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성장, 일자리 200만개 창출
이 부총리는 취임과 함께 현재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실업률이라고 보고 이 부분을 최우선 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5%대 경제성장으로 150만개 서비스업 등 일자리 창출능력 확충으로 20∼30만개씩 일자리를 늘려 5년 후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기업과 고용을 10% 늘린 중소기업의 경우 세무조사를 최대 5년간 유예키로 했다.
이 부총리는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올해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로 삼고 추진해 나갔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신용불량자와 관련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조속하게 처리할 경우 자칫 졸속 행정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들이 취업에 있어 불이익을 당하지 않토록 할 것”이라고 밝혀 실업률 하락이 최대의 과제임을 피력했다.
이 부총리 복귀 후 첫 발언은 벌써부터 국내 기업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LG 한화 등 국내 재벌은 이 부총리가 발언과 함께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10~30% 가량 늘리며 협조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6,900명에 그쳤던 대졸신입사원 채용규모를 25% 가량 늘어난 8,600여명이 넘을 전망이다. LG도 5,300명에서 5,500명으로 200여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조5,0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LG카드 문제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한미와 외환은행이 지원불가를 선언하면서 16개 채권은행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14만개 LG카드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총리는 “LG카드 문제는 유동성 위기와 신용불량자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문제를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유동성 문제는 철저히 차단하고 수익성 문제는 연체 회수를 적극화하면서 업무 영역을 확대시켜 해결해 나가는 이원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발급자 부실문제와 관련 발급 자격기준의 강화는 업계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기업이 자기 책임하에서 손실을 볼 것은 보고 책임지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강력한 구조조정 실시를 시사했다.
한편 1기 경제팀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 산물로 남겨놓은 것이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다.
이와 관련 이 부총리는 청문회를 통해 사견이라는 전제를 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자칫 공개 자체가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전면 포진한 ‘이헌재 사단’
외환위기 당시 이 부총리는 ‘비상경제대책위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을 거치면서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했다. 개혁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올라서면서 금융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에 걸친 경제통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다. 이러한 그의 주변에는 당시 구조조정을 함께 주도했거나 평소 친분이 있는 관계 및 금융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 부총리가 지난 1999년 기자들에게 “내가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다”라고 할 정도로 ‘통’하는 사람이 이정재 금감위원장이다. 이 부총리는 이 금감위원장을 얘기할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것을 처리해준다. 정재는 말이 필요없다”고 공언할 정도다.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정받은 인물이다. 정 부원장은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통합기획실장을 맡아 매끄러운 일처리 솜씨를 과시했고, 김 상훈 국민은행 회장도 당시부터 인연을 쌓았다.
‘기업 회생의 귀재’로 불리는 박해춘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최근 신임 LG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박 사장은 지난 1998년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파산위기까지 내몰린 서울보증보험을 1조원 이상 적자에서 3,224억원의 흑자(2003회계연도 3분기말)를 내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 부총리와 개인적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은 인사로는 오호수 전 증권업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1944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로 지낸 사이로 오 회장이 지난해 12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 부총리가 3일 내내 빈소를 찾았다는 후문이다. 최근 오 회장은 이 부총리가 경제총수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협회장 자리를 떠나 금융컨설팅 회장인 인베스투스글로벌 고문직으로 옮긴 것도 친분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높다.
이 부총리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도 핵심적인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박종수 대우증권을 비롯한 경기고 후배들과 주택은행장과 아시아개발은행 부 총재를 지낸 신명호씨, 이강룡 전 조흥은행장과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일명 ‘이헌재 펀드’를 담당했던 이윤재 청와대 전 재경비서관은 사촌동생이고 강효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도 친분이 있다.
이와 관련 재계는 “이 부총리의 불도우저식 정책이 현실적으로는 힘들지라도 현재의 국가 경제의 각종 사안을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한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