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음악, 구멍 뚫린 주제 의식
세번째 앵콜공연 가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루지 못할 사랑의 고뇌로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의 비극을 그린 괴테의 원작에 정민선 교수의 창작곡을 붙인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극단 갖가지
제작·곡선웅 연출)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났다.
작년 초연과 올 봄의 앵콜 공연에 이은 세 번째 공연. 애절한 대사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클래식한 선율의 ‘울림’을 잊지 못해, 공연 때마다
챙겨보는 열성팬도 많다.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동호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베르테르 매니아’들의 애정은
열광적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로 관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음악’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오보에, 첼로, 신디사이저, 호른이 빚어내는 촉촉한 선율은 드라마와 절묘하게 호흡하면서, 관객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시적인 대사, 배우들의 열창과 연기, 고풍스러운 무대와 화려한 의상 등이 어울려 관객을 서정의 세계로 인도한다.
오페라식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도 독특하다. 잘 알려진 스토리와 뮤지컬이라는 대중적 장르에 힘입어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원작은 외국 것이지만, 뮤지컬로 만들기는 세계 최초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주제를 향한 응집력 아쉬워
다른 사람의 여자를 사랑해 고통에 빠진 한 젊은이를 통해 ‘이성의 감옥에 갇힌 감성의 흐느낌’을 토로했던 것이 괴테의 원작. 무대에서도
이성과 감성의 대립이라는 원작의 구도는 베르테르의 분신 카인즈와 관련된 서사 구조 속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충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첫째는 상상력을 차단시킬 만큼 설명적이기 때문에, 둘째는 대조적으로 주연들의 주된 이야기나 연기 속에서는 그 주제가 확연하게 끌어올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연에게서 핵심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베르테르 역의 지우에게 있다. 마스크와 분위기, 음색 등은 베르테르와 딱 떨어지지만, 밋밋한
연기가 질풍노도의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느껴졌다. 김선경은 사랑스럽고 감성적인 롯데 역을 잘 소화해 역동적인 롯데 이미지를 창조했다.
이번 공연의 최고 스타는 김법래가 분한 알베르트. 노련한 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저음은 이미 공인된 것이지만, 이번에는 캐릭터에 인간적인
부분이 첨가되어 더욱 돋보였다.
롯데에 대한 깊은 사랑을 고백하는 알베르트의 노래는 그 자체로는 완벽하다. 사막에 피는 꽃이 아름다워 보이듯, 시종일관 냉정했던 알베르트의
부드러운 모습은 관객을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문에 캐릭터의 극적 역할은 혼란스러워졌다.
알베르트는 이성, 베르테르는 감성 식의 도식적 갈등에서 벗어난 것은 좋다. 하지만, 알베르트의 서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베르테르의 슬픔은
축소되었다. 알베르트는 잔혹한 이성의 잣대를 표상하기 보다 냉철하면서 감성적 부분이 존재하는 상식적 인물로 그려졌다. 상대적으로 베르테르의
저항은 공중에 뜨게 되었고 갈등도 미약해졌다. 카인즈의 사랑과 죽음을 둘러싼 메시지와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주제가 분열된 것이다.
세 번째로 공연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을 지키려는 자들의 내면적 혼돈에 대해서도, 감성과 이성의 갈등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획을 잃어버린 점이 아쉬운 작품이다.
인 터 뷰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세 주인공베르테르 역의 지우“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에 충실했을 뿐”‘에메랄드 - 뮤지컬은 두 번째다. 무대에 대한 긴장감은 없나?
70년생. - 3년이나 알베르트 역을 맡아왔다. 같은 작품을 계속 선택한 이유는? 롯데 역의 김선경67년생.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