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14일 개봉을 앞두고 방한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 츠츠이 야스다카의 동명 소설 발표 이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재구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 40년 만에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이 되어 돌아온 청춘, 성장소설의 고전은 세대와 시간을 초월하는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본 현지에서 지브리의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과 동시 개봉하며 힘겨운 싸움을 예상했지만 야후 영화 평점에서 5점 만점에 4.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며, 흥행에서는 성공했으나 2.2점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은 ‘게드전기’와 상반된 결과를 이루어냈다.
일본아카데미를 비롯한 자국 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과 스페인의 시체스·카타르니아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경쟁부문(ANIMA'T)에서 최우수장편애니메이션상까지 수상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웰메이드 감성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줬다. 제1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회 상영 모두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국내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번 국내 팬들과의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두 번째 갖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더욱 더 많은 관객들이 봐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며, 흔히는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대중성에 주의를 기울인다. 대중성이라면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 즉 다양한 관객들, 어떤 이들이 봐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가 지금 한국에서는 해적판이 돌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그런 시대인 것 같다. 얼마 전에도 미국 보스턴에 있는 MIT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도 영화가 공개 전인데 다들 영화를 보고 있더라. 지금은 그런 시대인 것 같다. 좋은 음향, 화질, 관객의 기대를 높이는 환경에서 영화를 만나는게 좋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 있는데 많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싼 값에 보고, 빠르게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만나는 것은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보는 게 좋지 않은가. 영화가 TV와 왜 다른지 생각해본 적 있나. PC 모니터로 보는 것과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많이 다르지 않는가.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영화를 보는 체험으로서, 또 영화 주인공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어떤 면으로 어필한다고 보나.
처음부터 의식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어필하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왜 손으로 그린 그림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림자로 많은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왜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내 작품의 특징과 관련된 중요한 얘기인 것 같다. 그림자를 쓴 적이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때도 한국은 3D가 발달되어 있는데 일본은 왜 손 그림 애니메이션을 지키는가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표현의 가능성이다. 3D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을 손 그림은 표현할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면 손 그림은 캐릭터를 심플하게 표현한다. 기분이나 느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또 손 그림은 관객의 기대치를 낮출 수 있다. 손으로 그렸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는 부분이 있다. 이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경우는 지브리의 미술 감독 야마모토 니조 감독이 직접 배경을 모두 손, 물감으로 그렸다. 손으로 그리는 것은 사치라고 할 수 있다. 포토샵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리는 것이 더 사치스럽고,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제껏 작품들이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들인데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면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영화를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타임리프의 횟수를 주인공은 잊을 수 있지만 관객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복잡하다. 여자주인공이 계속 타임리프를 하면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다음이 있을 수 있다. 고스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도 그 뒤 장례식 장면이 있을 수 있지만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요시 한 것은 두 가지다. SF식의 설정과, 마코토의 감정의 흐름이다. 마코토의 감정의 흐름을 더 중요시했다. 지금까지 타임슬립과 관련된 영화를 많이 봤겠지만, 보면서 저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것이 타임슬립과 관련된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차기작에 대한 준비는 아직 하고 있지 않기에 그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가 힘들다.
치아키가 마코토에게 미래에서 기다리겠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는 것인가, 아니면 마코토가 타임리프를 해서 만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 각자가 영화를 보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특히 여성 관객이 더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여성의 삶이 더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져도 여자는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여성의 인생에 더 관심을 갖고 다루었다.
현지 개봉은 2006년이다. 원작도 20년 전이다. 이 작품은 20년 전 시간과도 관계가 된다.
2000년으로부터 거의 7년이 지났고 지금도 여전히 청소년들은 그런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20년 전과 달리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를 왜 21세기에 만들어야 할까 하는 것은, 미래의 이미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환경보다 기분, 감정 같은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