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좋은 사진을 위해
자신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제1회 현장의 사진기자 展>
지난 11월 3일부터 17일까지 포토아이겔러리에서는 이색적인 사진전이 열렸다. 현장을 누비는 사진기자들이 보도사진이 아닌 자신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 것이다. 이종철 씨(서울사진기자회 회장)는 <제1회 현장의 사진기자전>을 준비한 연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사진기자들이 좋은 사진을 싣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릅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는 죽음도 불사하고 뛰어다녀
많이 다치기도 하죠. 사진 뒤의 기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고생하는 기자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구요.
”
그동안 <사진기자회보>에 2-3장씩 실렸던 사진과 현직을 떠난 선배기자들의 사진을 모으니 148점이나 되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전시회에 실린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기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쟁자이기도 한 동료기자들에 대한 애정도
깃들어 있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찰칵’
역사의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표정과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V자를 보이는 여유있는 기자들의 모습과 어여쁜 도우미 모델에 얼빠진 기자의 표정
등이 사진에 포착되었다. 이와 달리 시위, 사고현장에서는 피를 흘리고, 몰매를 맞고 쓰러져 있는 기자들의 사진들이 많았다.
사진들 중 관람객들의 시선집중을 받은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 <수난>은 한총련시위가 극에 달한 1996년 8월 20일 새벽, 경찰이 공권력을 기습투입하자 연세대학교 종합 교양관 옥상에서
저항하던 학생들이 던진 대리석 돌조각에 머리를 맞은 한국일보 손용석기자가 런닝을 벗어 흐르는 피를 닦으며 현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후 손기자는 동료기자들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몇 차례의 뇌수술을 거친 후 정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사진 <석등은
넘어지고>는 1995년 개혁의회 승려 700여명이 조계사 총무원 건물로 재진입 하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이 때 대웅전 옆 석등이 넘어져 옆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한겨레 임완호 기자가 떨어지는 석등을 피하고 있다. 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다시는 임 기자의 사진을 볼 수 없었을 거라고 사진을 찍은 이종철 씨는 말했다.
사진 <걸음아 사진기자 살려라>의 주인공은 구름처럼 몰려오는 소떼에 정신없이 쫓기고 있는 조선일보 전기병 기자. 전 기자의 목표는
80~200mm렌즈 앵글에 알맞는 ‘거리’를 확보하는 것, 그러나 소떼의 엄청난 속도에 결국 달리기를 포기한 기자는 황급히 사다리에 올라
와이드렌즈로 무사히(?) 취재를 마쳤다.
<제1회 현장의 사진기자전>은 보도사진 뒤에 가려져 있는 기자들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사진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사진전은 사진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우리들의 시선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