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만 나와 봐, 놀자”
무지개 2001-퀴어문화축제 오는 9월14일부터 3일간
홍대주변서 열려
“우리나라에는
카니발이나 퍼레이드 등 거리 축제 행사가 별로 없어요. 구경 한 번 오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한채윤 씨(동성애 잡지 ‘버디’ 발행인)는 올해로 2회를 맞는 이번 행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작년에는 퍼레이드가 부수적 행사였는데 이번에는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시키고 있다”며 행사 일정에 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전시회, 영화제,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 열려
이번 행사에는 한국남성동성애자 인권모임 ‘친구사이’,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모임 ‘끼리끼리’, 섹슈얼리티 문화계간지 ‘버디’, 하이텔 동성애자
인권동호회 ‘또 하나의 사랑’, 나우누리 동성애자동호회 ‘레인보우’ 등 많은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전망이다.
3일 동안 피카소 거리 및 홍대 주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사랑, 퀴어영화, 에이즈’라는 3개의 테마를 가지고 거리전시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퀴어영화제는(9월14일 오후 6시 쌈지 스페이스) 1,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며 1부에서는 퀴어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게
된다. 2부에서는 뚜렷한 개성의 독립영화 감독 이지상ㆍ유상곤ㆍ김정구 씨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퀴어문화제 이외에도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 ‘에이즈 날 행사’ 등 잦은 행사를 가진다는 한채윤 씨는 “전시회나 영화제뿐만 아니라
이번 축제에서는 ‘연예인의 커밍아웃과 한국 사회의 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갖는다”고 말했다.
퍼레이드… “함께 노는 축제 만들기”
퍼레이드의 경우, 그 동안 성적소수자로서 겪었을 많은 억압들을 스스로 떨쳐내고 ‘나의 당당함’, ‘나의 즐거움’을 찾는다는 모토 아래 이루어진다.
특히 축제 행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퍼레이드는 축하공연과 각계 인사들의 축하메세지 전달 무대도 마련된다. ‘레즈비언 바이크’,
즉 레즈비언들의 오토바이 행진도 이어지며 하리수, 홍석천 등의 초청인사 행진이 뒤따르게 된다.
풍물패 행진과 ‘이반의 친구들’(동성애자이거나 이성애자로서 퀴어를 친구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진이 펼쳐진다. 군악대와 고적대
행진도 있으며 시민들의 행진도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걸음만 나와봐, 놀자”의 주제처럼 무엇보다도 이번 축제는 퍼레이드의 ‘함께 어울림’에
초점을 두었다.
9월15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30분까지 ‘놀다가 이뻐져라’ 주제아래 광란의 댄스파티가 열린다. 이번 댄스파티는 퀴어들에게
독특한 아이콘을 형성하고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음악을 위주로 해서 퀴어들의 몸짓을 보는 자리이다.
“시위가 아닌 거리 행사예요. 동성애자로서의 행복함과 즐거움을 거리에 드러내고 싶어요. 1회 때에는 거리 행진이 부수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중점을 두고 그 의미를 더욱 부각시킬 계획입니다. 정말 ‘함께 잘 노는’ 축제가 되길 바래요.”
한채윤 씨는 오랜 준비 끝에 이루어질 이번 축제에 대해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사흘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번 행사가 동성애자들의 집단
커밍아웃의 의미만이 아니라 이분법적인 성 인식을 조금이라고 탈피할 수 있게 하는 생산적인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
지은진 기자 http://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