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승인되면서 '이재용 호(號)'의 뼈대 만들기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9월 1일 합병 전까지 남은 몇가지 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합병 성사 가능성이 한 층 높아졌지만 마지막까지 합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과 엘리엇의 추가 소송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9월 출범까지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의된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해 합병을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됐지만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한도를 넘어 무산된 바 있다.
삼성물산의 보통주 1주당 주식매수청구가격은 5만7234원, 제일모직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각각 15만6493원이다.
이 기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떨어져 주식 매수가격보다 낮아지면,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웃돌면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매도하는 편이 유리한 만큼 별도의 비용이 필요 없게 돼 합병은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8월6일까지다. 삼성은 주식청구권 매입대금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계약서에 따라 합병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물산 주가가 20일 오전 10시30분 현재 6만400원. 제일모직 주가는 17만500원이다. 아직 여유가 있기에 추가로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합병 발표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17일 10.39% 하락한데 이어 20일에도 3%대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부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볼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양사 주가 모두 조정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양사의 2분기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더라도 삼성이 한도로 제시한 1조5000억원 규모를 넘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채상욱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상회하고 있고,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 주식매수청구권이 1조5000억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엘리엇의 반격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남아있다. 엘리엇은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 직후 합병안이 승인된 것에 실망감을 표현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선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전국 소액주주를 방문해 위임장을 받은 것이 주총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1.41%)의 효력 문제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베스트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남은 과제로 엘리엇의 반격을 예상할 수 있는데 특히 소액주주를 방문해 위임장을 받은 것과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위임한 게 문제가 없는지를 법적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회장 보유 지분 의결권 효력은 이미 법적 검토가 끝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 사항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 계열사를 통한 공세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을 1% 이상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지분 1% 이상 주주는 회계장부열람권, 주주대표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이 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진 소액주주와 연대해 사외이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아울러 엘리엇이 합병 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7.12%로, 1대 0.35의 합병 비율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 지분은 2.03%로 줄어든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법률상 주주총회 소집 요구권과 이사해임 건의권을 가질 수 있다.
실제 엘리엇 측은 합병 주주총회 직전에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에 서한을 보내 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