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폴 매카트니(73)의 첫 내한공연을 8시간 앞둔 2일 오후 12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 경기장 앞은 신성한 기운이 감돌았다.
몇몇 매카트니 팬들은 벌써 공연장인 이곳 앞을 서성거렸다. 한쪽에 자리 잡은 티셔츠 등의 MD 상품을 경건하게 바라봤다.
매카트니는 1962년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첫 싱글 '러브 미 두'가 발표된 지 53년, 1963년 이 밴드의 데뷔 앨범 '플리스 플리스 미'가 발매된 지 52년 만에 한국에서 팬들과 처음 만난다.
그는 존 레넌(1940~1980)과 함께 세계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비틀스의 커다란 두 중심축이다. 레넌과 함께 '예스터데이(Yesterday)' '렛 잇 비(Let It Be)' '헤이 주드(Hey Jude)'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등의 대표곡들을 만들었다.
모친과 함께 공연장 앞을 찾은 30대 초반의 남성은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홀로 DSL카메라를 들고 매카트니 공연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 등 주경기장의 풍경을 열심히 찍는 40대 후반의 남성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서울로 원정 관람을 온 일본의 비틀스 골수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그는 "일본에서 폴 옹을 보지 못해 한국으로 왔는데 공연장이 꽤 크다"고 설렜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공연장 앞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수천 명이 주변을 서성였다. 오후 5시부터 잠실 야구장에서 LG 트윈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열려 번잡했지만, 매카트니를 기다리는 팬들의 얼굴에는 짜증 하나 없었다.
MD 상품 판매처에는 100여명이 줄을 늘어섰다. '아웃 데어' 투어 티셔츠 하나를 사는데 20분 가까이 걸렸지만, 눈은 반짝거렸다.
한쪽에서는 이번 투어의 대형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비틀스 한국 팬클럽 관계자 40~50명이 플래카드와 팬들에게 나눠줄 비틀스 관련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팬클럽 관계자는 "매카트니가 처음 한국에 온 만큼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면서 "오래 기다린 만큼 크게 환영해주고 싶다"고 했다.
앞서 매카트니는 지난달 21일 오사카 교세라돔을 시작으로 23·25·27일 도쿄돔, 28일 도쿄의 또 다른 공연장인 무도관 무대를 돈 '아웃 데어 재팬 투어' 앙코르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약 20만명에 가까운 현지 팬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현지 팬들이 많았다. 일본 팝 시장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에서도 매카트니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약 4만5000석이 거의 매진됐다.
매카트니는 일본 투어에서 공연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약 40곡(무도관 공연은 2시간 남짓 공연에 약 30곡)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다.
이날 공연도 셋리스트 등이 비슷하게 구성된다. 본래 이번 공연은 지난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매카트니의 건강악화로 취소됐다. 이번에는 건강에 무리가 없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매카트니를 비롯해 비틀스 멤버가 내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74)만 생존해 있다. 레넌은 자신의 광적인 팬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지 해리슨(1943~2001)은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 이번 공연은 매카트니와 스타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비틀스 출신 뮤지션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폴 매카트니 트위터는 전날 입국현장 사진과 함께 "매카트니가 한국의 첫 공연을 위해 서울에 도착했다"고 남겼다. 일본발 전세기를 이용한 그는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로 마무리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입국 현장에서 자신의 첫 내한을 환영하는 팬들 약 300명에게 둘러싸였지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손 키스 등을 날리며 환호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