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LG”에서 “미워해요 LG”
LG증권 노조 “카드 부실경영은 구씨 일가 탓” 책임론 제기
지난 11월 ‘제2의 카드대란’의 주범으로 지목 받았던 LG카드가 2조원의 채권단 지원으로 극적으로 살아나는가 싶더니, 3조2,000억이
넘는 부실규모가 예상되면서 또다시 경제계의 ‘핵폭탄’ 으로 돌아왔다. LG카드 후폭풍은 최대주주인 LG투자증권에 까지 여파가 이어져,동반부실을
우려하는 LG증권 노동조합의 반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LG투자증권 노동조합(김붕락 위원장)은 “카드사태의 주범인 구씨 일가의 부실 경영에 책임을 묻고 사재를 털어서라도 LG카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LG증권의 동반매각을 반대하고 독자매각을 추진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LG투자증권은 LG그룹 금융부문의 맏형 역할을 해 왔지만 LG 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책임을 떠 맡게 돼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
카드사 부실 책임 LG증권에 떠 넘겨
노조는 구본무 회장의 사재(출연)와 무한책임을 요구하던 채권단이 재벌의 손을 들어준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구씨 재벌의 (주)LG
지분율이 50%가 넘는데도 구본무 회장 개인 5%만 내놓은 것을 가지고 LG그룹 전체 경영권을 내놓은 것으로 위장했다”고 문제삼았다.
특히 LG투자증권 순수 지분은 7%에 불과한 구씨 일가가 ‘최대주주’라는 명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LG카드 경영과 아무 관련이 없는
LG증권에 카드사 지분 8%를 안겨준 뒤 최대주주로 둔갑시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LG증권은 미국 캐피털그룹(11.03%)에
이은 LG카드의 2대 주주(8.01%)다.
LG그룹은 LG카드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총액 인수 방식의 3,000억원을 포함해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해, 노조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총액인수 방식은 LG카드 유상증자 때 발생하는 실권주를 주간사인 LG증권이 유상모두 인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노조는 LG카드의 부실이 투자증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노조는 카드 유상증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LG증권이 책임질 부분은 LG카드 지분율인 8%로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1조원
규모의 부실전가를 철회하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구씨일가가 추가적인 사재출연을 통해 카드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씨 일가, 단물 빼 먹고 책임은 뒷전?
노조측은 구씨 일가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구씨 일가가 카드사태가 발생하기 1주일 전 지분 4%를 매각하는 등 1년반 동안 보유지분의
54%를 사전에 매각, 수천억의 매매차익을 거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내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매각한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또한 “구씨일가가 1999년 LG카드 상장 당시 최대주주로써 경영권을 가지고 40% 이상의 배당을 챙겼다”며 “당시 10만원을 상회하는
주가로 1조5,000억원의 순이익의 혜택을 보고도 카드사태가 터지자 발을 뺐다”고 반발했다.
노조측은 계열사들의 합병ㆍ처분과정에서도 구씨 일가는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LG산전이 3,000억원 흑자 상태였고 LG금속이
7000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는데 합병비율 산정은 주가를 무시한 채 이뤄졌고, 데이콤의 부실도 다른 계열사들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카드합병을 두고 LG증권과 LG종금의 합병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노조측에 따르면 지분의 70%를
소유한 구씨 일가들이 종금 부실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증권과 합병을 시도했고, 이로인해 LG증권은 1조원에 가까운 부실을 떠안았고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큰 피해를 봤다.
또 노조는 “LG카드 부실 책임은 구씨 일가에 있다”고 지적하며 “일례로 자회사인 미래신용정보(구 LG신용정보)를 부당하게 지원하면서
카드의 부실이 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주주가 정광수씨(지분율 40%)로 돼 있지만 실제 오너는 구자경 명예회장이라는
의혹이 LG그룹 안팎에 파다하다는 것을 단서로 들었다.
노조측의 이같은 주장들에 대해 LG그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LG카드 지분정리는 그룹 경영권 재편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며, 구 회장이 LG카드 경영 정상화를 위해 LG그룹 보유 주식 모두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했고, 미래신용정보와 관련된 것도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앞에서 'LG투자증권 우량성 해치는 LG카드와의 동반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LG그룹측이 빌딩 앞 도로 기자회견을 막자 노조는 화물차 위에서 강행했다. |
노조, 10만 소액주주와 강력 투쟁
노조는 구씨 일가의 LG카드 부실 및 부당지원 책임 △LG투자증권의 1조원 부실 전가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기자회견 당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노동조합측은 신문광고를 게재키로 했으나, 신문사의 일방적 거절로 무산됐다. 당시는
이미 광고대금 납부완료와 원고교정(오타교정)등을 끝낸 상황에 광고게재를 거절당했고, 게다가 앞으로도 LG투자증권 노조와 관련된 어떠한
광고도 실을 수 없다는 답변을 신문사가 해 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파렴치한 구씨재벌과 더러운 언론사(조.중.동)의
야합위 전형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구씨·허씨재벌이 조선일보와 사돈관계, 중앙과 동아도 서로 사돈관계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측은 지난해 12월8일 LG카드 유상증자가 총액인수방식으로 실시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위법행위 유지 청구권)을
냈고, 지난해 12월17일에는 ‘LG투자증권 지키기-10만 소액주주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22일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앞에서 ‘LG투자증권 우량성 해치는 LG카드와의 동반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퍼포먼스
형식의 ‘구본무회장 구속대비 변호사비용모금(사과상자)’ 전달식도 진행했다.
노조측은 150억원의 정치자금을 차떼기로 제공한 LG그룹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187만원이 담긴 사과상자 10박스를 자동차 통채로 그룹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회사측 관계자의 거센 반발로 전달하진 못했다. 이 돈은 지난 17일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LG투자증권
우량성 지키기-전직원 및 10만 소액주주 총력결의대회’에서 모금한 돈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앞으로 10만 소액주주 운동과 직원을 대상으로 ‘LG투자증권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대주주 지분 24%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종업원 지주회사 등으로 독자생존할 것을 피력하고, 한편으로 건강한 경영주와 인수자가 나타나면 M&A(기업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LG그룹 관계자는 “투자증권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LG카드 문제는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중이며 그에 따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LG증권의 향배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