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3조 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고 있다.
2005, 2006년 2년간 순매도에 치중하던 외국인들이 3년 만에 ‘사자’ 공세로 나오자 일각에선 ‘바이 코리아(Buy Korea·한국물 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입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언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2005년 2조3804억 원 △지난해 11조2069억 원어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지난해 세계 주요국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느라 고작 4%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22일까지 모두 2조9077억 원어치를 순매입했다.
이들은 특히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는데, 국민은행(5191억 원), 신한금융지주(4616억 원), 외환은행(3639억 원) 등 올해 외국인 순매입 1∼3위 종목이 모두 은행주였다. 국내 은행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9배 수준으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고, 올해 은행주의 배당실적이 좋아 내년을 기대하고 미리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순매입으로 돌아선 것은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마저 풍부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한국 주식을 너무 많이 들고 있던 외국인들은 ‘과보유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매도에 치중했다”며 “하지만 이제 가격이 ‘만만해지니까’ 다시 한국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증권 최운선 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움직임 등 대내외 환경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연초부터 강한 매입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바이 코리아’의 전조로 봐야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입에는 단기 투기자금도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만간 매입세가 끊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외국인들이 산다고 무턱대고 따라가다가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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