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러시아 루블화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면서 현지에 진출한 유통·식품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은 "아직까지 큰 매출 감소나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직접 타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 급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비롯된 러시아 경제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당장 러시아 위기 자체만으로는 국내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긴 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유럽의 실물 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미국의 금리 인상 분위기와 맞물려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루블화 폭락 사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첫 해외 점포로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개점했다. 롯데호텔도 지난 2010년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6성급 호텔인 '롯데호텔모스크바'를 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6월까지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으나, 6월 이후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며 "이달 들어서는 매출 증가율이 2~3%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하지만, 러시아 신흥 부호(올리가르히)나 고위층들이 찾는 특급호텔이기 때문에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식음료 기업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 러시아 식품시장은 전세계 관련 기업들의 '블루 오션'으로 분류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팔도의 '도시락면', 오리온의 '초코파이',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오뚜기 '마요네즈' 등이 진출했다. 오리온과 팔도는 현지 법인을, 롯데칠성음료와 오뚜기는 수출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하는 기업이 많았다. 러시아 시장이 위축될 경우 국내 식음료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2003년 설립한 현지 법인에서 생산·판매하고 있어 현재까지 별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는 "2005년 설립한 '도시락' 법인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루블화 폭락 사태로 큰 이상이 있다고 보고받지 못했다"며 "러시아 현지 법인 연간 매출액은 2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러시아의 환율 추이, 상황 변화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는 루블화 폭락사태가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의 원유 가격 하락은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의 국내 투자형태로 해외에 나가있던 자금들이 미국으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원자재에 투자됐던 금융투자 자본들이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제품이라면 영향 받는 부분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출 기업이든 러시아 내에 진출해 있던 기업이든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