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에서만 자라온‘대쪽’의 모습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 네티즌이 연재한 ‘이회창론’ 책으로 발간
대선시기가 가까워 오기는 왔나보다. 대선주자들을 살펴보는 <나도 심심한데 대통령이나 돼볼까>와 <위기의 한국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이어 이제는 본격적인 대선주자 비평서까지 발간됐다. 첫 타자는 야당 총재이면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하고 있는
이회창 총재.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는 이 총재를 비판한 최초의 책이다. 정치계에 중심에 있는 만큼 이회창 총재에 관한 책이
여러 권 있을 법 한데 아이러니하게 자서전을 빼고는 없다.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는 ‘절망의 강’이라는 ID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이태준이 ‘이회창 공식 안티 사이트(www.critizen.net)’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2000년 8월 4일부터 2001년
3월 2일까지 100회에 걸친 ‘이회창론’은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책으로 출판되기에 이르렀다.
‘이회창은
변하지 않았다’
저자 이태준은 첫 장에서 출간이유를 밝히며 이 총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한다. ‘대쪽’으로 알려진 이 총재에 관심을 가진 저자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법살인’, ‘부친의 친일의혹’등을 접하면서 그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총재의 말과
행동을 지켜본 결과 그가 ‘대쪽’이 아닌 ‘양지 이데올로기’와 ‘실리 이데올로기’를 쫓아온 인물이라고 저자는 평한다. 이 책은 언론의 베일에
싸여 성역화되고 있는 이회창 총재의 본질을 보여 주기 위해서 쓰여진 것이다.
이회창의 본질을 긍정하는 ‘변절론’과 ‘정치판 논리’를 이태준은 경계한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에 대한 판결과 신한국당 입당, 전두환
쿠데타 미화를 통해 변절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보는 이회창의 ‘대세론’은 허구이다. 여당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의
여론조사 결과와 그 결과 조차도 압도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대세론이 비논리적임을 말한다. 자질론을 말하기 보다 대세론 운운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무엇보다 대세론은 영남 지역주의의 동요, 이회창 비토세력의 이합집산, 두 아들의 병역문제, 부친 친일의혹 등의 아킬레스건으로
불안정하다고 보고 있다. ‘8도 고향론’을 살펴보면 이 총재가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부산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황해도
서흥 출신인 이 총재는 한 때 고향을 서울이라 속였으며 최근에는 ‘조상들의 고향’ 충남 예산, ‘마음의 고향’ 부산, ‘정치의 고향’ 대구
등 전국을 다 고향이라 언급한다. 또한 이 총재의 통일, 언론 등에서의 ‘안티행위’는 자신이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꼬집는다. 또한 대안과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측근에 휩쓸려 반대만 외치는 이 총재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적 관심 불러 일으켜
‘이회창과 3김의 공통점 10가지’로 이태준은 이 총재에 대한 비판을 정리한다. “지역주의를 사랑한다. 씨족 연고를 사랑한다. 1인 사당정치를
사랑한다. 인맥정치를 사랑한다. 부정 연루 인사를 사랑한다. 권언유착을 사랑한다. 부패정치를 사랑한다. 독선과 아집을 사랑한다. 한풀이식
정치를 사랑한다. 국민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 3김청산을 슬로건으로 정치생활을 해온 이회창에게 3김과 별다르지 않다라는 마지막
말은 곧 이회창의 청산을 의미한다.
이 책은 대선주자인 이회창 총재의 비판과 더불어 정치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들이 ‘정치’라면 무조건 손을 내젓는 사람들까지
다시 관심을 가지게 할 정도로 흥미롭고 풍부하다. 또한 네티즌 특유의 신랄한 문체와 적나라한 비유, 기사와 인터뷰 등의 객관적 자료들은
이회창 비판의 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과거를 곧잘 잊는 사람들에게 현재는 과거의 연장임을 이 총재의 모습을 통해 깨우쳐 준다.
이혜선 기자 hyes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