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액션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유쾌한 웃음 유발 <라이터를 켜라>
<주요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의 계보를 잇는 코믹액션 영화가 나왔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나리오 작가 박정우의 세 번째 작품 <라이터를
켜라>가 그것이다.
<라이터를 켜라>는 박정우 식의 코미디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작들과 비슷한 황당한 상황설정과 인물들의 반복되는 액션은
한 눈에 봐도 전작을 연상시킨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내뱉는 시시껄렁한 대사와 난무하는 욕지거리는 일반 조폭 코미디와 다른 풍자성을 띠고
있다.
<라이터를 켜라>의 모든 액션은 기차라는 단일한 공간과 시간에서 진행된다. 박정우 작가의 첫 번째 흥행작 <주유소 습격사건>
역시 주유소라는 한정된 장소 안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단일한 시공간이라는 제약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발전을 시작부터 제약하지만 이런 모양으로 영화를 꾸려 내려면 상당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장항준 감독과
박정우 작가는 확실히 그 방면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보인다.
영화는 조폭 양철곤에게 빼앗긴 일회용 라이터를 되찾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가 예상치 못한 모험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열정을 되찾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소 황당할 만한 소재인 ‘일회용 라이터 찾기’를 가지고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어리숙한 주인공의 영웅담
<라이터를 켜라>의 주된 내용은 걸출한 주인공이 위험에서 시민들을 구한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영웅담을 담고 있지만, 대신 주인공을
어리숙한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식 영움담을 창조해냈다. 영화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라이터’라는 사소한 소재를 통해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 때부터 왕따를 당했던 허봉구는 성인이 된 지금도 할일 없는 백수로 부모 밑에서 기거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무사히 마친 남자들이라면
쉬러가는 것쯤으로 여겨지는 예비군 훈련에서도 허봉구는 그 예외 없는 어리숙함으로 낙오자가 된다. 일명 개구리복(?)으로 불리는 예비군복을
입고 빼앗긴 라이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은 어찌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인간 군상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조폭 양철곤과 국회의원 박용갑 간의 밀고 당기는 관계이다. 때로는 정중하게, 때로는 거칠게…. 뜻대로
안되자 그는 달리는 기차를 담보로 영화의 긴장감을 이어간다.
전혀 다를 듯한 두개의 긴장관계는 허봉구가 양철곤에게 라이터를, 양철곤은 박용갑에게 돈을 요구함으로써 양철곤을 축으로 3자가 한정된 장소,
즉 기차 안에서 엮이고 있다. 작가는 기차라는 공간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해 달려가는 공간이 아닌 하나의 사회로 보고 있다. 승객들을 이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 군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안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 말만 앞서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등 여려 종류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시원한 웃음 선사할 듯
이 영화의 미덕은 탐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과 스티븐 시걸의 <언더시즈>등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달리는
기차를 비교적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과 정치와 폭력 등 사회 모순에 대한 코믹한 풍자를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 김승우와 차승원 이외에 박영규, 강성진, 이문식, 배중식 등 최근 코미디 영화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수의 조연 배우들이 출연해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주요소 습격사건>이 보여줬던 구성상의 아쉬웠던 점들이 이번 영화에서 대부분 수정되고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비슷한 구성이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2002년의 <주요소 습격사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바로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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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정 기자 kiki0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