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독신 문화 조성에 앞장설 것”
독신자 모임 ‘솔로베이’
독신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혼인율은 점차 떨어지고 이혼율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숫자도 전체의
12% 정도로 늘었다. 직접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혼인율과 이혼율, 1인 가구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결국 독신자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신자가 우리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한데 비해, 사회적인 인식과 배려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많지만,
한국에서 독신은 더욱 힘든 점이 많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독신자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독신자를 위한 주거 공간이나 편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직장에서 임원 감축 때도 독신자가 우선 순위가 되며, 세금도 더 부가된다. 회사도 가족행사니 가족수당은 챙기지만
독신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무엇보다도 ‘별종’으로 취급하는 주변의 시선이 독신자를 피곤하게 한다.
이승옥씨(38)가 독신자 사이트 ‘솔로베이’(www.solobay.com)를 운영하게 된 동기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나누기
위해서였다. 1999년 처음에는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했다. 정식 사이트로 도메인을 고친 것은 작년 2000년 5월. 그때부터 가입을 받기
시작한 회원이 지금은 6천 200여명에 이른다. 명실상부한 국내최대 독신자 사이트로 자리잡은 것이다.
회원들은 ‘솔로베이’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고민 상담도 나눈다. ‘SOS’ 게시판에서 쌀벌레 퇴치 법, 혼자 집수리 하는 법, 혼자
하는 응급처치 등의 ‘혼자 처리 법’을 주고받기도 한다.
‘아미르’(48)라고 자신을 밝힌 한 회원은, ‘솔로베이’가 자신에게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외에도
이 모임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솔로베이의 회원 연령은 20대에서 60대까지 상당히 다양해요. 물론 직업도 다양합니다.
연령이나 계층을 초월해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현 시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죠.”
운영자 이승옥씨는 독신의 장점은 ‘자유’에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유롭죠. 자기 계발에 투자하기에 독신은 좋은 조건입니다.
실제로 일에 빠져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아요.” 독신을 꿈꾸는 사람들의 특징적인 면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다른 사회 집단보다 확실히 독립적이고 주체성이 강한 것 같아요.”
언제나 홀로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독신 생활에 회의가 생기는 가장 빈번한 원인은 역시 원초적인 외로움. 휴일이나 휴가를 함께 즐길 사람이
없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기면 독신의 삶을 청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회원 윤상혁씨는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보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자장면 배달 거절부터 취업에서의 불리함까지. 그는
싱글에게 불합리한 사회를 변화시키자며 회원들을 선동한다. “사이버공간에서 뭉쳐서 사회적 개혁을 이룹시다.”
‘솔로베이’의 최종적인 목표도 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독신 문화’를 만드는 것이 ‘솔로베이’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다. 회원 주거 공간인 ‘솔로타운’을 건설한다거나 독신자 전용카페를 만드는 이상도, 진정한 독신 문화를 갈망하는 ‘솔로베이’의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춘옥 기자 http://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