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책 하나 주세요.”
베스트셀러속 숨은 그림 찾기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아줌마, TV에서 서태지가 입고 나온 그 티 주세요.” 요즘 아이들의 물건 사기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비단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버버리 핸드백이요, 베르사체 신발이요’하며 매장에서 아우성치기는 똑같다.
인물과 사상사의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은 책사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책의 상업화를 지적하며 출판계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메스를 들이대는 한편 독서는 고매하고 지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출판계와 작가, 독자들에게
‘베스트셀러’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유행’이다.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베스트셀러의 조건인 3T를 보면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얼마나 상업적인지 알 수 있다.
3T란 시점(Timing), 과녁(Target), 책제목(Title)을 말하며 이 세가지가 잘 갖추어져야 베스트셀러, 즉 책이 잘 팔린다고
말한다.
출판계는 이를 위해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그 중에서도 ‘광고’와 신문의 ‘신간서적 안내’, ‘서평’은 유행을 만드는 선두주자다.
대부분은 언론과 함께 하지 않으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은 언론의 힘을 독독히 본 인물로 바로 이인화와 최인호를 뽑고 있다. 이인화는 전작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표절시비를 무마하고 조선일보의 서평에 힘입어 <영원한 제국>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서게 된 인물이다. 후에 <인간의 길>을 발표하고 파시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언론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시대 최고의 인기작가’라 불리는 최인호는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면서 히트를 치게
된다. 그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로까지 나아가 끝까지 언론과 공생하고 있다.
독자의 얄팍한 감성주의를 자극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인물에는 톰 클랜시와 김진명이 있다. 톰 클랜시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는 미국군부에 조응하는 호전주의자로 미국 우월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독자들에게
배타적 민족주의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이 책은 아직도 이들은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리 포터>시리즈로 무명작가에서 세계의 작가가 된 J.k.롤링은
진부한 소재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어린이들을 책상 앞으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 점은 그녀의 가장 큰 미덕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한국문학계에서 대모라 불리는 박경리의 <토지>가 있는 한 문학의 죽음, 소설의 죽음을 속단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좋은 책 고를 수 있는 눈 갖게해줘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은 머릿말에서부터 메스트셀러와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명확히 짚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베스트셀러 작가들
속으로 들어가면서 작가 개인에게 매몰되어 이 책의 취지를 약하게 만든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나누어 써서인지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보는 잣대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속에 숨은 그림을 낱낱히 보여주는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은 독자들이 한 번 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베스트셀러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작가와 이야기꾼’, ‘양서와 베스트셀러’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혜선 기자<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