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달려간다- Run to You"를 부르는 강택구
애플씨어터 2001 여름 레퍼토리 <강택구>
‘과연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과연 그토록 아름답다던 금강산을 볼 수 있을까?’ 지금은 북한 땅을 밟을 수도, 금강산을 볼
수도 있다. 한동안 우리는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일들의 가능성을 지켜보고 ‘통일’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통일’을 바라는 절실함에는 분명 세대간의 차이가 있다. ‘통일을 하면 남, 북한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굳이 통일을 해야만
하는가?’ 등이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의 생각이다. 이들에게 연극 <강택구>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통일’, 과연 진부한 주제인가
‘북한군들은 머리에 뿔이 달렸대’
아니다. 북한군도 우리같은 사람이다. 386 이전의 세대들은 초등학교 시절 막연히 북한군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항상 머리 위에 뿔을
그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요즘의 세대들은 북한의 실정을 알려고만 든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남북 분단에 대해, 통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왜냐하면 ‘통일’은 지금의 그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극 <강택구>는 이런 젊은 세대들에게 말한다. ‘가슴 밑을 들춰보시오. 그 깊은 곳에서 무엇이 꿈틀대는지’. 이 작품은 <난타>,
<락햄릿>의 연출자 전훈 씨가 러시아 유학 시절 만든 작품으로 95년 쉬옙낀 연극대에서 발표하여 주 러시아 한국 대사관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이를 4년간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연출가 김노운 씨가 데뷔작으로 선택해 한국에서는 5년만에 초연된다. 현재
이 작품은 동아연극상 후보에 올라있다.
연극 <강택구>의 주인공 강택구 역은 <남자충동>, <6호실>, <유리가?gt;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권오진 씨가 맡았고, 특종에 목숨을 건 기자 최용갑 역은 <시집가는 날>, <어린왕자>에 출연한 최진석 씨가
열연했다. 강택구의 이복 동생으로 러시아 유학생으로 나온 강두만 역은 <로미오와 줄리엣>, <6호실>의 김영래 씨가
연기했다.
지하실 안에서 이복형과 동생이 만나다
캄캄한 지하실 안에 내복 바람의 두 남자가 서 있다. 그리고 죽은 듯 한 명의 남자가 누워 있다. 그들은 각각 신원불명의 러시아인과 탈북자
수색조에 의해 납치됐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지하실에 놓인 세 사람은 납치된 사정을 얘기하게 되는데...
지하실이란 한정된 무대에서 즉석으로 의상을 갈아입고선 그들이 잡혀 오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세 사람의 능청스런 연기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배역 바꾸기는 이 연극의 가장 큰 재미이다.
모스크바에서 2년째 공부하고 있는 강두만은 서울서 왔다는 기자 최용갑의 방문을 받는다. 그는 두만에게 아버지가 1.4후퇴 때 북에 남기고
온 이복형(강택구)이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내일 당장 출발하여 특종을 위한 멋진 상봉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두만은
이복형의 존재를 냉담히 거부한다.
이 연극은 현재의 상황이 일어나게 된 과거의 과정들을 역할 바꾸기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강두만이 러시아로 유학오게 된 이유를
관객들에게 알리는 장면에서 “두마이, 제발 러시아로 공부하러 가라우”라고 강택구 역 권오진 씨가 늙은 아버지 역을 리얼하게 연기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강택구는 자신이 남한 노래를 잘 안다면서 “너에게 달려간다”란 곡을 제안한다. 강두만과 최용갑은 무슨 노래인지 순간 알지 못한다. 강택구는
“너에게 달려간다, Run to You”하며 같이 부르자 한다. 순식간에 무대는 DJ DOC의 무대로 바뀌고 이들의 춤과 노래가 시작된다.
의상을 즉석에서 갈아입은 세 남자는 관객과 하나가 되어 ‘Run to You’를 부른다.
한창 ‘노래자랑’의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강택구는 이제껏 숨겨온 사실, 자신이 ‘강택구’임을 밝히게 된다.
모든 진실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냉담한 강두만은 이복형 강택구의 존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
10분의 감동적인 무대
한창 무르익고 있는 가요 열창의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갑작스런 장면 전환이 이뤄져 관객들은 일순간 조용해진다. 두만은 남한에서 남편 사랑
한 번 변변히 못 받아 본 어머니의 죽음이, 택구는 북한에서 오로지 월남한 아버지만을 애타게 기다려 온 어머니의 죽음이 떠오른다. 결국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념의 차이로 그들 모두는 가슴 한 구석에 슬픔을 묻고 살아야만 했다.
결국 최용갑은 탈출구를 알아내고 함께 도망가자고 하는데, 강택구는 “두마이, 아바지한테 가서 아무말도 하지 말라우”라며 탈출을 거절한다.
“나는 자랄 때 아바지가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는게 소원이랬어. 죽은 줄만 알았던 아바지가 살아있다니… 하지만 내가 남한에 가면 우리
가족은 우찌되갔어. 이산가족이 될 거 아니네. 그럴 수는 없디. 그럴 수는…” 하고 독백한다.
‘통일’, ‘이산가족’ 다소 진부한 주제일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동생과 시베리아 벌목공인 이복형의 만남이 억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연극은 마지막 10분의 강택구의 가슴 아린 독백이 관객들의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것을 던져주고 간 것만은 분명하다.
공연날짜 : 2001년 7월7일- 8월19일 공연장소 : 인켈아트홀 공연시간 : 평일 7시30분/ 토 4시 7시30분 일 4시 / 월 쉼 관람료 : 일반 12,000원 / 대학생 10,000원 중고생 8,000원 문의 : 02) 766-2124 |
인 터 뷰 |
‘통일’이란 딱딱한 주제를 재미있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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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진 기자 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