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보고 즐기는 여행에서 벗어나 정신적 구도를 위한 여행을 가자
떠남의 계절이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요즘, 일상에 치인 당신의 존재감이 깃털보다도 더 가볍다고 느껴질 때, 당신에게 떠나라고 재촉하는 속삭임이 내면으로부터 들려온다. 길의
부름이다. 그 소리에 절대 저항하려 들지 마라. 두려워하지도 마라. 그 유혹의 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여 자유를 찾아 떠나라. 그것은 나를
찾는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며,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여행에서의 구미사대주의를 넘어
어디로 갈 것인가? 떠남에 있어 목적지를 정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여행의 결과는 거기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우리네 자연의 익숙한 풍광 속에서 편안한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자. 여행은 일단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단절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벗어난 낯선 세계로의 떠남은 더 매력적이다.
해외여행 하면 사람들은 흔히 유럽이나 미국 등지를 추천한다. 파리의 에펠탑은 역시 대단하다느니, 런던의 안개는 낭만적이었다느니, 미국인들의
합리성을 본받아야 한다는 등의 소감을 대며. 우리의 신화를 읽기 전에 먼저 그리스의 신화를 읽어야 했던 것처럼 서구중심주의 산물인 오리엔탈리즘과
구미사대주의는 여행의 세계에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도나 네팔, 티벳 등지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 후진 나라에 뭐 볼 게 있다고 거길
가느냐는 거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떠들썩하게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정신적 구도를 위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삶의 공간과 양태가 천태만상인 인도
이상송(30·대학원생) 씨는 인도를 적극 추천한다. “인도는 도시번화가서부터 빈민가까지, 브라만서부터 수드라까지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양태가
천태만상이에요. 또 종교적으로도 힌두교, 회교, 기독교, 자이나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등이 공존하고 있으며 저마다의 종교적 구원을 이야기합니다.
인도를 여행한다면 세상의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들과 다른 자신을 보면서 자아를 성찰할 수 있게 됩니다.”
여행자들은 편안한 호텔에서의 잠자리가 아니라, 때론 인도의 시골마을에서 며칠을 머물며 현지인의 삶을 체험하길 갈망한다. 현지인들과 식사하고,
그들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과 들판에서 뛰놀며, 밤에는 강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인도의 신화와 종교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면, 이
여행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이씨는 빈민가에 초대를 받아 그들과 탄도리로띠와 짜이를 먹으며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을 지웠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탄도리로띠는 소똥을
얇게 말려 찐 피(皮)에 커리 등을 싸서 먹는 음식이고, 짜이는 양젖에 코코아가루를 섞은 음료다. 지저분하고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며 그들의 문화를 멀리했다면 불가능했을 일. 그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준비한 만큼 인도가 보인다”는 것이 이씨가 앞으로 인도를 여행할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한편 그는 “준비는 많이 하되 준비한 대로만 행동하기보다 우발적, 즉흥적으로도 움직여 보라”고 말한다. 자신을 여행지와 현지 사람들에게
맡겨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여행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가고자 하는 길을 찾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아우랑가바드에서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석굴사원을 보던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에서 부처가 돼보던지, 또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를 하던지. 딱히 장소를 정하지 말고
몸 가는 대로 맡겨 보라.
“네팔에 한 번만 가도 히말라야 상사병이 든다”
인도는 며칠을 달려도 끝이 없는 평야지대지만 네팔은 산악 고원지대다. 인도에서의 여행이 지칠 때쯤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네팔로 들어가 보라.
자연경관이 주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팔에 한 번만 왔다가도 늘 가슴속에 네팔을 그리며 히말라야 상사병에 든답니다. 조심하세요. 네팔에 오시면 히말라야를 아주 조금만 가슴에
담아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네팔을 그리워하는 네팔병에 걸린답니다.”
보험회사 판촉사원으로 일하다가 아내와 함께 훌쩍 네팔로 떠나 아예 둥지를 틀어버린 류배상(38) 씨가 네팔로 오는 사람들에게 하는 충고다.
류씨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한국사람들을 위한 민박집을 경영하고 있다. 돈을 벌려는 목적은 아니다. 네팔에 대한 길라잡이가 되고자 집을
개방했다. 류씨는 여행객들과 함께 ‘산악 트레킹’을 하고 있다. 그는 산악 트레킹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와 하나가 돼 기름 낀 몸과 정신의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라며 “꼭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한다.
류씨의 부인 김지나(33)씨는 “갠지즈강 상류에 세워진 힌두인들의 최고 성지 파슈파티나트도 빼먹지 말고 들러볼 곳”이라고 한다. 파슈파티나트에는
돈 많은 인도인들이 죽을 날이 가까워 오면 조금이라도 시바신에게 가까이 가려고 몇 달 전부터 찾아와 머무는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 있다.
죽어 화장을 하고, 타고남은 뼛조각을 강물에 떠내려보내고, 그 물에 다시 몸을 씻고.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출발점은 같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티벳으로 발길을 돌려보라.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 라사로. 그리고 ‘가면 오지 못하는 곳’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가보라.
당신 자신을 알게 될 때까지 자유롭게 살고, 돌아올 수 있을 때 돌아오라.
“여행은 돌아옴이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이다. 이 정직한 귀향과 겸손한 이해가
없는 한 서로 다른 세계가 평화롭고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신영복 ‘더불어 숲’)
인도, 네팔 가는 길 요즘은 인도나 네팔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인터넷 상에 이 나라들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꽤 많이 생겼다. 가는 방법, 꼭 가봐야 인도 안내 사이트 |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