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쪽박 카드사는 대박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 신용카드
신용카드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신용카드 남발, 무분별한 가계소비 및 과다한 카드 대금으로 개인 신용파탄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높은 수수료와 연체이자로 신용카드사는 사상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의 신용카드실태 조사에 따르면 카드사용자의 90%이상이 ‘수수료와 연체이자가 비싸다’고 응답했으며, 99%이상이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또한 신용카드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신용카드에 대한 개선노력은 부처간의 비협조와 카드사의 강한 입김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 연체이자 “비싸다”
신용카드 이용소비자의 99.5%는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 고 생각하며, 10명 중 9명은 연체이자와 현금서비스 수수료에 대해 비싸다고
응답해 대폭적인 수수료 인하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신용카드 사용 시민 406명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수수료 및 사용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의 가격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비싼 편(매우+대체로 비싸다)으로 본 의견이 ‘연체이자’ 99.2%로 가장 많고,
현금서비스수수료와 할부수수료가 각각 99.0%로 10명중 9명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여부에 대한 의견은 ‘꼭 내려야 한다’가 80.1%에 이르고 ‘내리는 것이 좋다’가 19.4%로 무려 99.5%가
수수료인하가 필요하다고 답변하여 큰 폭의 수수료 인하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용카드 이용자들은 대폭적인 수수료 인하를 요구있는 반면 신용카드업계는 높은 수수료와 신용카드 활성화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7개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 9월말까지 3조 1,6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같은 호황에 힘입어 신용카드시장은 400조까지 성장했고,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에 재벌계와 은행계가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산은캐피탈, 조흥은행, 우리금융지주사, 롯데그룹,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모두 6개 금융회사 및 기업이 전업 카드사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업 카드사는 기존의 BC, 국민, LG, 삼성, 외환, 현대, 동양 등 7개에서 모두 13개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사가 13개로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 진다고 하더라도, 신용카드사업의 주수입인 현금 및 할부 수수료, 연체이자의 대폭적인 인하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사상 최대 호황
신용카드 수수료인하가 제대로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하여 ‘카드사가 이익을 축소하고 싶지 않아서’(59.1%)가 가장 높았고, 이에
비해 ‘무담보, 무보증의 신용대출로 리스크(신용위험)가 크기 때문’(11.8%)과 ‘포인트, 놀이공원무료 등 부가서비스가 많아지기 때문’
(10.0%)등 카드사의 입장을 긍정하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응답자들은 신용카드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조달금리하락에도 그 이익을 축소하지 않으려고 수수료인하를 하지 않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는 등 신용카드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정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인하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4.5%가 ‘국민경제 생활보호차원에서 정부개입’이라고 응답하였으며,
그 다음이 ‘소비자·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로 29.9%이었다. 신용카드사가 내세우는 ‘시장원리인 자율경쟁에 맡겨야한다’는 13.9%에
불과하였다.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수수료율(금리) 유지혐의로 과징금을 물리고 수수료 조정명령에 따라 수수료가 인하가 이루진 점에서 카드사
자율보다는 정부의 강제적인 개입에 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업에 대한 정부의 개선의지는 부처간의 비협조와 신용카드사의 강한 입김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금융감독위원회는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의무화 ▲신용카드사에 대한 카드발급 신청인의 소득증빙 구비 의무 부과 등을 골자로한 `‘여신전문
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카드회사가 신청인 신분이나 발급의사 확인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남발, 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고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잇따라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개선과 규제’라는 양날의 칼이 핵심사항들을 도려내,
결국 대응책은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
지난 9월말까지 331조여원의 신용카드 사용액 중 57%가 현금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주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는데.
조사대상자의 58%가 현금서비스 이용하는데 주된 목적으로 ‘예상하지 않은 급전필요’가 62.8%나 되었다. 이는 소액자금융통수단으로 신속성과
편리성에 의한 사용이 많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다음이 25.1%가 ‘신용카드대금결제를 위하여’로 신용카드를 돌려 막기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 대금을 갚으려고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저소득자 일수록(월 100만원 미만 30.4%, 100∼200만원미만 28.7%,
200∼300만원미만 25.4%, 300∼400만원미만 14.8%, 400만원이상 12.5%)더 많았다.
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급전이나 신용카드를 막기 위한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신용카드가 개인 신용파탄의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작년 신용불량자 수는 280만 여명으로 이 중에서 신용불량자 수는 대략 105만 명으로 금융신용불량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국민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감독 당국도 감독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개인 신용의 파탄과 신용질서의 혼란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유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년신용불량자 ‘급증’
또한 지난 1년 간 제 날짜에 결제하지 못해 신용카드대금을 연체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9%가 ‘있다’고 답하였고 70.1%는
‘없다’고 하였다. 연체경험은 연령별로는 젊을수록 많았다(20대이하 36.6%, 30대 32.9%, 40대 이상 18.6%).
카드사의 신용카드 남발과 젊은 세대의 무분별한 소비성향이 맞물리면서 청년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30대 젊은 층이 한번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면, 그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며 금융거래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신용사면 등 사후대책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신용불량자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7개 신용카드회사가 추가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며, 왕성한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는 20~30대를
노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청년 신용불량자 증가추세는 이어질 전망이어서 담당기관의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