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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의 귀환’킹이냐 킹 메이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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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차기 대선국면을 앞둔 가운데 현실정치의 커튼 뒤에 물러나 있던 `원로정객'들의 활동이 대중 앞에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金)'은 물론 여야의 옛 중진들까지 공개, 비공개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원로정객의 발언과 행보가 전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기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 경쟁이 궁극적으로 세를 모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옛 지역맹주와 중간 보스격 중진들이 차기 대선주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맞닿으면서 정치판의 `복고주의' 현상은 대선의 변수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져가고 있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DJ. 특강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아다가,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과의 지난 4일‘동교동 회동’으로 향후 여권발 정계 개편의 한축이 아니냐는 억측을 사고 있다.

야당에서는‘상왕(上王)정치’가 부활했다는 비판론까지 제기됐다. DJ와는 평생의 라이벌인 YS와 JP의 경우엔, 자신들에게 쏠린 여론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지난 17일 만찬회동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차기 대선 모드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JP가 지난 13일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노병은 죽지도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정가의 분석을 낳고 있다. 특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계 복귀설도 최근 정치권을 시끄럽게 달구는 요인이다.

이 전 총재가 "대권보다는 국민의 자유와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총재는 "지금은 정계복귀 등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도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것 같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게 가장 우선적인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이 정권은 싹수가 노랗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며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노예의 평화로 가는 노 정권을 막아야 한다. 단순히 규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거부운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昌)의 복귀 신호탄이 터졌다. 두 번의 대권도전, 두 번의 실패. 이후 재야에 묻혀 숨죽여 왔던 그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킹이냐 킹 메이커냐의 갈림길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며 20일 사실상 복귀를 선언했다.

이 전 총재의 복귀는 최근 노무현-김대중 전 현직 대통령의 사저회동, 이에 맞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연대 움직임과 함께 내년 대선에 큰 변수를 예고하고 있다.
여권 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벌써부터 노-DJ연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에게도 창의 복귀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이 전 총재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있는데다 창이 복귀할 경우 급속한 연대와 함께 곧 대선주자 추대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킹이냐 킹 메이커냐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지만 현재 스코어 상으로 이회창 자신이 ‘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창의 복귀 논란 속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애정이 있다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이길 바랄 뿐”이라고 직언하는 등 반발기류도 만만치 않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킹이든 킹메이커든 이회창 전 총재의 손에는 현재 양날의 검이 쥐어져 있는 것이다.

‘昌의 귀환’
이 전 총재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정계 복귀 및 대선 역할론과 관련,
“‘좌파 정권’의 집권을 막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20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한국지성인 단체총연합회(수석 공동대표 이우태 경남대 경영대학원장) 초청 특강을 통해 “최근 북핵 사태 등 나라가 처한 모습을 보면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이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면서 “그것을 막는 게 가장 우선적인 내 역할이다. 