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리언스 인더스트리스 회장(50세)이 13년간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지켰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2세)을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암바니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지난 10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총 632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 2위는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67세)으로 622억 9천900만 달러, 3위는 빌 게이츠 회장 622억 9천만 달러이고 얼마 전 한국을 방한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77세)의 자산은 559억 달러로 4위로 밀려났다.
빌 게이츠 제치고
인도 암바니 회장이 1위 자리 탈환
세계 최고의 갑부로 등극한 암바니 회장은 지난 5월 처음으로 ‘트릴리어네어(재산 1조 달러에 이르는 거부)’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인도 출신 철강 재벌 락시미 미탈(57세. 480억 달러) 회장을 제치고 인도 최고 부자가 됐다. 지난 연말 그의 재산은 16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바람에 주식 부자가 된 케이스다.
현재 석유와 전력, 가스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터스트리즈의 지분 50.98%(534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암바니 회장은 최근 주가급등으로 558억 달러로 돈을 불렸다. 그는 아버지가 2002년 유언 없이 사망한 후 동생과 재산다툼을 벌여왔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갑작스런 그의 출현에 세계의 관심도 집중되는데, 최근엔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566억원 짜리 에어버스 비행기를 선물해 구설수에 올랐다.
암바니 회장은 특히 뭄바이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보다 넓은 60층 높이 173㎡의 초호화 개인 저택을 짓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이 대저택은 관리 인원만 600명에 저택 내부에 헬리콥터 착륙장과 6개 층의 주차장과 수영장, 극장 등을 갖춘 초호화 건물이다.
멕시코 통신 재벌 칼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텔멕스’는 멕시코 통신시장의 92%의 지배율을 자랑한다. 10월 말 현재 그의 재산은 약 590억 달러로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6.6%에 해당한다. 그가 세계적 부호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은 1990년 국영 통신사 텔멕스가 민영화하면서 독점 사업권을 거머쥔 뒤부터다. 텔멕스 인수 후에는 이통통신과 건설 석유 전기 자동차 항공 언론 금융 유통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세계 부호 5위에 오른 락시미 미탈 회장(56세)은 1990년대 공산당이 통치하던 주(州)의 철강 기업을 인수하면서 철강 재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독점적 사업권을 갖거나 기업인수를 통해 부를 축적한 공통점
세계 부호의 지형도 변화에서 최근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부자에 인도와 중국 출신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 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부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3월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억만장자 946명 리스트에는 인도인 14명, 중국인 13명이 포함됐다. 옛 소련의 석유 가스회사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미하일 프리드만 등을 비롯해 러시아인 19명도 억만장자 리스트에 올랐다. 불과 1년 만에 2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급변하는 정치기류 속에서 독점적 사업권을 갖거나 기업인수를 통해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빌 게이츠로 상징되는 IT 성공신화, 워런버핏의 투자신화, 중동의 석유 보호 등 기존과 다른 개도국형 거부가 세계 부호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신흥부자의 부의 축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10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이집트 통신재벌 나기브 사와리스 오라스콤 회장은 지난해 이탈리아 통신사를 합병해 불과 1년만에 재산을 74억 달러나 늘렸다. 암바니 회장은 릴라이언스의 주가 급등으로 지난 3개월 동안 분당 400만 루피나 급증했다. 슬림 회장 또한 지난해 한달 평균 10억 달러 꼴로 재산이 불었다.