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인가 정보 공유인가?
디지털시대의 뜨거운 감자, ‘소리바다’를 둘러싼 찬반논쟁
MP3 음악 공유 사이트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의
서비스 중지 가처분결정 이후 ‘저작권 보호 VS 정보 공유’의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두 가치 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소리바다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법원의 판결은 저작권 보호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직 본 판결이 남았지만, 이번 결정은 소리바다에 대한 최초의 법원 판결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소리바다 판결의 여파는 소리바다 사이트나
MP3 음악 파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화, 만화, 소프트웨어 등 인터넷상의 모든 디지털 저작물 이용 방식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소리바다는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고민의 대표적 사례이자 시초인 것이다.
“문화발전 위해 저작권 보호받아야”
‘소리바다’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 PC에 담겨있는 파일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P2P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개인이 소장한 파일을 대규모로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술적 혁명이지만, 콘텐츠의 생산자 입장에서는 창작물이 무차별적으로 복제된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일 수 있다.
저작권 보호를 강조하는 진영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저작권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노고와 능력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핵심. 따라서 정보의 공유는 악질적인 ‘해적질’로 인식된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지적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면 문화산업은 흔들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땀흘려 만든 생산물이 순식간에 대가없이 유포되는 상황에서
누가 자본과 정성을 쏟아 창작물을 만들겠냐”는 것이다. 음반업계 또한 “디지털 공유에 대한 소리바다의 무책임한 방조가 음반시장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한다.
“정보공유 규제는 기술 문화적 후퇴”
하지만 필수적으로 복제가 수반되는 인터넷상에서, 파일 공유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저작권 남용’이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진보네트워크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MP3파일 공유는 비영리적이고 사적인 인터넷 이용 행위”라며, “오프라인과 같은 수준의 저작권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한다면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고,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공유에 비중을 두는 입장은 인터넷 환경의 특수성 속에서 저작권
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앙서버에서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했던 미국의 ‘냅스터’와는 달리 소리바다의 P2P는 단지 이용자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다. 소리바다는
매개의 역할을 할 뿐 직접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단지 방조의 책임을 물어 소리바다를 폐쇄 조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이트 폐쇄가
궁극적 해결이 될 수도 없다. 소리바다가 없어진다고 해도 유사 사이트는 얼마든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술 발전론자들은 정보공유의 제한은 디지털 기술에는 물론, 문화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P2P 프로그램은 개인의
창작물을 손쉽게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 문화생산과 소비의 방식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 P2P의 위축은 곧
문화적인 후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음반업계의 불황 또한 소리바다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설혹, 소리바다가 음반산업을 위축시켰더라도 사이트 폐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인터넷의 확산은 여러 산업 영역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소리바다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문화산업 제도 자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소리바다 폐쇄를 반대하는 입장의 중론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