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휘발유값(주유소 평균가격 기준)은 올해 1월 L당 1410.72원에서 6월 1550.93원으로 9.9% 올랐다. 반면 일본은 L당 133엔(약 1037원)에서 139엔(약 1084원)으로 4.5% 오르는 데 그쳤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일 두 나라의 휘발유값 변동 추이를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2분기(4∼6월) 국가별 에너지 가격 및 세금’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세전(稅前) 휘발유값(공장도 가격+유통 마진)은 석유 완제품의 수출입과 가격이 자유화된 1997년 L당 292.55원에서 지난해 612.78원으로 109.5%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의 세전 휘발유값 상승률 67.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최근 독일 대외기술협력단(GTZ)의 ‘2006년 국제 유가 비교’에서도 한국의 휘발유값은 조사 대상 171개국 중 7위로 최상위권에 속했다. GTZ가 국제 유가 순위를 처음 발표한 1999년의 19위에서 수직 상승한 셈이다.
이에 반해 국내 휘발유값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1997년 65.1%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2.6%로 치솟았다가, 지난해 다시 58.9%로 떨어졌다.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휘발유 품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라 원가가 많이 올랐다”며 “일본은 과거부터 품질 규제가 있어 원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휘발유값이 일본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과 관련해 독과점화한 국내 정유산업 및 석유제품 유통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국내 3대 정유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의 석유제품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정유산업이 개방된 1998년 3사 점유율은 각각 33.8%, 27.7%, 14.3%였는데 지난해에도 32.0%, 28.1%, 13.3%로 엇비슷했다.
일본석유연맹에 따르면 일본은 1996년 석유시장을 개방한 뒤 2000년 세계적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진출하는 등 지난해 말 현재 19개의 정유사가 경쟁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최대 호황을 누린 2004년 일본 정유업계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2.16%로, 한국의 5.5%에 비해 낮았던 원인도 일본 내 정유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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