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연예인! NO 팝송! NO 상품!
음악으로 승부하는 라디오프로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
요즘 라디오프로를 듣다보면 이곳저곳에서 연예인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DJ부터 게스트 심지어는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연예인들이 모두 꽉 쥐고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라디오프로들은 벌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가을개편에서도 백재현, 하리수 등이 DJ로 대거 기용되어
연예인중심의 프로는 더 늘어나고 추세다. 그러나 연예인 중심의 라디오프로의 흐름 속에서 연어처럼 거꾸로 가려는 프로가 있다. 바로 SBS
파워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 박스>가 그 연어다. 지난 9월, 이 프로는 다른 경쟁프로를 제치고 동시간대 청취율 1위로까지
올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예인도 없고 수다도 떨지 않는 이 프로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정통 FM’을 보여주마!
<스위트 뮤직박스>는 밤 12시부터 두 시간 동안 2년 넘게 방송되고 있다. DJ가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고 최신가요를 틀어주는
것도 아니고 음악만 줄곧 틀어대는 이 프로는 확실히 다른 프로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 이 차별화가 바로 <스위트 뮤직박스>의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스위트 뮤직박스>가 빛나는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심야프로라는 것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BGM(Back
Ground Music)형식의 방송은 명절 때 아니면 듣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연일 계속되는 연예인들의 수다에 지친
라디오 청취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20대 전후반을 청취자층으로 고려한 <스위트 뮤직박스>는 가요만을 선곡한다. 대부분 발라드가요가 차지하지만 숨어있는 가요와 지나간
가요를 듣는 재미가 솔솔하다. 한 청취자가 매달 발표하는 ‘<스위트 뮤직박스>의 방송결산’에서 이 점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 달에 한 번만을 방송하는 곡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발표는 이 프로를 만드는 PD, DJ, 작가들의 노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에는 연예인이 나오지 않는다. 게스트가 아예 없어 토크도 없다. DJ 또한 처음 방송시 잘 알려지지 않은 SBS 정지영 아나운서였다.
여기서 정지영 아나운서는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진행은
청취자들을 바로 게스트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이 없는 <스위트 뮤직박스>는 음악만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더욱 붐비고 있다. 가끔 새로운 음반이 나오면 알게 모르게 청취자에게
보내주기도 한다지만 가끔 있는 일이다.
‘정지영 정권’, ‘달콤목욕탕’, ‘달콤가족’
<스위트 뮤직박스>를 처음 기획했던 김동운 PD는 이 프로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나 한 통신공간에
띄워져있는 칭찬 일색의 <스위트 뮤직박스> 추천글을 읽고 김PD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스위트 뮤직박스>는 이처럼 청취자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다. 특히 새벽에 공부하는 청소년층에서 화제가 되면서 더욱 퍼져
나갔다. 지금은 청취자층이 2, 30대까지 넓어져 라디오를 듣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새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현재 <스위트 뮤직박스>를
담당하고 있는 전윤표 PD는 얘기했다.
“이 프로는 새로운 청취자층이 생겨났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다른 프로를 계속 듣던 사람이 이 프로로 바꿔 듣는 경우는 드물지요. 그동안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청취자층이 된 것입니다.”
<스위트 뮤직박스>의 인기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여러 모임을 봐서도 알 수 있다. 이 프로가 알려질 무렵 정지영 아나운서의
팬페이지 ‘정지영 정권’이 생겨났으며 <스위트 뮤직박스> 홈페이지 동호회인 ‘달콤목욕탕’은 벌써 36,000의 회원들이 있다.
또한 ‘달콤가족’이란 말이 생겨나 계속 늘어나고 있는 청취자들을 하나로 묶어 주고 있다.
“끝까지 음악으로 승부한다”
요즘 <스위트 뮤직박스>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벌써 2회의 공개방송을 마쳤고 지금은 수능 수험생을 위한 3회 공개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청취자들과 함께 선곡한 <스위트 뮤직박스> 앨범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고 12월에는 <마음이 예뻐지는
시>코너에서 소개된 시들을 모아 시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심야 라디오프로가 공개방송, 음반, 시집까지 낸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러다
보니 이를 보고 상업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첫 방송 때 10통이었던 편지는 이제 1000통이 넘어가고 인터넷사연까지 가세해 멘트시간도 좀 늘었다. 광고도 29개나 들어간다. 그래서
멘트도 없고 광고도 없던 점에 매력을 느낀 청취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위트 뮤직박스>의 상업화와 거대화, 그리고 예전과 같지 않음을 우려하는 청취자들에게 전 PD는 이렇게 당부했다.
“<스위트 뮤직박스>는 처음의 모습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숨겨져 있는 음악, 묻혀져 있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공개방송이나 앨범, 시집은 청취자들과 더욱 가깝게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계획한 것입니다. <스위트 뮤직박스>가 이렇게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바로 청취자들이 도와줬기 때문이죠. 멘트나 광고시간이 길어도 참고 들어주고 기다려 주셨으면 해요. 이 프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요.”
인 터 뷰 |
“처음처럼 속닥하고 따뜻한 느낌 주고 싶어요”<스위트 뮤직박스>를 만나 행복하다는 ‘달콤DJ’ 정지영<스위트 - <스위트 뮤직박스>의 인기비결은? |
이혜선 기자<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