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세계적, 브랜드화는 요원
아리랑 상품화 위해서는 기업적 마인드와 지원 필요
신년 기획으로 연재했던 ‘민족의 상징 아리랑’이 이번 7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아리랑이 왜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로 널리 불리게 되었는지를 짚어본 첫 회를 시작으로, 전반부는 아리랑의 역사와 기능, 특징 등으로 채워졌다. 현재 한민족에게 아리랑은 ‘통일’의 매개로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북한아리랑의 실상과 아리랑축전의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북한 아리랑이 분단된 한국의 현실이라면, 다장르화, 브랜드화되는 아리랑의 모습은 세계로 가는 아리랑의 ‘미래’라고 판단했다. 아리랑의 브랜드화 방안 모색은, 아리랑의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아리랑에 모든 것을 바친 예술가와 학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리랑은 나 자신이며, 우리 모두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의 말을 인용하겠다. “아리랑은 민족의 역사 그 자체다. 한민족의 역사가 흐르는 한, 아리랑도 끊없이 거듭날 것이다” <편집자 주> |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대해 시상하는 아리랑상(Arirang Prize)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아리랑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120여 개국의 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려 있고, ‘코리아’ 보다 ‘아리랑’을 아는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토록 세계적인 아리랑이 국내에서는 무관심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현실이다. 아리랑은 민족의 잠재된 정서지만, 국가적으로
아리랑의 가치를 파악하고 이용하려는 노력은 부재하다. 정작 국내 교과서에 아리랑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아리랑이 얼마나 방치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재외한인 예술가들은 “세계인에게 확실히 각인 되어 있는 아리랑을 왜 브랜드화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아리랑을 세계로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시행착오가 많은 초급 단계이다. 무엇보다도 ‘아리랑 사업’이 대체로 아리랑에
애정을 가진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업적인 전략이 부족해, 재정난이나 구조적 한계에 자주 부딪치는
것이다.
문화상품, 김치, 티셔츠 등 다양
아리랑을 상품화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분야는 역시 문화상품이다. 아리랑의 문화상품화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리틀엔젤스이다. 리틀엔젤스는 80년대부터
딱히 아리랑이라기 보다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각국을 돌며 공연을 해왔다.
신대기 과장은, “아리랑 합창 등 좁은 의미에서 아리랑 공연도 있지만, 넓게 보자면 리틀엔젤스 전 공연이 아리랑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상품화는 물론 그 이상이다. 고액의 개런티를 받을 뿐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는 면에서는 소득을 산출하기
힘든 정도”라고 강조했다. 신과장은 상품화를 위해서는, “열정과 사랑은 기본”이며, “지원과 홍보 등의 전략, 기업적 마인드를 갖춘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경원씨의 퍼포먼스 ‘정신대 아리랑’, 최동국씨의 아리랑 대중가요, 내셔날심포니오케스트라의 관현악곡 아리랑 등이 일본에서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최동국씨는 “왕복 교통비와 공연료를 받고, 현지에서 CD도 꽤 팔았다”며, 일본 진출 성과에 만족했다. 또한, 행위예술가 무세중씨는 퍼포먼스
‘통일아리랑’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인도, 티벳 등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아리랑과 재즈를 접목한 박창수씨의 ‘퓨리뮤지션’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 브랜드화 하려는 시도는 한민족아리랑연합회와 벤처아리랑을 통해 최근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아리랑 음반, 아리랑 전통예복,
아리랑 김치, 아리랑 티셔츠 등 지금까지 만든 상품도 다양하다. 반응은 좋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미양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아리랑을 로고화 한 전각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자금이 많이 들지만, 이 전각을 찍어 만든 티셔츠는 소액에 팔린다. 더 큰 문제는 티셔츠는
대부분 관련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수익을 목표로 한 단체가 아닌 만큼 세계적인 판로를 개척하기는 무리가 많다.
하지만, 기 사무국장은 “현재 아리랑 브랜드화를 위해 준비된 계획이 많다”며, 전망을 상당히 밝게 예측했다. 현재 캐릭터 작업이 한창이며,
내년 3월쯤에는 아리랑 로고와 시나리오를 공모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국내 관심이 우선돼야”
지난해 정선군은 아리랑 캐릭터를 만들어 현재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유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통문화를 상품화하는데 발빠른 선진국에 비해, 아리랑은 브랜드화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관련자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체적인
무관심을 첫째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에서 정리가 안됐는데, 해외로 나갈 수 있겠나”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퍼져있는 아리랑을 한데 뭉치지
못해 정리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소모되었다. 워낙 정신적인 영역이다 보니, 상품화를 죄악시하는 풍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리랑 악보나 관련 서적 중 영어로 표기된 것이 희귀하다는 것도 문제다. 연합회에 따르면, 서적은 김산과 님웨일즈의 ‘아리랑’(song
of ariran)이 유일하다. 악보는 대중음악 제작자 최동국씨가 ‘치앙마이 아리랑’을 영어 만든 것과, 연합회에서 영어와 일어로 표기한
악보집 ‘아리랑환타지’가 알려진 정도다.
아리랑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 아리랑이 보다 가까운 것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아리랑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은 “자료가
없다”는 호소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기 사무국장은 “번역은 문학적인 재해석을 요하는 고급 작업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후원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의 브랜드화는 재정적인 수익은 물론, 관심을 끌고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높다. 이미 세계화되어 있는 아리랑을 브랜드로
만들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르고, 기업이 뛰어들기만 한다면 아리랑이 세계적 브랜드가 될 날은 멀지 않다. 아리랑의
브랜드화에 대해 ‘화창한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아리랑의 잠재력에 대한 강한 믿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