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없고, 칭찬만 있네!”
평론계 ‘비평의 실종’ 꼬집은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
비판은 없다. 축복만 있다. 마치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축복해주는
주례사처럼, 우리네 문학에서 비판적 시각을 지닌 비평이 사라졌다. 비평과 해설의 경계마저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요즘, 문학평론가 김명인 씨
등 9명의 평론가들이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라는 다분히 반항적인 책을 통해 이같은 ‘비평의 실종’을 꼬집고 나섰다.
지나친 상업주의, 에콜에 대한 충성이 문제
김명인 씨는 “1990년대 이후의 평단에서 작품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그에 뒤따르는 격렬한 논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대신 비판
없는 해설성 비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주례사 비평’이 대세라는 주장. 김씨는 출판계의 상업주의가 ‘주례사 비평’의
홍수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문학출판이 급격히 상업주의 바람을 타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들이 홍보 총력전을
벌였고, 그 파고에 비평가들 역시 휩쓸리면서 “해설, 신문 서평, 책표지 광고 문안, 신문이나 방송용 광고 카피 등의 작성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김씨가 꼽은 두 번째 원인은 ‘자기가 속한 문학적 에콜(학파)에 대한 충성(?)’. 이른바 ‘문학 권력’ 문제다. 그는 많은 비평가들이
“자신이 관련된 에콜에서의 관계, 에콜이 추구하는 문학이념에의 동조 등에 의해 그 에콜에서 높이 평가하는 작가들에게 기꺼이 문학적 헌사를
바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문학 비평가들도 일종의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는 데, 그 집단 안에서는 서로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씨는
대개 이같은 카르텔이 “특정 문예지들과 직결되어 있고, 그 문학 잡지는 또한 예외 없이 상업 자본과 직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논쟁적 대화가 필요해”
권성우 씨는 소설 <목화밭>(백민석 著)의 뒤에 쓴 평론가 황종연 씨의 해설에 대해 비판했다. 이 해설이 “문화적 전범(典範)들과
<목화밭>의 관계를 유추하는 글쓰기를 통해, (사드, 니체 등) ‘이단적 거장’들의 한국판 버전으로 백민석을 당당히 포함시키고
있다”는 주장. 즉 “외국 문학과 이론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발언에 무게를 실으려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고명철 씨는 소설 <마이너리그>(은희경
著)에 나타난 작가 의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이 책을 출간한 창작과 비평(창비)에 “단행본을 내는 데 엄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명원 씨는 소설 <열정의 습관>(전경린 著)에 대한 비평을 대상으로 “전경린은 ‘귀기와 정념의 작가’라는 황현산의 평가가 있은
이래, 이러한 수사가 환기시키는 일련의 어휘 군에서 선택된 화려한 단어로 (비평가들에게) 유사한 평가를 받곤 했다”고 지적. 이같은 현상은
“비평이 멋진 표현을 발견해내면 언론은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그것이 다시 비평에 침투한 결과 오히려 작품과 작가는 실종되기에 이른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홍기돈, 김진석, 신철하, 하상일도 각각 유명 평론가들의 주례사 비평, 이론강박증 등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한편 시사평론가로 잘 알려진 진중권 씨는 “최근 조선일보의 총애를 받던 이순원 씨가 안티조선을 선언하고 나섰다”면서 이는 “적어도 문학의
장에서는 안티조선의 코드가 임계치를 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저명한 평론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비평글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 쓴 책이다. 따라서 김명인 씨 등의 주장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 벌어질 논쟁에 대해 오히려 기대하는 듯 하다. 권성우 씨는 자신의 비평글
말미에 “논쟁적 대화의 과정이 없다면, 우리 비평가들은 앞으로 우울한 ‘비평의 감옥’을 서성이게 될지 모른다”고 읊조렸다.
인터뷰 |
“상업주의적 경향… 냉정한 작품 평가 희석”<주례사 비평을 넘어서> 공동 저자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를 만나자신이 평론가임에도 불구하고, 비평계의 ‘주례사 비평’을 비판하고 나선 <주례사…>의 공동 저자 이명원 씨를 만나 ‘에콜’이란 단어에 머금은 속뜻은 무엇인가 비판당한 유명 평론가들은 자신이 주례사 비평을 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듯 하다 반론을 바라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글귀가 많이 눈에 띄던데 유명 평론가들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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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