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지난 17일 임시주총에서 합병이 성사한 이후 연일 약세를 보이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22일까지 외국인은 계속 팔고 있고, 그룹 측은 적극적인 주가관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어느쪽 힘이 크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 추이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이들 주가의 하락 폭이 컸던 만큼 개인투자자와 국민연 금, KCC의 평가 손실액도 상당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52%, 2.62% 오른 6만100원, 1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와 함께 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인 기관투자자가 이날 335억9215만원 규모의 매수세로 돌아서며 반등했다.
제일모직 주가도 개인과 기관이 각각 62억4308만원, 14억6296만원을 사들이며 상승 마감했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에 대해 임시주총 전부터 팔기 시작해 이날까지 각각 6거래일, 5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임시주총 이후 이들 종목의 약세 흐름을 이끈 주체를 외국인 투자자로 지목한다.
외국인은 합병 당일 968억2009만원, 이날까지 모두 1916억6663만원 규모로 삼성물산 주식을 팔았다.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17일 331억1645만원, 22일까지 661억3038만원 누적 매도했다.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주총 전일인 16일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16일 종가 기준 6만9300원에서 주총 당일인 17일 6만2100원으로 10.39% 폭락했다. 이어 20일과 21일 각각 3.38%, 1.33% 하락하며 6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제일모직 역시 같은 기간 19만4000원에서 17일 17만9000원으로 7.73% 내린 뒤 17만1500원까지 하락했다.
이들 주가 하락에 따라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도 늘어났다. 소액주주 가운데 일부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제조업 종사자 오모(30)씨는 "합병을 보고 삼성물산에 투자했는데 2000만원 손실 봤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3700만원 손실보고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병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판단 아래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매수했던 대기업 직장인 윤모(28)씨는 "7만원대에 사서 6만원까지 떨어지며 며칠만에 100만원 가까이 평가손을 본 셈"이라며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소액이긴 하지만 마음은 쓰리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 하락으로 평가 손실을 입은 대상에는 큰 손 국민연금과 KCC도 포함된다.
국민연금과 KCC는 지난 17일 이후 이날까지 각각 2900억원, 3333억원 가까운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기존에 공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11.61%, 5.04%에 해당하는 평가손은 각각 1668억5931만원, 1224억7200만원으로 모두 2893억3131만원 수준이다.
공시 기준 주식 931만557주를 보유하고 있는 KCC는 이날까지 지분가치가 856억5732만원 하락했다. 제일모직에 대해서도 KCC는 2476억1700만원의 평가손이 발생했다.
동부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합병안 가결 이후 단기적으로 볼 때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려워 조정 가능성이 컸다"며 "앞으로 매매정지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두 기업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대규모로 이뤄지며 합병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은 각각 5만7234원, 15만6493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이미 저점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BNK투자증권 변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 하락은 차익 실현과 합병 반대 주주들의 매도 물량 등의 영향"이라며 "특히 제일모직의 추가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고 조만간 바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장단은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앞서 최근 약세를 보이는 주가 관리 등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