지금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도 이 전 총재는 정계 은퇴 이후 올 들어서만 세 차례의 외부 강연을 통해 “차기 정권은 반드시 비(非)좌파 정권으로 교체돼야 한다”, “제3기 좌파 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 반(反)좌파대연합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총재가 ‘좌파 정권의 종식’을 자신의 역할로 언급한 것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던 지난달 19일 동국포럼 특강에서의 발언보다는 ‘진일보’ 한 의미로 해석돼 내년 대선을 겨냥한 ‘창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 그러나 당사자인 이 전 총재는 여전히 정계 복귀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소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가 당내를 비롯해 향후 대선판도를 180도 돌려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도 정계 복귀에 대한 당 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저 사람이 대권에 나서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벌써 있는 것 같다”면서 “나는 대권보다는 국민의 자유와 그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 정권이 다시는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연에 앞서도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정계 복귀 논란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병풍(兵風)’ 등 이른바 ‘3대 의혹사건’과 관련, “전형적으로 깜짝쇼가 성공한 예”라면서 “이번에도 그들이 무슨 깜짝쇼를 할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은 속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002 대선 당시 언론사들이 한 여론조사를 보면 나는 40% 전후, 때로 50%대의 지지율로 노무현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가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1위를 하자 그 지지도가 껑충 뛰어 나를 앞섰다가 얼마 후 다시 떨어졌다. 다시 선거일을 코앞에 둔 그해 11월에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깜짝 경선에서 이겨 단일후보가 되고 여기에 여당이나에 대한 이른바 3대 의혹 조작사건을 집중적으로 터뜨리면서 다시 노 후보의 지지율이 뛰어올라 나를 앞섰고, 그런 상태로 투표로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깜짝쇼가 성공한 예이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는 DJ의 ‘무호남 무국가’를 겨냥 “지역감정 자극하면서까지 햇볕정책 옹호한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다시금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이 북핵 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가 차고 적반하장”이라며 “북핵 위기의 장본인은 핵을 만든 김정일이고, 그런 김정일에게 돈을 갖다 바친 사람이 바로 김 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최근 고향이 목포 방문에서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t수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데 대해서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까지 햇볕정책 옹호론을 펴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미래보다는 오직 김정일 독재정권을 살려내고 다시 이 땅에 좌파 정권을 세워 자신의 업적과 위치를 지키겠다는 욕심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정권이 하는 것을 보면 싹수가 노랗다. 말로는 북핵을 반대한다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다”면서 “온 국민이 나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행보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는 우리의 핵 보유 또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의 즉각적인 포기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정부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회창 복귀에 정치권 들썩
어쨌거나 이 전 총재는 지난 16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있던 상태.그동안 설로 남아있던 그의 복귀를 이 전 총재의 구체적 움직임과 맞물려 주변에서 라운드업하고 있다.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17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벌써 두 번이나 집권에 성공하지 못한 정당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놓칠 경우 존립이 힘들다”며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북돋았다. 이 전 총재 시절 당 사무부총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이 전 총재) 은퇴 결정 명분이 100이라면 정계복귀 명분은 200정도 돼야 한다”면서 “복귀라는 명분이 지금 눈앞에 다가온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당내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숫자를 정확히 얘기할 수 없지만, 이심전심으로 (이 전 총재가) 복귀한다면 뜻을 같이하려는 분이 몇 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의 조춘호 대표도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재는 국민들이 마셔야 할 한 사발의 시원한 물과 같은 존재”라며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는 ‘킹’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특히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다른 대선 예비후보자들과 비교해 경륜과 경력 또 정치적 이념, 이런 것들이 훨씬 앞서있고 훨씬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보다 우월한 위치임을 강조했다.

현재 창사랑 내에서는 복귀를 바라는 여론몰이가 한창으로 알려졌으며, 이회창 명예회복 운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회원들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정계복귀를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담아 집회까지 갖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정계복귀설에 대한 당내 기류는 ‘부정적’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하게 된다면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으로 이뤄진 현재의 ‘빅3’ 대권구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빅3’ 진영의 표정은 덤덤하다. 이들 모두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게 아닐뿐더러, 비슷한 소문은 그간 계속 돌지 않았냐. 확인된 팩트(fact; 사실)가 아닌데 그에 대해 이러저러한 논평을 하는 일 자체가 맞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속엔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있다.
