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성주 기자]28일부터 서울시내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4개 편의점 3,798개를 비롯해 전국 17,080개 가맹점에서 술을 사면 “주류 구입하세요? 신분증 제시해주세요~”라는 친근한 안내멘트가 흘러나온다. 편의점 계산대에 자체 시스템을 갖춰 점원이 바코드를 찍으면 음성이 나오는 방식이다.
만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행위는 ‘청소년보호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는 술을 파는 사람은 더 쉽게 확인이 가능하고 사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이번 음성안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 개최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 개선 아이디어 제안대회’에서 74: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서초구 양재고등학교 1학년 박진우, 김시현 학생의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이 된 사례로서,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을 청소년들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보고 개선의견을 낸 것이라 더 뜻 깊다.
“편의점 점원들은 손님이 술을 살 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계산할 때 기계가 유머러스하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보여달라고 하면 고객입장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분증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두 학생은 말했다.
참여 가맹점은 서울지역은 3,798개 가맹점을 비롯해 총 17,080개다. 서울시는 음성안내 서비스 도입을 위해 여러 편의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음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뜻을 같이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음성뿐만 아니라 화면 송출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을 도입해 12월 첫째 주에 전국적으로 도입한다.
음성멘트는 서울시가 제공한 4가지 음성 중에 모든 편의점에서 이견없이 “주류 구입하세요? 신분증 제시해주세요.”로 채택, 프로그램화해서 전국 가맹점으로 배포했다.
또한 음성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시현 학생의 이모인 성우 박윤경 씨(독립성우집단 보키니 소속)의 재능기부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음성안내 시스템이 도입되면 손님이 술을 사기 전에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나아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이 변화돼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술을 파는 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특히 편의점은 청소년들이 많이 찾고, 직영보다는 가맹으로 운영되는 특성 때문에 점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번 음성시스템 정착과 더 나아가 청소년 주류 판매 근절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4월 6일부터 5월 3일까지 편의점 1,000개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주류 판매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4.8%가 신분증 확인도 없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했고 이중 49.7%가 나이조차 물어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4월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여론조사 결과, 시민 75.4%가 ‘음주폐해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이 중 특히 ‘청소년 음주’가 심각하다고 꼽아 시에서는 청소년 음주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향후 대형마트, SSM, 소규모 슈퍼까지 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 개선에 동참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이번 음성시스템 도입은 청소년들을 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청소년들 스스로 느낀 점을 토대로 제시한 의견을 정책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시에서는 앞으로도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이 공감하는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