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콘서트 “그대가 있음에…”
오는 4월 6일부터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가져
우리 가요사에서 양희은이라는 가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로 표현되던 청년 저항 문화를 노래로써 주도해
나아갔던 그녀. 그녀의 노래 인생은 가요사가 아닌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통기타와 청바지의 상징
그녀의 노래로 울분을 달래고, 현실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갔던 이들은 이제 노래의 주인공과 함께 ‘중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지만,
세월을 잊은 듯 아직도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 때 그 시절의 열정과 이상을 되살려내기에 충분한 듯 하다.
대학 새내기 시절, 서울 시내 다방 ‘청개구리’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부르던 양희은이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취입한 것은 1971년이었다.
그때부터 역사학을 전공해 신문기자나 라디오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던 여학생의 인생은 억압과 저항의 70년대와 80년대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어디에서건 노래하고 방송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점차 통기타, 청바지 문화를 주도해 갔다. 허위의식에 대항하는 그녀만의 당당함과
단호함은 도도하게 융기하던 성년문화의 대표적인 깃발이 되었고, 맑고 비장한 목소리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시대의 고단함을 이겨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난과 역경을 넘어
가수 양희은의 노래 인생에 역경이 시작된 것은 지난 78년. 당시 발표한 앨범 ‘상록수’의 수록곡들에 저항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미 유통된
음반까지 모두 회수당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양희은은 이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가’라는 엄청난 갈등에 부딪히며 5년여라는
긴 공백기를 갖게 된다. 85년 하덕규와 함께 ‘한계령’을 발표하면서 또 한번의 갈등에 빠지게 된다. 70년대의 ‘어떻게’라는 고뇌가 ‘어떤
음악’이라는 풀어내기 힘든 갈등 속으로 침잠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87년 결혼과 함께 모든 것을 털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90년부터
한계령은 대중을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이 소식을 접한 그녀는 “한계령이 살아서 내게 되돌아온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20주년
기념앨범을 낸다. 94년 귀국한 그녀는 매년 20회 이상의 소극장 공연을 계속하고 방송활동을 통해서도 꾸준히 팬들을 만나고 있다. 어느새
자기 인생의 6할을 점유한 ‘노래’를 되돌아보며.
‘저항’에서 ‘푸근함’으로
젊음과 맑은 영혼을 노래해왔던 양희은이 삶의 고단함을 평화롭게 위로했던 시간이 벌써 30년이다. 개인적으로 30년이란 세월에 대한 감회도
그릴 수 있으련만, 그녀의 이번 공연은 ‘그대 있음에…’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라디오 DJ를 하며 알게된 한 시한부 말기 암 환자가 진통제로
고통을 견디며 사흘 동안 쓴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양희은에게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게 했다.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는 양희은은 결국 자신의 30주년 공연과 앨범을 ‘희제 엄마’에게 바쳤다.
70년대 저항의 상징이었던 한 여가수. 이제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푸근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따끔한 충고라도 해줄 것 같은 듬직한 언니로,
때론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줄 것 같은 편한 친구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공연일정 / 시간 : 4월 6일(토) ∼ 4월 7일(일) / 오후 7시
공연장소 :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문의 : 02) 574-6882
장진원 기자 newsboy@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