한 대선주자의 측근은 “이 전 총재 입장에선 ‘병풍 사건’ 등으로 억울한 게 많겠지만, 그 누구도 패배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두 번의 대선에서 내리 패한 데는 이유 불문하고 책임이 있지 않냐”며 “더 이상 당이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런 모험을 하게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측 관계자도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겨우겨우 벗어내고 있는데 이 전 총재가 복귀할 경우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기류는 대선주자들 주변만이 아닌 당 전반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들과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昌의 복귀 급변하는 한나라당 대권구도
정치는 생물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이같은 분위기 역시 단 하나의 계기만으로 반전될 수도 있다. 럭비공 튀듯 단 1%의 변수만으로도 한나라당 대권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이 전 총재의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방문해 차기 대선과 관련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알려진 상태다. 도움을 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정도면 가까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 전 시장은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는 너무 안주하고 주위에서 둘러싸는 스타일이다. 솔직히 인간적으론 노무현 쪽이 더 마음에 든다”고 발언하며 대놓고 이 전 총재를 비판하고 나선 일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측에서 “차기 대권에서의 자기 입지를 위한 발언으로, 이 시장은 벌써부터 지나치게 대권병에 든 게 아닌가 싶다”면서 “비례의 극치로 불쾌하다, 인식모독” 등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였을 정도다. 직후 이 전 시장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고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이 전 총재를 당과 나라를 위해 받들고 모셔야 할 어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지난 10월 동국포럼 행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완전국민경선제도 채택 이후 이 전 시장 측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와 관련해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포퓰리즘(대중주의)으로 흐를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논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구나 이 전 시장 계열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이 이 전 총재의 이념과 같은 궤의 당내 보수파들과 대립적인 관계인 것도, ‘창의 복귀’가 이 전 시장 측에 반가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총재와의 관계가 소원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깊은 얘기를 전할 순 없지만 그런 얘기들의 전혀 반대”라고 펄쩍 뛰었다.
이어 “이 전 총재가 정치를 재개한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얘기부터 도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얘기로 당의 분열을 촉진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제기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 측의 관계는 어떠한가?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와 관련해선 박 전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전 총재 측은 “어느 편을 든 것도 아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은 사라지고 인기투표가 돼 정당존립 근거를 흔들기에 반대한 것 뿐”이라며 극구 부인하는 상태다.
또 지난 7·26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이 전 총재가 공천을 부탁한 인사가 탈락한 이후, 박 전 대표와의 교류가 뜸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더구나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는 ‘보수’와 ‘영남’이라는 지지기반이 모두 겹치기 때문에 이 전 총재가 ‘킹’으로서 정계에 복귀할 경우,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킹메이커’로서 등장한다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당내에서 ‘친박근혜’로 분류되는 세력들은 전통적으로 이 전 총재의 계보로 분류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회창 전 총재가 ‘킹’ 혹은 ‘킹메이커’ 가운데 어떤 형태로 정계복귀를 할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면서 “이 전 총재가 복귀를 한다면 당연히 ‘킹’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걸 다른 대선주자들이 그리고 당이 받아들일 것 같냐”고 말했다.
그는 “혹시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지만, 설사 이 전 총재가 ‘킹메이커’로 역할을 한다 해도 그를 기꺼이 받아들일 대권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가 전통적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떼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선 주자들에게 있어 그의 그림자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1100만 표의 ‘정치력’
이처럼 ‘창의 귀환’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각각 1100만 표 이상을 얻은 그의 ‘정치력’ 때문이다. 40%대의 당 지지도와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 ‘빅3’를 보유한 한나라당이지만, 대선후보 경선 등을 거치며 주자간 ‘잠재된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내년 대선에서 ‘낙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그동안 ‘창의 정계 복귀설’이 언론에 부각된 시점이 선거 등 당 내외 역학구도 변화와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음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전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가진 1, 2차 당직 개편에서 이 전 총재의 측근 인사들을 당대표 비서실장(진영, 유승민)과 사무총장직(김무성)에 기용, ‘당권(黨權)’ 장악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크고 작은 당 내외 선거를 치르면서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설이 측근 인사 등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왔다.
