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 아바타 디자이너
“사이버 인간을 만들어 드립니다”
신세대들의 취향, 트랜드를 살릴 수 있는 유망직종
사이버공간상의 자기 분신인 ‘아바타(AVATAR)’가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이상적인 ‘나’를 찾고자 하는 신세대들의 욕망이 분출하고 있어서다.
아바타 관련 시장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지난해 200억원대이던 시장규모가 올해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2001년도 10대 히트상품’으로 아바타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아바타에게 생명을 심어주는 이들이 바로 아바타 디자이너. 아바타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젊은층 위주로 커지고 있다.
아바타 디자이너는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
팬시전문회사 ‘미스터 케이’에서 아바타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정인영(25·여)씨. 디자인 경력 3년차인 정씨가 하루에 제작하는 아바타
의복은 평균 6∼7벌 정도. 캐릭터 기획에서부터 자료수집, 디자인까지 정씨가 맡고 있는 업무는 끝이 없다.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는 전 직원들이
매달려 기획에 맞는 의복, 악세사리 등 100여 가지를 행사기간 내에 만들어야 한다.
정씨는 아바타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독특한 습관이 생겼다. 주위 사람들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긴 것.
특히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들이 입고 다니는 복장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아바타 주 구매층이 바로 이 10대·20대의 신세대들이기 때문.
아바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연구’가 필요하다고 정씨는 강조한다. “사람들은 아바타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들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아바타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감각이나 현실 사회의 유행을 무시할 수 없어요.”
하지만 창조성이 필요한 직업인 만큼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정씨는 “아바타가 네티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할 때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까다로운 네티즌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신세대들의 취향이나 변화하는 사회 트랜드를 좇을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바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기술은 필수다. 여기에 색채감각, 패션감각도 덧붙여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바타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기관은 없다. 보통 대학에서 만화과 애니메이션과 시각디자인학과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바타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씨는 “스케치와 드로잉에 소질이 있고 어느 정도 미술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는 유망직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쉼없이 창조를 해내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