례문제 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은 대구에서 공원묘지를 설립, 운영하기도 했으며, <명복의 전화>에서 장래상담 및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을 했었다.
“오랜 기간 장례에 관련된 일을 해오다보니 매장의 폐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땅덩이가 작은 우리에게 화장은 가장 이상적인 장레형태입니다.”
화장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화장동의서에 서명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순동납골함을 증정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화장에 관한 상담과 행정업무도 무료로 대행해 주고 있다.
“화장문화를 보급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홍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몸소 뛰고,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사회지도층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
<화장문화실천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화장을 널리 보급하는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되었다. 위원회원들은 모두 화장에 동참하고 있으며, 몇몇 사람은 시신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세영 회장도 사후 화장에 앞서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다. 올 2월부터 홍보관을 운영해온 이 회장은 그간 500여명의 화장신청자를 받았다.
“죽어서 재가 될 몸인데 왜 그리 죽은 육신에 집착을 하는지, 화장신청자들 대부분이 작은땅에 묘지뿐이라며 화장문화가 조속히 정착되었으면 하더군요. 젊은 사람들보다 장년층의 참여가 더 높습니다. 화장을 신청하려 왔다가 시신까지 기증하고간 부부도 있었습니다.”
상담과 홍보활동으로 하루일과를 채우는 이 회장은 화장보급을 위해 대구에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화장실천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이 회장은 화장이 정착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은래나 등소평같은 국가지도자들이 화장을 몸소 실천해, 유교의 종죽국인 중국에서 화장률은 100%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시신기증이나 장기기증, 화장동참 등 사회봉사에 몸소 실천해야 합니다.”
“연극의 매력에 빠져 살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이론과 김덕희씨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김덕희씨(28)는 오늘(6월26일)도 중앙대로 향한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내준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분주했던 터라 잠시나마 쉴 짬도 없는 듯 하다. 3시와 7시에 있는 공연. 하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하다. 오늘 공연이 ‘젊은 연극제’의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공연에서 드라마 터그를 맡고 있다. ‘젊은 연극제’는 매년 전국에 있는 연극학과가 참여해 테마에 따라 준비했던 공연들을 발표하는 축제형식의 연극제이다.
김씨가 연극을 접한 것은 국민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과내의 연극학회(무대섬)에 가입하면서부터이다. 어렸을 적부터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던 김씨는 그저 우연한 기회를 통해 학회에 가입했다고 한다.
“선배들과 분위기도 좋고, 또 ‘영화나 연극이나 비슷하겠지’ 하는 막연한 심정으로 연극반에 들어갔죠. 하지만 직접 연기를 하고 공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결국 본격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극원에 진학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연극이라는 고된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극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은 무대예술입니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미리 촬영된 영상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배우가 숨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되죠. 인간이 몸을 통해 생생한 자신의 모습을 전한다는 것.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죠.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이 계통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만큼의 매력이 계속해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김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론과 실천을 겸하는 연극 이론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연극은 모두 서구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의 전통연희들은 발전되지 못한 채 박제되어 버렸죠. 서구의 연극이 3천년이라는 유구한 세월동안 쌓아놓은 연극적 토대가 바탕이 되었다면 우리의 그것은 80년 정도에 그치는 정도입니다. 때문에 급조된 연극의 전통을 세우고 이를 이론화하여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전 이론가이면서도 작업에 직접 참여해 공연을 통해 검증되는 이론을 확립하는 연극인이 되고 싶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다시 연극원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는 만학도의 생활이 쉽지많은 않다”며 쑥스러운 듯 웃는 김씨의 모습은, 열정과 순수함으로 표현되는 이 시대 청년의 얼굴이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도심 안에 자리잡은 단학선원 서윤정 덕수궁지원장
중구 태평로에 자리한 단학선원을 보게되면 왠지 모를 낯설음이 앞선다. 고즈넉한 산사와 같은 느낌의 단학선원이 질주하듯 내지르는 차량들과 높다란 빌딩숲 사이에 위치해서일까? 흥미로움에 이 곳을 찾아가 보면 단아한 몸가짐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서윤정(33) 원장을 만날 수 있다. 선원내 사범이나 수련생으로 착각할 만큼 서 원장은 무척이나 어려보였다.
“기가 원할히 돌면 얼굴이 맑아집니다. 흔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죠, 그것이 다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막혀서 그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단학선원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지만 덕수궁지원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50여명의 수련생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때문에 서 원장은 한 시간 수련을 30분은 스트레칭, 20분 정도의 단전호흡 그리고 10분 뇌호흡과 마무리 교정체조로 준비했다.
“스트레칭은 몸의 긴장을 이완시켜 장을 튼튼히 하고, 뇌호흡을 통한 명상은 뇌파를 떨어뜨려 마음의 안정을 높이고, 창의력과 집중력을 길러줍니다.”
7년전부터 수련을 쌓아온 조 원장은 “단학선원의 뇌호흡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긴장을 달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척 이롭다”고 말했다. 선원을 찾는 사람들은 선원과 그녀의 지도에 따라 2달정도 수련을 쌓아도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의 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뇌호흡과 명상을 통해 긴장된 몸과 마음이 이완되며, 기의 흐름이 원할해져,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됩니다.”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