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박물관
종로구 경희궁 터에 세워진 <서울역사박물관>
암사동
유적지를 비롯해, 아득히 먼 선사시대 조상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땅. 삼국시대 백제의 초기 도읍이며 개경, 서경과 더불어 고려의 중심지였던
고을.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으로 정한 뒤 600여 년 동안 한반도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우리 겨레와 함께 한, 서울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역사 공부하고, 문화 시설도 이용하고
5월 21일 종로구 경희궁 터에 세워진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울의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시민이 만들어 가는 박물관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소장하고 있는 유물 2만 160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9,804점이 시민들에게 기증 받은 것들로 채워졌다.
총 2,128평(상설전시장 1,336평, 기획전시실 452평, 기증유물전시실 326평) 규모의 박물관은 2개의 기획전시실을 포함해 상설전시실,
기증유물전시실 등 4개 전시실로 이뤄졌다.
3층 상설전시실에는 4개의 구역으로 나눠 조선의 수도 서울, 서울사람의 생활, 서울의 문화, 도시 서울의 발달 등 주제별로 유물을 전시했다.
또한 개관을 기념해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삶을 조명한 ‘조선여인, 그 삶과 문화’와, 1950년대 이후 서울의 급격한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 2002, 도시비전과 실천’ 특별전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그외 카페, 휴게실, 도서자료실, 시청각실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춰,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유물 전시와 연관된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주 1회씩 두 달에 걸쳐 열리는 서울의 역사문화 관련 이론 강의(연 2회)는 전통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그 밖에 전통 공예품을 직접 제작하는 체험교실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의
역사·문화 체험하기’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 시민으로서 자긍심 가졌으면”
학예연구사 조영하 씨는 “서울시가 성장·발전만 하느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며, “역사박물관 개관을 통해 (시민들이) 서울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둘러본 오영희(80·서울 동작) 씨는 “잘 만들어졌다”며 “서울 역사에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선 전시물이 “조선시대 유물로만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하 씨는 “풍납토성 등
백제시대 유물은 현재 발굴 조사 중이다”라며, “앞으로 특별 기획전을 통해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평일(월요일 휴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11월∼2월 오후 5시)이며, 토요일과 휴일에는 한시간 연장한다. 관람료는 어른
700원이고, 청소년·군경은 300원이다. 12세 이하 어린이나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20명 이상 단체로 관람할
때는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단 7월 31일까지는 관람료 없이도 입장 가능하다.
문의: 02)724-0135
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