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사회

245억으로 한많은 세월을 보상할 수 없다

URL복사
가슴에 품은 큰 뜻을 세상에 펼쳐보지도 못하고, 간첩으로 조작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여덟 명의 목숨 값, 마흔이 채 못 되어 남편을 잃고 간첩의 아내로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살아온 일곱 명의 미망인들의 32년 통한의 세월 값,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멍에를 쓰고 어깨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스물여덟 명 자식들의 32년 청춘의 값.
억울하게 먼저 간 동생을 가슴에 품고 산 누이와 큰형님을 잃고 통한의 시간을 보낸 두 명의 형제, 시동생을 따라 하늘로 간 남편 대신 홀몸으로 자식들 건사하면 살아온 두 형수, 그리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도 삼촌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살아온 일곱 명의 조카 이들의 32년 인생 값. 지난 32년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다 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흙바닥을 이불삼아 농성을 하며 살아온 이 땅 수십, 수백의 양심들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 값.
이 값이 245억원이다. 누가 충분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천문학적인 액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일흔을 훌쩍 넘긴 노구의 미망인들에게 누가 감히 충분한 보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재판장 권택수)에서 "이른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으로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해 사형된 서도원, 도예종, 우홍선, 이수병, 송상진, 하재완, 김용원, 여정남 등 8인 열사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총 245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월 23일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23부(재판장 문용선)가 이 사건의 재심판결에서 8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이어, "이른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에 대한 사법적 명예회복이 완성된 것이니, 매우 환영할 일이다.
또 이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반민주, 반인권 정권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일이니 그 의미 역시 매우 크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대한민국 측이 민사상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재판을 길게 끌어가려고 했던 사실은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 지난 1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이후, 검찰은 잘못을 시인하며 항소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의 '소멸시효완성' 주장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
또, 지난 4월 여덟 분이 사형 당하신 서대문 사형장 터에서 열린 32주기 추모제에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라고 하는 법무부 장관이 추도사를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한다고 해 놓고는 '소멸시효완성'을 끝까지 주장한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야하는 피고 대한민국이, 구차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내세워 그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국가의 비겁한 태도를 꾸짖었다. 재판장의 충고처럼 정부가 먼저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앞장서는 일에 나서는 것이 옳은 모습이 아닌가?
정부는 유족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흔이 훌쩍 넘은 유족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 곳곳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재판을 방청하러 오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서 빨리 '항소 포기'를 선언하고, 하루라도 빨리 유족들의 긴 기다림을 끝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당시 이 사건의 조작에 깊이 관여했던 주요 인사들에게 국가가 직접 '구상권' 등을 청구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책임져야할 이들이 분명히 있는데, 또다시 국민들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인혁당 선생들이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사신 평화통일과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이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중대한 작업이 우리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제 군사독재정권은 없지만, 자본과 권력은 여전히 민중의 편이 아니다.
이 땅은 아직도 둘로 갈라져 있고, 강대국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한반도를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한미 FTA 체결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민중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에게 착취당하고 차별당하는 노동자들, 명분 없는 전쟁에 국가가 동참한 이유로, 멀리 이국땅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인혁당 열사들 살아있다면 민중의 편에 섰을 것
인혁당 여덟 분의 열사들이 살아계셨더라면, 분명 민중들의 편에 서서 사셨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이 분들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것은 추모식을 성대하게 치르고, 이분들의 이름을 딴 기념사업회 따위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현실사회에서 여전히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열사들이 우리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정신계승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17인의 형사재심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남아있다. 이분들 역시 모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피를 토하며 옥살이를 견디어 내신 분들이다. 이미 연로하시어,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법원은 이분들의 재심을 개시하고, 사법적 명예회복을 이루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현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외에도 권위주의정권시절 발생한 수많은 조작 간첩 사건들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었고, 그 중 일부는 재판 중에 있다. 이 사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역시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사법부와 검찰은 더 이상 이분들께 죄 짓지 말아야한다. 괜한 시간 끌기나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일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당부한다.
이번 판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줘
오늘의 결과는 그동안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 오신 유족들의 승리이자, 인권의 승리이다. 물론, 이번 손해배상판결로도 지난 32년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왔던 우리 유족들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죄를 받았지만, 8인의 열사들은 살아 돌아 올 수 없고, 배상을 받아도 유족들은 여전히 밥알을 모래알처럼 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들의 고문?조작 사실을 밝혔고, 법원이 형사재심 무죄판결에 이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유족들에게 승소 판결을 한 것은,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진실은 아무리 감추어도 언젠가는 드러나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번 판결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유족들은 이미 승소 시, 배상금액의 상당액을 여덟 분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며, 우리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이 땅의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일에, 내어 놓기로 약속한 바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가신 열사들에 버금가는 신념을 가진 유족들의 결정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우리들은 이 결정을 존중하고, 그 사업이 아름답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의 유족들, 사건 관련자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살아온 이들, 또 인혁당의 진실과 그 정신을 이미 알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양심들에게, 누구보다 인혁당 가족들을 근거리에서 보아온 활동가의 자격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역사의 승리이다. 앞으로도 이런 승리, 진실의 승리가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

* 글쓴이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동훈, 강화군수 보선 지원사격...탈당 후 출마 안상수에 “복당 없다”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10.16 재보궐선거 지역인 인천 강화군을 찾아 군수 후보로 출마한 박용철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강화 주민의 삶을 더 개선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오신 것 아닌가. 저도 그렇다"며 "우리 당에서 강화의 일꾼으로 여러분을 위해서 함께 일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주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는 것의 출발을 강화에서 하겠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민의힘이 어떻게 해야 강화의 힘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실천하겠다.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강화 주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겨냥해 "경선의 기회가 있는데도 당을 탈당해서 출마한 경우에 그건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명분없는 행동"이라며 "제가 당대표로서 이렇게 말씀드린다. 복당은 없다"고 말했다. 강화군은 국민의힘이 강한 지역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안 전 시장 출마로 보수 표가 양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화를 지역구로 둔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러가지 사업을 누가 하나"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심장 스텐트 환자, 다른 수술 때 아스피린 복용 중단해도 안전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아스피린이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치아 발치나 용종 제거를 위한 내시경치료, 암 수술 등 다른 질환으로 수술받을 때 출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타 수술 전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지 1년 이상 경과한 환자가 암, 치아, 무릎, 고관절 등 비심장수술을 받을 때 아스피린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비심장수술을 받기 전후 일시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환자와 비교하여 사망·심근경색·혈전증·뇌졸중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출혈은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문화

더보기
'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남이동길’에서 느끼는 예술의 향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남이동길에서 ‘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Närt문화살롱’은 서대문구 남가좌 생활상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재미진동네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이 다양한 예술인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술을 매개로 네트워킹을 형성해 지속적이고 특색있는 ‘남이동길’만의 예술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다회차로 나눠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7월~8월 #1 프로그램과 #2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9월부터 10월까지 #3 프로그램과 #4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Närt 문화 살롱 #3 프로그램은 ‘Närt 화요 미식회; 예술 한 조각, 대화 한 스푼’이라는 주제로 9월 24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5곳의 상점에서 5회차에 걸쳐 강연을 진행한다. 강연 장소와 주제는 △1회차 ‘선휴커피’에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남이동길’(건축가 김은경 소장) △2회차 ‘조조갤러리’에서 ‘K-pop과 엔터테인먼트 시장’(배드보스 컴퍼니 조재윤 대표) △3회차는 ‘노잉로스팅 하우스’에서 ‘사진과 영상예술’(사진작가 송길수) △4회차는 ‘썬공방’에서 ‘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