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몸’, 비밀을 찾아서
<인체의 신비전(展)> 서울과학관서 내년 3월 2일까지 열려
“스승님께선 시신을 제게 맡겨 세상 모든 병을. 근원을 알라하셨습니다.
… 감히 스승님의 몸을 해부하였습니다.”
명의 유의태는 자신의 몸을 해부하여 의학 연구에 정진하라고 허준에게 유언한다. 당시에는 의원조차 함부로 인체를 해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내어준 것이다.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의료 실습을 제외하면, 인간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개관 2주 동안 5만여 명 다녀가
4월 17일부터 대학로 창경궁 옆 국립서울과학관 특별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展)>은 모형이 아닌 실제 인체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개관 후 2주 동안 벌써 5만여 명이 전시장을 다녀갔다. 우리보다
먼저 전시회가 열린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11개국에서도 무려 850만 명이 전시회를 관람했다.
관람객들은 심장운동기관, 미세한 신경조직, 그리고 자궁 속 아이가 사람 모양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실제 인체를 통해 확인하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김준희(21) 씨는 “사람의 몸이 미세한 핏줄 등으로 저토록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미처 몰랐다”며
경이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시 인체가 관람객들에게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프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 기술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군터 본 하겐스(57) 박사가 창시한 이 기술은 플라스틱을 특수 처리한 후 인체 내에 주입하여, 조직 및 지방 세포의 수분을 반응성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고무 등으로 교체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포는 물론 미세한 피부 주름까지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보존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봐 주세요”
우리나라에서 개관 중인 <인체의 신비전>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에 때맞추어, 다른 나라 전시에는 없었던 스포츠 관련 전신
표본들이 추가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축구 골키퍼 모습의 표본에서 공을 막을 때 나타나는 관절과 근육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링 운동하는 체조선수, 스키점프선수 등은 공중에서 움직이는 인체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한편 전시장에서 큰소리로 대화하거나 인체를 함부로 만지는 일부 관람객의 모습이 보여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홍보팀에 근무하는
윤정아 씨는 “시신을 기증한 분들께 예의를 지켜 경건한 마음으로 봐 주길 바란다”며 성숙한 시민 의식을 아쉬워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열리는 <인체의 신비전>은 낮에 관람이 불가능한 직장인들을 위해 오후 9시까지 개관한다(입장마감 오후 8시).
문의: 02)741-3913
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