지난해 4.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 측 자문그룹(북악포럼)에서 활동한 공성진 의원에 의해 ‘창의 복귀’ 가능성이 한 차례 거론됐다. 또 이를 즈음해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이병기 전 정치특보도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돌아왔으며, 이 전 총재는 ‘북악포럼’ 멤버들과 정계 은퇴 선언 이후 최초로 공식적인 만남을 갖기도 하는등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이 ‘탄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는 2002년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병풍(兵風)’ ‘기양건설’ ‘설훈씨 20만불 수수’ 등 3대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이 공론화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정치특보를 지낸 바 있는 강재섭 당시 원내대표(현 대표최고위원)는 “이 전 총재는 정계 복귀에 뜻이 없다”고 못 박았으며, 인재영입위원장이던 김형오 의원(현 원내대표), 전여옥 당시 대변인 등도 이 전 총재의 복귀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후 7월 ‘안기부 X-파일 도청 파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은 8월말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를 계기로 다시금 불이 붙는다. 홍문표 의원 등이 이 전 총재의 ‘대선 역할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 더구나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정국과 맞물리면서 당의 안정을 위한 ‘정신적 지주’로서 이 전 총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대두됐다.
아울러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참석을 기점으로 대외 활동을 폭을 넓혀온 이 전 총재는 10.26재보선에서 대구 동을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직접 지원했으며, 올 들어서도 5.31지방선거 기간 후보자 선거사무소 격려 방문 등 이 전 총재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송파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흥주 전 특보가 최종 공천자 명단에서 밀려나 이 전 총재의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 총재 측도 내심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인지 7.11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대표는 신임 인사차 이 전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당원들 마음속의 대통령”이라고 이 전 총재를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번 전대가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처럼 된 것은 아주 잘못”이라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최근 당내 차기 대권주자 ‘빅3’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창의 귀환’이 신호탄을 울린 것이다.

창의 약발은 여전히 유효
비록 ‘최전방’에서 물러나 있었다고는 하나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이 전 총재의 복귀설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17일 “이미 10년에 걸쳐 2번씩이나 국민의 평가를 받은 분이 높은 지위의 대권후보가 2명씩이나 있는 당에 복귀하겠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지나친 노욕(老慾)이 아니냐”고 강력 비난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당초 이날 예정돼 있었으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무기한 연기’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회동과 더불어 이 전 총재의 잇단 강연 행보를 언급하며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정치판 주변을 서성거리는 흘러간 정치인의 모습은 국민에게 씁쓸함만을 안겨줄 것”이라며 “구태 정치인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은 지역주의와 구태라는 옛 정치의 흔적과 함께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롤 놓고 “구체적인 정계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해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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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스텐트 환자, 다른 수술 때 아스피린 복용 중단해도 안전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아스피린이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치아 발치나 용종 제거를 위한 내시경치료, 암 수술 등 다른 질환으로 수술받을 때 출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타 수술 전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지 1년 이상 경과한 환자가 암, 치아, 무릎, 고관절 등 비심장수술을 받을 때 아스피린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비심장수술을 받기 전후 일시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환자와 비교하여 사망·심근경색·혈전증·뇌졸중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출혈은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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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남이동길’에서 느끼는 예술의 향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남이동길에서 ‘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Närt문화살롱’은 서대문구 남가좌 생활상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재미진동네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이 다양한 예술인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술을 매개로 네트워킹을 형성해 지속적이고 특색있는 ‘남이동길’만의 예술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다회차로 나눠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7월~8월 #1 프로그램과 #2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9월부터 10월까지 #3 프로그램과 #4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Närt 문화 살롱 #3 프로그램은 ‘Närt 화요 미식회; 예술 한 조각, 대화 한 스푼’이라는 주제로 9월 24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5곳의 상점에서 5회차에 걸쳐 강연을 진행한다. 강연 장소와 주제는 △1회차 ‘선휴커피’에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남이동길’(건축가 김은경 소장) △2회차 ‘조조갤러리’에서 ‘K-pop과 엔터테인먼트 시장’(배드보스 컴퍼니 조재윤 대표) △3회차는 ‘노잉로스팅 하우스’에서 ‘사진과 영상예술’(사진작가 송길수) △4회차는 ‘썬공방’에서 ‘현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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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