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최대 제과·제빵 기업인 SPC그룹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유명세를 탄 마늘빵을 그대로 베껴 판매했다는 논란을 겪고 있다.
이 마늘빵은 파주의 '프로방스 베이커리'가 만든 '키슬링'으로 2013년부터 판매된 제품이다. 하지만 올 들어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서 비슷한 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지난달 9일부터 파리바게뜨에서 신제품 마늘빵인 '마늘링'을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한 가맹점은 고객들에게 이 마늘빵에 대해 "헤이리 프로방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 빵. 교황 간식빵으로 판매되면서 유명한 빵"이라며 고객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이 가맹점 직원은 "헤이리에서 파는 빵은 6900원 정도 되는데 거기는 너무 비싸다"면서 "저희 제품 가격이 3200원 정도로 저렴하니 여기서 드시는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방스 베이커리가 판매하고 있는 키스링은 2013년 10월 특허를 출원한 제품이다. 100% 국내산 우유버터와 국내 토종마늘인 서산6쪽마늘만 사용하며 밀가루 반죽층과 유지층이 교대로 겹겹이 얇게 적층된 다층 반죽시트를 제조하는 '고리형 다층빵'의 제조방법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 모임에서 후식으로 제공된 이후 '교황이 먹은 빵'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2년간 약 2억원의 비용을 들여 100만명의 시식 테스트를 거쳐 개발했다.
프로방스 측은 SPC의 특허권 침해로 단기 매출 손실이 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신학 프로방스 베이커리 대표는 "마늘값이 뛰고 우유값이 올라가도 우리 농산물을 키우겠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파리바게뜨가 판매하는 마늘링은 우유버터가 아닌 마가린을 사용하고 국내산과 중국산 마늘을 혼합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그룹, 미국 코스트코와 키스링 마늘빵에 대한 납품 계약을 맺었고 중국, 일본, 대만까지 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마늘빵을 통해 중국에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려는 계획도 전부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오히려 SPC는 프로방스측의 특허권 침해 경고 이후 지난 16일 특허청에 특허무효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SPC는 이 같은 제조 방식은 특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PC측은 "프로방스의 마늘빵 기술은 2011년 일본 제빵에 소개된 레시피하고 비슷하고 이미 일본 제빵 서적에도 다 나와 있는 것"이라며 "지난 2009년 파리바게뜨에서 '천사의 초코링'이라는 유사한 형태의 빵을 출시한 적이 있어 특허기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이 어떻게 특허가 났는지 의야할 정도"라면서 "SPC가 70년동안 수많은 빵을 개발했는데 그때마다 다 특허를 냈으면 대한민국 빵시장이 어떻게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신세계, 롯데제과는 지난해 7월 이와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프로방스가 지난달 23일 특허권과 상표권 '침해품' 경고장을 각사에 발송하자 판매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