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 해외로 많이 떠난다
유럽 동남아 여전히 강세, 가족단위 실속파 늘어
웹프로그래머 송희정(29·여)씨는 여름 휴가를
친구들과 함께 유명 휴양지 태국의 푸켓에서 보낼 예정이다. 전세기 상품이 나와 왕복시간도 단축됐고 가격도 싸서 선택했다. 쌓였던 피로를
풀고 선탠도 하겠다는 것이 이번 휴가의 테마다.
학원 강사인 이형민(44)씨는 자녀들의 방학에 맞춰 휴가 일정을 잡았다. 이번 휴가에는 가족과 함께 호주 농장에서 숙박할 계획이다. 중학생인
두 딸에게 자연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여름피서지로 인기 높은 동남아를 비롯해, 뉴질랜드 호주 등지는
이미 8월 중순까지 항공권이 매진된 상태다.
여행사 하나투어는 올해 해외여행객이 작년7월에 대비해 60% 이상 늘었다. 한화투어몰 역시 7, 8월에 예약된 해외여행객이 4000여명으로
작년보다 상승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여름 해외여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항공사들의 운항계획과 매년 여행객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7월말에서 8월초의 여름 휴가 성수기 동안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하루평균 7만5,000여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 여름 성수기 이전보다 하루 평균 2만명 가량이 늘어난 수치이며, 1997년말 IMF 이후 해외여행객이 감소하다 증가세로 반전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9만명보다 14%나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일요일인 8월4일과 11일은 하루평균 여행객이 8만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여행객이 많아짐에 따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들도 비상운항계획을 마련중이다. 대한항공은 푸켓, 발리, 삿포로, 런던 등지에 40여편의
전세기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 또한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 전세기 40여편을 증편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9,485대의 항공기가 운항된다.
경기호전, 소비심리 높아져
해외여행 붐은 월드컵 이후 소비심리가 한껏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축제분위기가 이어진데다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여행 레저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커졌다. 월드컵 기간에 자제됐던 해외여행객이 한꺼번에 몰린 것도 수치를 높인 이유다.
최근엔 경기호전에다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 해외여행 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피서지의 고질적인 바가지 상혼과 점차 심화되는 교통체증도 해외여행 선호도가 높아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동남아
등지의 싼 여행지를 선택하면 국내 여행과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 가족과 함께 사이판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형석(31)씨는
“국내에서 조용한 휴양지를 찾기는 이제 어려워졌다. 가격대비면에서 해외여행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등지의 명품 세일 시즌에 맞춘 원정관광도 해외여행 인구를 증가시킨 요인이다. 이미 세일행사를 하는 유럽 명품 매장에 한국인들이 들끓는다는
관광객들의 증언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소그룹 여행 시대, 선호 여행지 다양화
올 여름 해외여행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방학 기간에 맞춘 장거리 유럽 여행객들도 늘어났다. 리조트 여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가족 여행객의 급증과 관련이 있다. 가족단위 여행으로 선호되는 유럽은 여전히 강세다.
특이한 것은 예전의 5개국, 7개국 일주식 유럽 여행보다는 한 국가나 도시를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여행이 많아졌다는 것. 여행전문가들은 그만큼
선호 목적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방콕이나 태국, 싱가폴 등지의 동남아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나투어 기획특판팀 백찬호씨는 “전세기 상품이 나온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과
태국의 푸켓은 올해 특히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의 영향으로 이른바 ‘히딩크 상품’인 네덜란드와 ‘혈맹국가’로 불리며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터키도 여행사마다 기획한 아이템이다.
한화투어몰의 유기원 팀장은 “히딩크 고향인 네덜란드의 파르세펠츠가 변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터키 또한
더운 나라로 현재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월드컵 영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경기호전에 따른 과소비형 해외여행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대부분은 중저가 실속형을 찾는 추세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4박5일 내지 5박6일
기간의 80만~100만원대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며 “해외여행이 확실히 대중화됐다”고 밝혔다.
가족여행에 딱 좋은 리조트가족여행 시대가 열리면서 리조트가 각광 받고 있다. 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시설과는 다르다. 숙박시설은 물론 휴식을 위한 골프장, 괌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