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러나 멕시코적인
《이미지 스케이프 - 멕시코 미술의 오늘》 展
인터넷에
의해 세계인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고, 지구 곳곳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으며, 같은 음악을 듣는 오늘날은 민족이나 인종,
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한 시대이다.
현대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경계의 무너짐’이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이분법이 무의미해지고, 예술도 서로의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예술작품의 주제도 거대서사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그 중심이 변하면서 탈국가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퓨전문화가 세계적인 강세인 것이다.
국제적 언어로 표현되는 멕시코 정서
소격동의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미지스케이프-멕시코 미술의 오늘》을 보면 세계 미술의 흐름 속에서 멕시코 미술의 오늘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가 카릴로 힐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퍼포먼스를 통해 개념미술을 표현하고 작품을 통해 관람자의 감성적인 부분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주목받는 프란시스 알리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선 참여 작가인 이사이 후시드만, 바로크적이면서 키치적인 사진과 비디오 작업으로 알려진 미구엘 칼데론, 가면의 상징성에 천착하는
카를로서 아모랄레스 등이 이번 전시회의 주요 작가이다. 이외에도 멕시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5명 작가의 회화, 비디오아트, 설치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약 41점이 전시되어 있다.
멕시코
미술은 서구 평론가들에 의해 미국과 서유럽의 모더니즘에서 파생되었거나 그것을 모방한 정도로 인식되어 오다가 90년대 들어 재평가가 이루어졌다라틴의
혼성문화가 가지는 생명력과 독창성이 인정받은 것이다.
멕시코 현대 미술은 멕시코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멕시코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거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작가들 개인의
일상적 가치들로 얻어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혼성문화적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적인 미술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카를로스 아모랄레스의 <5월 2일의 격투장(1998~1999)>. 이 작품은 낮에는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고, 밤에는 가면을 쓴
레슬러로 살아가는 삶을 소재로 제작한 비디오 작업이다. 레슬링은 멕시코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이다. 현실세계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현실과 달리 영웅이 될 수 있게도 하는 레슬링을 통해 작가는 이중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디오 아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이다.
레슬링이라는 소재 역시 국제적이다. 그러나 멕시코 대중에게 레슬링은 ‘일상적으로 즐기는 비일상적인 세계’로서 그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하겠다.
자동차
바퀴에 건조시킨 장미를 두른 벳사메 로메로의 <구르기 위한 용기(1997)>도 설치 작품이라는 세계 미술의 보편적인 작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제재인 자동차 부품은 폭스바겐 차바퀴로 멕시코의 도시생활을 상징한다. 폭스바겐 차는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차중 하나로 멕시코시티의 비유이다. 기계적인 자동차에 화려한 장미장식을 더함으로 남성 상징을 여성적 메타포로 탈바꿈한 작품이다.
모니카 가스티요의 <그려진 사람들(1999-2000)>에서도 퓨전문화적인 특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손가락, 얼굴, 팔
등의 신체를 캔버스화하여 색을 칠하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몸은 항상 영혼과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신성시해야 함을 강조하는
멕시코의 종교적 교리에 반하여, 몸을 캔버스처럼 사용함으로서 물(物)로 대상화된 신체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는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해서 이루어지는 국제교류전이다.
그간 멕시코와 문화적 교류가 별로 없었던 만큼, 멕시코 미술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러나 관람을 하다보면 오히려 그 익숙함에 놀라게 된다.
‘멕시코 미술의 오늘’ 전은 멕시코 문화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고 멕시코의 현실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애써 ‘멕시코적’인 것을 찾을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감상하면 국경을 뛰어넘어 동시대인으로서의 교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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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적인 소재에 주목하세요.” 전시 - 멕시코 미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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